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한일전쟁]편의점·H&B 스토어로 확산하는 ‘No 재팬’

by이윤화 기자
2019.08.11 09:43:00

맥주 이어 화장품, 과자 등 전제품으로 번지는 일제 불매
GS리테일 “맥주 이어 일본 관련 전제품 프로모션 중단 결정”
CU, 일본 직소싱 제품 판매중단 및 국내 중소기업 대체품 찾아
올리브영·랄라블라·롭스, 日제품 매출 하락에도 마케팅 자제

지난달 6일 오후 대구 달서구 대천동 유니클로 매장 앞에서 한 시민이 일본 경제 보복의 부당함과 일본 제품 불매 동참을 호소하는 릴레이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데일리 이윤화 기자] 온라인상에서는 이른바 ‘제2의 유니클로’ 찾기가 한창인 가운데 오프라인 유통업계로까지 ‘노 재팬(No Japan)’ 움직임이 확산하고 있다.

1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가맹점 형태로 운영하는 편의점 및 디럭스토어 등의 운영 특성상 전제품을 한 번에 발주 중단하거나 판매 금지 조처를 내리기는 어렵지만 대체 상품을 찾고 프로모션을 자제하는 등의 방식을 선택하고 있다.

CU의 반반 모찌롤. (사진=BGF리테일)
유통업계 중에서도 편의점은 ‘국민정서’에 맞춰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BGF리테일의 CU는 그동안 판매하던 일본 관련 제품 △리얼모찌롤(플레인·초코·딸기) 3종 △나가사키짬뽕 △돈코츠라멘 △소유라멘 3종을 국산 제품으로 대체 혹은 발주 중단하겠다는 결정을 내렸다. CU는 일본에서 직소싱하던 상품들은 이미 수입을 중단한 상태이며, 기존 재고가 소진되는 대로 유사한 맛과 품질의 상품으로 대체할 예정이다.

이달 8일 출시한 신상품 모찌롤에도 모찌롤이라는 표현 대신 ‘쫀득멜론롤케익’, ‘수박롤케익’이라는 상품명을 달았다. 또 이달부터는 일본 상품을 ‘1+1 행사’ 대상에서 제외했다.

BGF리테일 관계자는 “어디까지 일본 상품으로 볼 것인가에 대해 애매한 상품들(일본과 국내 지분율이 비슷하거나 투자 유치를 받은 기업들 제품)도 있다”면서도 “기존 상품 중에서도 일본을 연상할 수 있는 표현이나 디자인이 들어간 상품들의 패키지와 상품명을 변경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GG리테일과 이마트24 역시 이번달부터 맥주할인 행사에 일본맥주를 제외하기로 한데 이어 식품을 포함한 전체 카테고리 내 일본산 제품을 할인대상에서 제외하겠다고 전했다. 또한 세븐일레븐을 운영하는 코리아세븐은 지난 1일 전국 9700여개 점포에 ‘코리아세븐은 대한민국 기업입니다’라는 긴급 안내문을 발송하기도 했다.



서울의 한 올리브영 매장에서 판매하고 있는 ‘모리나가 제과’의 캐러멜 제품. (사진=이윤화 기자)
편의점 업계뿐만 아니라 올리브영·랄라블라·롭스 등 화장품, 식품 등 일본산 제품 취급이 비교적 많은 헬스앤뷰티(H&B) 매장 역시 일본 불매운동이 장기화하면서 매출하락을 면치 못하고 있다. 그럼에도 협력사 계약 문제와 점주들 운영 권한 보장 등의 이유로 일본산 제품의 발주 및 판매 중단 조치를 내릴 수 없는 상황이다.

GS리테일이 운영하는 랄라블라에 따르면 6월(17일~23일) 대비 7월 매출이 한 달 만에 최대 20% 이상 감소한 제품도 있다. 일본 제품의 매출이 하락하는 만큼 반대로 국내 제품 매출은 올라갔다. 헤어제품 중에서는 갸스비가 7.2% 감소했고, 미쟝센은 3.5% 늘었다. 핸드워시는 아이깨끗해가 12% 감소했으며, 메소드핸드워시는 매출이 8.4% 증가했다. 남성올인원 화장품의 경우에는 우르오스 매출이 25.6% 감소했고 브로앤팁스는 26.1% 올랐다.

올리브영도 상황과 입장은 비슷하다. 전체 일본 제품 매출이 불매운동 전과 비교해 약 7% 정도 하락했지만 협력사 계약 문제가 있어 일본 제품 진열 및 판매를 일시에 중단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전범 기업으로 알려진 ‘모리나가 제과’의 캐러멜 등 논란이 되고 있는 상품에 대해서도 쉽사리 판매 중단 결정을 내리기 어려워 본사차원에서 검토만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올리브영 측은 전 매장 직원들이 볼 수 있는 사내 게시판을 통해 일본 제품 대체 상품을 안내하고 마케팅 상품 군에 적극 배치하지 않는 등의 지침을 내리며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고 전했다.

롯데쇼핑 계열의 롭스 역시 일본 관련 제품을 많이 취급하고 있지만 본사 차원의 발주 중단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아직 쓰던 제품을 찾는 소비자들이 있고 점주들이 발주하는 시스템인 경우에는 일본 관련 상품이라고 해서 일방적으로 한 번에 판매를 중지할 수 없어 불매나 소비 권한은 전적으로 소비자에게 맡기고 있다”면서도 “대신에 일본 관련 제품 판매 추이가 떨어지고 있어도 프로모션에서 제외하는 등 적극적인 마케팅은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