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큰 손' 된 동학개미…성장주 베팅 이어가나
by이슬기 기자
2020.07.09 01:30:00
외국인 연초 이후 27조원 매도…시총 비중 점점 축소
개인은 40조원 매수…하반기에도 증시 유입 가능성↑
"채권·예금 기대수익률 낮아…부동산은 규제에 직면"
개인의 성장주 편식 가속화할듯…실적개선株 ''주목''
[이데일리 이슬기 기자] ‘동학개미운동’의 주역인 개인투자자가 한국 증시의 큰 손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외국인들이 대규모의 주식을 팔고 한국 시장을 떠나면서 그 자리를 개인투자자가 메우고 있기 때문이다.
증권가에선 채권·부동산 투자 등이 녹록지 않은 상황인 탓에 개인투자자의 증시 진입이 하반기에도 이어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개인투자자들의 성향상 안정적인 투자보다는 성장 가능성이 있는 주식에 쏠릴 것이란 전망이다.
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코스닥·코넥스 시장의 시가총액 대비 외국인 보유금액 비중은 7일 기준 31.65%를 기록했다. 한국 증시 내 외국인 투자자의 비중은 연초에만 해도 35%대였는데 꾸준히 줄면서 급기야 31%대까지 떨어진 것이다.
이는 그만큼 외국인들이 국내 주식을 팔아치우고 떠나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상반기 외국인은 코스피·코스닥 시장에서 26조 4578억원을 팔아치웠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반기 기준으로 외국인이 이만큼 주식을 팔아치운 건 1999년 자료 집계 이후 처음이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점차 가시화되던 2007년 상반기에도 외국인의 순매도금액은 24조 8965억원 수준이었다. 하반기에도 비슷한 추세를 이어가고 있는데 연초 이후 지금까지로 따지면 총 27조7391억원어치의 주식을 팔아치웠다.
외국인들이 떠나고 남은 자리를 메운 건 개인투자자다. 개인투자자는 연초 이후 지금까지 코스피·코스닥 시장에서 총 40조 6981억원어치 주식을 사들였다. 증시 대기자금도 좀처럼 줄어들고 있지 않다. 잠재적 투자자금으로 볼 수 있는 투자자예탁금은 2월 말까지만 해도 30조원을 밑돌다가 한 달 만인 3월 말 45조원을 웃돌더니 현재까지도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증권가에선 개인투자자의 증시 유입이 하반기에도 지속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주식시장은 외국인과 기관이 떠나면서 개인투자자가 큰 손으로 자리잡았다”면서 “채권과 예금은 기대수익률이 낮고, 부동산은 강한 규제에 직면한 상황이라 하반기에도 개인투자자가 증시를 견인하는 흐름이 이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그는 “최근 총통화(M2)가 늘어나고 있는데 예금회전율이 빨라질수록 유동성 유입효과로 인해 주식시장 규모도 커질 수 있다”고도 덧붙였다.
관건은 주식시장의 키를 잡은 개인투자자의 움직임이다. 올 상반기 코스피 시장에서 일평균 거래대금의 60.3%는 개인이 차지했을 정도로 개인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만 해도 개인이 차지한 코스피 시장 일평균 거래대금은 47.5%밖에 되지 않았었다.
전문가들은 성장주로의 관심 쏠림이 지속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개인투자자는 안정적인 투자보다는 큰 수익률을 추구하는 경향이 짙기 때문이다.
이경수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최근 수급주체는 패시브 중심 투자를 하는 외국인과 기관이 아닌 종목 위주로 투자를 하는 개인인 상황”이라며 “이들은 유튜브 등으로 주식을 접한 터에 실적주에 대한 베팅에 능숙하고, 지금처럼 향후에도 경기 및 실적의 방향성을 회복으로 보고 이를 주도할 수 있는 대상을 찾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개인투자자의 경우 벤치마크를 기준으로 성과를 평가받는 외국인이나 기관과 달리, 벤치마크로부터 자유롭기 때문에 더 과감하게 종목 위주의 베팅을 할 수 있다고도 지적했다.
한편 일각에선 개인투자자 중심의 투자환경이 변동성을 키울 수도 있다고 분석한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개인투자자는 작은 이벤트에도 민감하게 반응하는 경우가 많다”며 “수급 주체가 개인으로 점점 쏠리게 될 경우 증시가 각종 이벤트에 영향을 받으며 변동성을 키울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