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진 비닐이 가방으로”…친환경 패션에 관심 갖는 청년들

by신현지 기자
2020.08.31 00:05:36

쓰레기 문제 해결하는 업사이클링 브랜드 인기
패션 업계도 재활용 쓰레기로 만든 제품 소개해
"원활한 재활용 위해선 올바른 분리수거 필요"

최근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 ‘요즘 20대들 사이에서 자주 보이는 가방.jpg'이라는 제목으로 한 업체의 가방이 화제를 모았다. 주인공은 스위스 친환경 업사이클링 브랜드인 ‘프라이탁(FREITAG)’.

이 회사 제품들은 방수천을 재활용해 제작하며 모든 제품의 디자인은 한 개뿐이다. 이 때문에 '한정판', '나만의 것'에 열광하는 젊은이들 사이에서 인기를 얻고 있다. 폐기한 방화복을 업사이클링 해 가방 등 패션소품을 판매하는 ‘119레오’도 함께 인기 트렌드로 올라오기도 했다.

최근 젊은이들 사이에서 '친환경 패션'이 인기를 얻고 있다. 특히 생활쓰레기 매립이 임계치에 도달했다는 언론보도가 나오면서 업사이클링(재활용품에 디자인 또는 활용도를 더해 그 가치를 높인 제품으로 재탄생시키는 것) 제품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여러 커뮤니티에 20대들 사이 자주 보이는 가방으로 '프라이탁(FREITAG)'이 소개되고 있다. (사진=커뮤니티 캡처)

예뻐서 샀는데 친환경 소비라는 뿌듯함까지

프라이탁 제품을 가지고 있는 A씨(25·남)는 “업사이클링 제품이라는 유니크함과 더불어 착한 소비를 했다는 뿌듯함까지 준다”고 말했다.

또한 최근 20대들 사이 많이 보이는 아웃도어 스포츠 브랜드인 '파타고니아'도 업사이클링 제품들을 출시하고 있다.

이 회사는 재활용 원료를 사용한 폴리에스터 원단으로 만든 티셔츠나 폐그물을 재활용한 모자 등을 내놓으며 친환경 브랜드로도 알려지고 있다. B씨(23·남)은 “옷을 사고 보니 재활용 플라스틱을 이용한 제품이었고 얼떨결에 환경보호자가 된 느낌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러한 업사이클링 제품들은 가격대가 높아 섣불리 구매하기 힘들다는 의견들도 있었다. 똑같은 디자인의 제품이 없다보니 디자인이 예쁜 제품은 더 높은 가격으로 중고거래가 되기도 한다.

C(23·남)씨는 “디자인이 너무 예뻐서 사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20만원대의 제품 가격이 부담스러워 구매를 망설이고 있다”고 전했다.

D씨(23·남)도 “프라이탁의 한정판이라는 매력에 끌려 샀는데 생각보다 내구성이 좋아 계속해서 구매하게 됐다”면서도 “하지만 가격이 너무 비싸다보니 우스갯소리로 비싼 쓰레기를 사서 입는다는 느낌을 버릴 수는 없다”고 전했다.

김효정 환경부 자원재활용과장이 지난 6월 23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폐플라스틱이 고품질 자원으로 거듭난다' 투명페트병 자원재활용과 관련해 브리핑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업계도 소비자도 무브 투 제로캠페인 주목



비싼 가격에 대한 소비자 일각의 거부감에도 최근 패션업계는 친환경 제품을 잇달아 선보이는 추세다.

세계적인 스포츠 브랜드 '나이키'는 ‘무브 투 제로(MOVE TO ZERO)'라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나이키의 ‘스페이스 히피’ 컬렉션은 공장 폐기물과 소비재 폐기물, 재활용 폴리에스테르 등으로 패션 아이템을 만들었다.

이어 나이키는 지난 14일 국내 대표 업사이클링 패션 브랜드 ‘래코드’와 함께 ‘래코드 바이 나이키(RE;CODE by NIKE)’ 협업 프로젝트를 진행해 한정 판매했다. 이를 통해 의류부터 액세서리까지 버려진 재고품 3000여 개가 새로운 의류와 액세서리로 태어났다. 스포츠 브라톱은 가방이 됐으며 스니커즈 밑창은 슬리퍼로 재탄생했다.

미국의 신발회사인 '컨버스'도 지난 7월 재활용 폴리에스테르 50%와 섬유산업 폐기물 50%가 혼합된 모르플론(Morphlon)을 사용한 ‘척테일러 올스타 크레이터’를 출시했다. 아웃도어 라이프 스타일 브랜드 '팀버랜드'의 ‘어반 엑시트 니트 보트 옥스퍼드 슈즈’도 폐플라스틱을 재활용한 리보틀 소재와 생분해성 소재가 50% 들어간 팀버그립(TimberGrip™) 밑창을 탑재했다.

이러한 업계의 노력에는 업사이클링에 관심을 가지는 소비자들의 반응도 뒷받침되었다. 나이키와 래코드가 함께한 '업사이클링 워크숍'에는 배우 류준열을 포함해 4000명이 사전 신청했으며 그중 100명의 참가자가 자신의 옷을 업사이클링 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8월 21일 오전 광주 북구 재활용품선별장에서 북구청 청소행정과 자원순환팀 직원들이 코로나19 장기화로 일회용품 배출량이 증가하자 쓰레기 처리 상황 등 안전점검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업사이클링 하려면 올바른 분리수거 필요

한 누리꾼은 ‘업사이클링 해도 깨끗할 줄 알았는데 얼룩이 그대로 남아있네?’라며 제품의 위생상태를 문제 삼았다. 재활용 원료를 그대로 살리는 제품의 얼룩이나 흠집 등은 어쩔 수 없이 감안해야 하는 부분이었다.

다만 페트병과 같은 재활용 쓰레기를 재생원료로 가공해 제품을 생산하는 경우에는 헌 제품의 모습을 찾아볼 수 없다.

환경부는 올해 2월부터 시행된 '투명페트병 별도 분리배출 시범사업'에 따라 수거한 페트병을 국내 기업들과의 협업하여 고품질 재활용 제품으로 재생산하고 있다.

환경부는 시범사업의 성과 발전을 위해 수거부터 제품생산까지의 전 과정의 제도개선을 추진한다. 우선 깨끗한 투명페트병을 수거해 재활용할 수 있도록 오는 12월부터 '투명페트병 별도 분리배출' 사업을 전국 아파트로 확대 시행한다.

하지만 모든 쓰레기들이 재활용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환경부 자원재활용과 관계자는 “우선 투명 페트병만 재생과정을 거쳐 실을 뽑을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이물질이나 접착제 등이 있는 경우 실이 끊어져 오염도 기준에 따라 가공 유무를 정한다”고 말했다. 이어 “재활용 쓰레기가 깨끗이 배출되면 굳이 선별 과정을 거치지 않고 재활용 업체로 갈 수 있다”며 “깨끗이, 따로, 별도 수거, 압축, 재활용을 기억해 분리수거를 해주시면 쓰레기 재활용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스냅타임 신현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