경제 선방 힘입어 日 엔화 英 파운드 누른 韓 원화…내년 1100원 가나

by김경은 기자
2020.11.16 00:00:00

위안화(4.89%) 이어 신흥국 가운데 두번째
신흥국통화 지수 대비 12.71%p 높아
안전통화인 엔화도 3.31% 상승 그쳐
韓 펀더멘털 회복 기대 ''강세 전망'' 우세
골드만삭스 내년말 1070원 전망

한 외환딜러가 KEB하나은행 외환딜링룸에서 외환시장을 모니터링하면서 전화통화를 하고 있다. (사진=AFP)
[이데일리 김경은 기자] 단기간 원·달러 환율이 급락하면서 원화 강세 흐름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주목받고 있다. 올 들어 원화는 3.6% 상승하며 준기축통화에 속하는 엔화나 파운드화보다 강세를 나타냈다. 전세계를 덮친 코로나19 충격 속에서 한국 경제가 상대적으로 선방한 영향이다.

외환 전문가들은 이 같은 원화 강세가 내년에도 이어질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코로나19 상황과 새롭게 들어서는 미국 바이든행정부의 경제 정책 등 대외변수의 불확실성이 높은 만큼 원화의 상승세는 언제든 꺾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국은행이 집계해 발표하는 주요국 환율 동향에 따르면 지난 12일(현지시간) 기준 원화는 지난해 말 대비 3.6% 상승, 같은 기간 제이피 모건 신흥국 통화지수(JPM 지수, -9.12%) 대비 12.72%포인트(p) 높았다.

지난 2분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집계한 주요국 가운데 유일하게 플러스 성장을 기록했던 중국의 위안화(4.89%)에 이어 신흥국 통화 10개국 가운데 두번째로 높은 상승률이다.

심지어 선진국 통화와 비교해서도 밀리지 않았다. 올해 달러 약세를 주도한 일등 공신인 유로화(5.26%)보다는 높지 않았지만, 보통 경기 침체 국면에서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영국 파운드(-0.98%)나 일본 엔(3.31%)보다 강세였다.

[이데일리 이동훈 기자]
신흥국 통화는 달러 약세 기조에도 불구하고 코로나19 확진자 추세나 외자 유출 리스크, 재정위기 등에 따라 통화별로 차별화가 나타났다. 신용등급이 강등된 남아프리카공화국 란드(RAND)는 15.61% 하락했고, 지정학적 리스크가 심화된 러시아 루블은 24.44%, 외환보유고 고갈 우려가 있는 터키 리라는 28.96%, 코로나19 통제에 실패한 브라질 헤알은 35.77% 급락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신흥국 통화는 달러 약세에도 불구하고 자본 유출 흐름을 회복하지 못하며 강세로 전환하지 못했다”고 분석했다.



원화의 강세는 국제외환시장에서 위안화 대체 통화로 인식되는데다 우리나라의 펀더멘털에 대한 기대도 배경으로 꼽힌다.

특히 코로나19 회복 국면에서 제조업과 수출 중심의 우리나라 경제구조가 빛을 발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서비스 수출과 서비스업의 내수 부진은 여전히 지속하고 있지만 제조업 중심으로 상품수출이 늘면서 지난 9월 경상수지는 102억달러로 지난 2018년 9월 이후 2년만에 100억달러를 돌파했다.

수출 덕에 우리나라의 지난 2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중국에 이어 두번째(전기비로 -3.2%)로 높았고, 3분기 성장률도 시장의 예상을 훨씬 웃돈 1.9%로 경제회복 선두에 있다.

경제전망기관들 사이에선 외자유입과 펀더멘털 회복세에 힘입어 지난 2018년12월 이후 최저점인 1110원선까지 내린 원·달러 환율이 1100원선을 하회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글로벌 투자은행(IB) 가운데 가장 최근에 전망치를 낸 골드만삭스는 환율이 내년 12월에는 1070원을 기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앞서 해외 IB들 8곳(9월 초~10월 중순 전망치)은 달러당 원화의 평균치가 올 4분기 1164원(1150~1210원)에서 내년 2분기엔 1151원(1110~1200원)으로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현재 원화의 강세 기조가 일시적일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SK증권은 내년 환율이 ‘상저하고’로 움직이며 평균 1133원(1100~1150원)을 전망했다. 글로벌 경기침체 이후 단기간 외자유입이 급증하는 과정에서 커진 원화의 변동성이 다시 정상화할 것이란 분석이다.

‘상고하저’를 전망한 민경원 우리은행 연구원 역시 “내년 상반기에는 세금인상, 대중 무역갈등, 보호무역기조 강화, 글로벌 교역 둔화 등이 부각하면서 원·달러 환율이 지금보다 훨씬 레벨을 높일 것(원화 약세)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