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 울리는 CB 리픽싱]전환가 조정 남발…개미들만 눈물

by박태진 기자
2019.06.05 05:10:00

올해 CB 발행 후 리픽싱한 코스닥업체 33%↑
리픽싱 남발하며 대주주 배만 불린다는 지적
전문가 신중론… “전환율 규제, 시장논리 위배”

[그래픽=이데일리 이동훈 기자]


[이데일리 박태진 기자] “전환사채(CB)를 발행 후 전환가액을 조정하면서 주주들의 피해가 아주 극심한 상태입니다. 주가도 좋지 않아 저처럼 개인 투자자들은 아주 큰 재산상의 피해를 보고 있는데도 회사는 아랑곳하지 않고 있어서 미칠 지경입니다.”

중소기업 A사의 주주 이모씨는 요즘 울상이다. 회사가 2017년 CB를 발행하기로 한 후 지난해 5월부터 매월 전환가액을 낮추는 리픽싱을 하고 있어서다. 그는 A사뿐만 아니라 다른 회사들도 CB 발행 및 리픽싱을 남발하며 소액주주들의 주식 가치를 희석시키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 회사의 주가는 지난 3일 장중 한때 연중 최저점을 찍으며 곤두박질 쳤다.

4일 한국거래소 기업공시채널(KIND)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 3일까지 코스닥 상장사 중 CB 전환가액을 조정한 공시는 총 418건(회사별 중복 포함)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년동기 307건보다 36.2%(111건) 더 늘어난 수치다. 유가증권(코스피) 상장사 중 올해 리픽싱 건수는 총 102건으로 전년동기대비 59.4%(38건) 증가했다.



CB는 일정한 조건에 따라 채권을 발행한 회사의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권리가 부여된 채권을 말한다. 주가가 떨어질 경우 전환가액을 낮추는 리픽싱 조항이 포함돼 있다. 전환가액은 1개월 가중산술평균(각 항목의 비중을 고려해 구하는 평균)주가, 1주일 가중산술평균주가 및 최근일 가중산술평균주가를 산술평균한 가액 이상으로 정한다.

문제는 회사가 CB를 발행한 후 리픽싱을 하면서 전환가액 전환율을 턱없이 낮추는 데 있다. 증권 발행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전환가액의 하향조정은 최초 발행가의 70%에 해당하는 가액으로 결정된다.

그러나 일부 기업은 리픽싱때마다 조항을 새로 넣어 액면가까지 낮추기도 한다. 결국 피해는 고스란히 소액주주에게 전가되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리픽싱을 통해 기업의 자금 유치는 용이해지지만, 기존 투자자 입장에선 주식 잔량이 많아져 보유주식 가치 하락으로 피해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