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화된 '남기락(落)'…동학개미 분노 최고조
by고준혁 기자
2020.10.28 01:30:00
코스닥만 '폭락'은 국내 고유 요인 '대주주 이슈' 탓
"일부 매물 출회지만 '파레토 법칙'에 하락한듯"
개인, 이달 코스닥 순매수 많지만 매수 비중 5%P↓
"세금 부과 내년…코스피, 삼성으로 선방한 것" 반론도
"연말 외국인·기관 숏커버링 없어 ...
[이데일리 고준혁 기자] 동학개미운동을 일으키며 국내 증시를 떠받쳤던 개인투자자들의 분노가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 집중되고 있다. 홍 부총리가 대주주 양도세 기준 강화와 관련한 상징적인 인물로 주목받는 가운데, 해당 이슈가 지수 하락에 예상보다 빨리 또 크게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와서다. 특정 이벤트로 주가가 하락하는 현상에 빗대 홍남기 부총리 때문에 하락했다는 의미의 ‘남기락’이라는 표현까지 등장했다.
2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들어 코스피 지수는 0.13% 올랐다. 반면 코스닥 지수의 하락은 가팔랐는데, 무려 7.59%나 내렸다. 특히 코스닥지수는 전날 3.71% 급락하면서 780선도 하회했다. 등락률로 보면 지난 9월 24일 4.33% 하락 이후 가장 큰 낙폭이고, 종가 지수 기준으로는 775.07을 기록한 지난 7월 16일, 3개월 전으로 돌아간 셈이다.
코스닥만 유독 약세를 보인 건 정부가 주식 양도소득세(양도세) 부과 기준인 ‘대주주 요건’을 내년부터 현행 10억원에서 3억원으로 대폭 낮추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애초 대주주 여부를 판단하는 시점이 12월 28일 결정돼 연말께 증시 변동성이 확대될 것으로 예측됐지만, 정부가 대주주 요건 확대에 대한 강한 의지를 내비치면서 개인 물량이 출회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현재로선 정부가 3억원이란 기준은 그대로 유지하되 기존의 직계존비속과 배우자가 합친 가족 합산을 개인별로 전환하는 안을 관철시킬 거란 관측이 우세하다.
한지영 케이프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코스닥이 급락장을 연출하고 있는 것은 국내 고유의 요인인 대주주 양도세 이슈와 관련이 있다고 보고 있다”며 “개인이 흔들리고 있는 걸로 보이며 이는 시총 크기가 아무래도 가벼운 중소형주 위주의 코스닥에 영향이 크다”라고 진단했다.
최유준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일부 시장 참여자들은 정부가 대주주 요건을 완화할 거란 기대를 품고 있다가 지난주 국정감사에서 정부의 확고한 의지를 보고 체념해 당초 예상보다 개인 매물 출회 시점이 빨라진 것으로 보인다”라며 “3억원 기준에 걸리는 투자자들이 절대 다수는 아니겠지만, 소수가 굴리는 거대한 자금이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파레토 법칙이 작용해 지수가 흔들렸을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실제 홍남기 부총리가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대주주 3억 요건 고수 방침을 밝힌 지난 20일 이후 개인투자자는 코스피에서 6308억원 순매도했다. 코스닥에서는 2670억원 순매수했지만 일평균 매수금액은 445억원으로 이달 들어 20일까지 일평균 1364억원 순매수한 것에 비해 매수강도를 낮췄다.
코스닥 시장에서 개인투자자들이 차지하는 매매 비중 역시 90%대에서 이날 86.6%까지 하락했다. 매수세만 따로 떼어봐도 이달초 90%대에서 이날 85%대까지 하락해 ‘동학 개미’의 기세가 움츠러든 셈이다.
지수 하락이 대주주 요건 강화 방침의 영향이란 전문가 분석이 나오면서 개인투자자들의 정책에 대한 반발심은 더욱 커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날 오전 ‘홍남기 기재부 장관 해임을 강력히 요청합니다’라는 청와대 국민 청원에 참여한 인원이 20만명을 넘어선 것이다. 이날 오후 5시 17분께 21만600명을 기록 중이다.
한편 10월 코스닥 하락에 대주주 요건 강화 이슈가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란 반론도 있다. 대주주 판단 시점은 올해 12월 28일로 아직 시간이 남아있는 만큼 최근 코스닥 지수 하락의 큰 요인이 아니란 것이다. 다만 올해 유입된 신규 개인투자자들의 수가 많은 만큼 대주주 요건 강화가 시장 재료로 작용하게 되면 파급력은 클 것으로 예상된다.
염동찬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26일 코스닥만 빠진 것을 뒤집어 보면 코스피가 선방했다고도 할 수 있는데 이는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별세 영향으로 삼성그룹주가 선방했기 때문”이라며 “아직까지는 대주주로 인한 과세는 대주주 여부를 판단하는 12월말 이전이나 실제 세금을 부과하는 기점인 2021년 4월 이전에 몰릴 가능성이 크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과거에도 보면 대주주 과세를 피하기 위해 12월 말 매도물량이 쏟아져 나왔는데, 올해는 양 자체가 커지기 때문에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더 심할 것”이라며 “연말 기관이나 외국인들은 빌려서 팔았던 주식을 되갚기 위한 환매수, 숏커버링을 진행하는데 올핸 공매도도 없었기 때문에 변동성은 더 커질 수 있다”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