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선 한달 20% 대출 금리도 낮은 수준‥韓 금융사엔 기회의 땅"

by김유성 기자
2020.04.15 06:00:00

[만났습니다]① 이철원 밸런스히어로 대표
인도 통신시장, 대부분 선불 충전방식
데이터량 확인서 대출로 서비스 확장
앱 ''트루밸런스'' 이용자 3000만명

[이데일리 김유성 기자] “저금리에 시달리지 말고 인도로 진출해야 합니다.”

이철원(49·) 밸런스히어로 대표가 13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밸런스히어로는 인도 현지시장에 진출한 한국의 간판 핀테크업체다. 인도에서 밸런스히어스의 애플리케이션 ‘트루밸런스’를 이용자하는 사용자가 3000만명에 달한다. 애플리케이션 다운로드 수는 7000만건이다. 지난 2018년 7월 9일 문재인 대통령이 인도를 방문했을 때, 인도에 정착한 대표 한국 스타트업으로 소개되기도 했다.

핀테크 스타트업 밸런스히어로 이철원 대표는 최근 이데일리와 인터뷰에서 “인도에서 한달 10~20%의 대출 이자를 받는다”면서 “인도 시장의 다른 대부업체들과 비교하면 정말 낮은 수준”이라고 말했다.(사진=밸런스히어로 제공)
그간 선불폰의 잔액을 확인해주는 서비스를 해오던 밸런스히어로는 작년 말부터 대출까지 사업을 확장했다. 우선 한달에 얼마나 핸드폰 사용료를 충전하는지, 그 사람이 어떤 스마트폰을 쓰는지 등을 고려해 소득 수준을 추정하고 신용도를 평가한다. 그 데이터를 근거로 소액 대출을 해주는 구조다. 사업 개시 3개월만에 인도내 대출 승인 건수가 하루 4만건에 달한다. 한국의 전금융기관의 대출신청 건수가 1만5000건 수준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엄청한 규모다.

이 대표는 인도 금융시장 확대를 위해 국내 P2P(개인간거래)금융 기업들, 또 시중은행 등과 접촉하고 있다고 밝혔다. 인도 소액 대출 사업을 더 확대하기 위해서다.

인도의 금리 수준은 한국과 차이가 크다. 시중은행의 대출 금리는 연리 9.4%에서 20% 사이에 형성돼 있다. 인도 정부의 규제가 없는 사채 시장 금리는 더 살인적이다. 하루 1%씩 1년에 약 300% 이자를 받는 경우도 허다하다.

이 대표는 “인도에서 한달 대출 금리 10~20% 수준으로 제공하고 있다”면서 “인도시장의 다른 대부업체들과 비교하면 정말 낮은 수준”이라고 말했다. 그는 “80년대 일본 자금이 국내 대부 시장을 석권했던 것처럼, 한국의 금융회사들도 인도 시장에서 충분히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이 대표와의 일문일답.

△대부분의 사용자들은 은행 계좌나 온라인 거래 기록이 없다. 일반적인 대출 기관에서는 이들의 소득 수준이나 신용도를 알아보기 힘들다. 그런데 우리는 가능하다. 바로 사용자들이 남긴 데이터를 통해서다. 우리 서비스의 핵심축이기도 하다.

△각 사용자가 남긴 데이터를 보면 된다. 보통 얼마를 충전하는지, 얼마나 자주하는지 데이터를 보면 된다. 이런 충전 기록을 보면 소득 수준이 대략적으로 어느 구간에 속하는 지 알 수 있다. 핸드폰 모델을 어떤 걸 쓰는지도 참고 자료가 된다. 또 어떤 앱을 주로 많이 사용하는지도 신용을 평가하는 요소가 된다. 예컨대 와츠앱이나 페이스북, 캐주얼 게임을 많이 하는 사람들과 아마존 앱을 쓰는 사람들 간의 소득 차이도 짐작할 수 있다. 실제 대출을 실행하고 상환하는 기록도 데이터가 된다. 이런 데이터를 기반해 신용점수를 만들고 이에 따라 대출 사업을 할 수가 있다.

△초기 단계라서 조심스럽지만 대출 건수는 하루 4만건까지 올라가 있다. 디지털로 진행하는 건수만 4만건이다. 소액대출, 할부금융, 외상 결제 등을 모두 합한 숫자이다. 물론 소액이 대부분이다. 한국내 하루 대출 신청 건수가 1만5000건이란 점을 비교했을 때 의미있는 숫자다.



△앞서 언급한대로 대부분의 인도인들은 신용도를 평가할 만한 공식적인 데이터가 없다. 일수 같은 비싼 소액 대출을 많이 쓴다. 아침에 빌려 하루 이자 1%를 더해 저녁에 갚는 게 흔하다. 우리는 한달 10~20% 이자를 받는다. 경쟁업체들과 비교하면 싼 편이다.

△우리가 갖고 있는 자본금으로 하기 어렵다. 외부에서 대출을 받거나 펀딩을 통해 조달하고 있다. 한국 업체들과도 소통을 하고 있다. 지난 4~5년은 서비스 기반을 다져온 시간이었고 앞으로가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시간이라고 본다. 올해내 손익분기점을 맞출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2023년께 해외증시 상장도 목표로 두고 있다.

△처음부터 B2C 시장에 진출한 것은 아니다. 2014년 7월 ‘엑세스모바일’이라는 회사로 시작했다. 인도와 동남아시아 통신사에 부가서비스를 만들어 납품하던 회사다. 우리가 투자를 해서 시스템을 만들고 거기서 나오는 매출을 나누는 형태였다. 자연스럽게 각 나라에 법인을 만들고 현지 직원을 고용하게 됐다. 그러던 중 인도에서 모바일 선불제 유저가 많다는 점에 주목했다. 인도 통신 시장은 선불제 충전식 휴대폰 요금제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인도내 전체 휴대폰 사용자중 90%는 수시로 남은 통화량과 데이터량을 체크해야 한다. 미리 충전해야 통화가 끊기는 낭패를 면할 수 있다. 이들에게 통화·데이터 잔량을 확인하고 충전을 돕는 앱을 2014년 12월에 출시했다. 이게 시작이었다.

△제일 중요했던 포인트는 인도가 갖고 있는 독특함이다. 핀테크가 뿌리내리는 계기는 나라마다 다르다. 예컨대 중국은 알리페이나 위챗 등이 포털이나 메신저 기반에서 핀테크 서비스가 파생됐다. 그런데 인도는 대부분의 업체들이 모바일 충전(리차지)로 시작해서 핀테크로 간다. 선불 요금제를 쓰는 사람들이 많다보니 한달에 2~3번 충전해서 쓴다. 그만큼 자주 쓴다는 얘기다. 이런 루트를 확보하면 결제 등 다른 서비스로 확장할 수 있다. 전형적인 인도 핀테크 기업들의 사업 확장 경로다.

우리도 마찬가지였다. 충전 전에 통화·데이터량 잔량을 확인해주는 서비스로 사용자 저변을 넓혔다. (한번 깔면 수시로 볼 수 밖에 없다.) 잔액확인 이후 충전, 결제, 할부금융, 대출 등으로 사업을 확대할 수 있었다.

△1971년 서울 출생 △서울대 국제경제학과 졸업 △시카고대 공공정책 석사 △리얼네트워크 아태사업팀장 △엑세스모바일 CEO △2015년~현재 밸런스히어로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