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연준, 회사채 뿐 아니라 필요하면 주식도 매입해야"

by이준기 기자
2020.03.23 05:00:00

[인터뷰]②베리 아이켄그린 미국 UC버클리 경제학교수
BOJ ''주식매입'' 지목하며…"美, 日디플레보다 훨씬 심각"

사진=아이켄그린 교수 제공
[뉴욕=이데일리 이준기 특파원]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코로나19발(發)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아직 꺼내 들지 않은, 다양한 옵션들을 가지고 있다.”

국제금융 전문가인 베리 아이켄그린 미국 캘리포니아대 버클리 캠퍼스(UC버클리) 경제학과 교수는 19일(현지시간)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현재 연준이 금융시스템을 유지하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하고 있어 안심은 되지만, 아직 유동성이 충분하게 공급되지는 않은 상태”라며 “연준이 보다 더 적극적인 액션을 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연준은 제로금리 정책·양적완화(QE) 재개는 물론, 통화스와프 추가 체결·기업어음(CP) 매입기구 설치·프라이머리 딜러 신용공여제 재도입·머니마켓 뮤추얼펀드 유동성 장치 가동 등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동원했던 비상조치들을 모두 꺼내든 상태다.

그러나 이같은 연준의 적극적 대응에도 불구, 여전히 기업들이 자금조달에 허덕이고, 이로 인해 회사채 시장이 얼어붙으면 기업 줄도산을 피할 수 없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연준이 회사채를 직접 매입하는 등 과거보다 더 적극적인 개입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연준의 회사채 직접 매입은 전례가 없는 일로, 만약 현실화할 경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차원을 뛰어넘는 특단의 대책으로 평가받게 된다.

아이켄그린 교수는 “양적완화의 확대와 회사채 매입은 물론, 연준은 주식 매입까지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일본은행(BOJ)이 최근 상장지수펀드(ETF) 매입액을 연간 6조 엔에서 12조 엔으로 2배 늘린 사례를 들며 “지금 미국이 마주한 코로나19발 위기는 일본의 디플레이션 문제보다 훨씬 심각하다”고 연준이 주식시장을 떠받치기 위한 적극적 행동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현행법상 연준은 자체적으로 회사채와 주식을 살 수 없어 미 재무부의 승인과 미 의회의 법 개정을 거쳐야 하지만 상황이 심각해지는 만큼, 미 의회도 종국엔 이를 받아들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우리는 이미 미래의 언젠가가 아닌, 바로 지금 경기침체의 한복판에 서 있다. 코로나19발(發) 경기침체에 따른 증시 폭락은 놀라운 게 아니다.

△이 역시 놀랍지 않다. 빚을 갚기 위해 기업들엔 달러가 필요하다. 보유 채권과 기업어음 등 팔 수 있는 건 모두 팔아야 하는 상황이다. 그래서 그 시장들도 폭락하고 있는 것이다. 코로나19는 이미 팬데믹(세계적 대유행·pandemic)이며 이 상황이 더 나아지지 않은 한, 모든 시장의 폭락장은 멈추지 않을 것이다.

△공중보건 대응에 달렸다고 본다. 그러나 미국이 한국만큼 효율적으로 코로나19 검진을 하고 확진자를 격리할 수 있을 지 의문이다. 지금까지 지켜본 바로는 가능해 보이지 않는다.

△맞다. 공중보건 대응 다음으로 중요한 게 정책 대응이다. 연준을 비롯한 각국 중앙은행들이 지속적으로 수요에 맞게 시장을 지원할 것인지, 또 트럼프 행정부가 ‘2조달러’ 규모의 부양책을 동원할 건지에 달렸다. 이 모든 게 확실해져야 나는 침체의 깊이와 길이를 예측할 수 있을 것이다.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장관은 (부양책 규모가) 최대 1조3000억달러에 달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이 정도로는 부족하다. 7000억달러 정도 더 늘려야 한다. 부양책 규모가 2조달러는 돼야 한다.

△수요 붕괴로 인한 인플레이션은 즉각적인 위험은 아니다. 연방정부가 10년간 1% (이자율)로 돈을 빌릴 수 있을 때는 연방정부의 추가 지출이 인플레이션을 야기할 이유가 없다. 물론 재정위기는 위험하다. 그러나 이는 과도한(excessive) 정부지출이 아닌, 부적절한(inadequate) 정부지출에서만 비롯된다.

△부적절한 정부지출은 훨씬 더 큰 수요의 붕괴와 기업파산, 더 나아가 은행 시스템과 회사채·기업어음을 들고 있는 다른 기관들에 문제를 야기할 것이다. 현재 연준이 금융시스템 구석구석을 유동적으로 유지하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활용하고 있어 안심은 된다. 그러나 유동성은 충분하지 않다. 부적절한 부양책으로 대출자가 파산하면 금융기관도 부실해질 수 있다. 그리고 파산한 금융기관은 결국 재정위기를 초래한다.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과 제롬 파월 미국 연준 의장. 사진=AFP
△아니다. 연준은 아직 그들이 할 수 있는 풍부한 옵션들을 갖고 있다. 양적완화(QE) 확대부터 회사채 매입, 심지어 일본은행이 현재 진행 중인 주식 매입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지금 미국이 마주한 코로나19 위기는 일본의 디플레이션 문제보다 훨씬 심각하다. 물론, 연준이 이러한 일들을 하기 위해선 미 재무부의 승인과 미국 의회의 연방준비제도법 개정이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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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므누신 장관은 최근 ‘미 의회가 (트럼프 행정부의) 주요 경기부양책에 합의하지 못하면 실업률이 20%까지 치솟을 것’이라는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이건 최악의 시나리오에 가깝다. 만약 미 의회가 ‘2조달러’ 부양책을 통과시킨다면, 미국의 실업률은 2월 수준의 2배 정도 수준에서 머물 것이다. 그리고 올가을쯤 다시 천천히 내려올 것이다. 내가 보는 최고의 시나리오다. 물론 이 역시 올해 가을 전 코로나19 확산이 정점을 지나야 가능한 일이다.

△먼저 의료분야에선 바이러스 억제를 위해 검사와 입원 능력을 끌어올리는 데 온 힘을 쏟아부어야 한다. 이것이 이뤄지지 않는 한 트럼프 정부가 하는 다른 어떤 정책도 약발이 먹히지 않을 거다. 거시경제적 측면에선 무엇이든 ‘더 빨리, 더 많이 하는 것’이 ‘기다리고 덜 하는 것’보다 낫다.

달러스와프는 2가지 측면서 중요하다. 첫째 달러는 무역금융과 무역 결제에 사용되는 주요 통화이기 때문에 달러를 제공하면 무역이 붕괴하는 걸 막을 수 있다. 둘째, 외국 중앙은행들은 달러 유동성에 허덕이고 있는, 달러 부채를 가진 은행·기업에 더 많은 달러를 공급할 수 있다. 그러나 금융안정에 대한 또 다른 많은 위협이 있다. 위기는 아직 해결되지 않았다.

세계적 국제금융·통화정책 전문가다. 금융시스템 연구에 주력해 왔다. 예일대 경제학·역사학 석사와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고 국제통화기금(IMF) 수석정책자문위원·전미경제연구소(NBER) 연구위원 등을 지냈다. 한국은행 자문교수·UC버클리 한국학연구소 전임교수 등을 거친 미국내 대표적인 지한파 학자다. 2010년에 국제슘페터학회 슘페터상을 수상했고 미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가 뽑은 ‘세계 가장 영향력 있는 지식인 100인’에 선정되기도 했다.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 사진=AF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