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K 합쳐 점유율 52%…韓 낸드플래시 독주

by양희동 기자
2018.04.06 06:00:00

''도시바 사태'' 이후 승자는 한국
선제투자로 5·6세대 제품 선점
美 거센 통상압박 속에서도 우위
WD·마이크론 등 美업체 하락
삼성전자, 9년 만 점유율 40% 넘겨
SK하이닉스도 11.6%로 1%p↑

[이데일리 이서윤 기자]
[이데일리 양희동 기자] 원전 사업 부실로 촉발된 일본 ‘도시바 사태’ 여파로 작년 한 해 치열하게 전개됐던 글로벌 낸드플래시 메모리 점유율 경쟁에서 한국이 사실상 승리한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 등 국내 양대 업체의 낸드플래시 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말 기준 50% 선을 돌파했다. 반면 30% 중반대였던 미국 기업들의 점유율은 20%대로 밀려날 위기에 처했다. 미국 트럼프 정부의 거센 통상 압박 속에서 한국이 주도권을 쥔 메모리 분야는 올해도 글로벌 경쟁에서 우위가 예상되고 있다.

5일 시장조사기관 IHS마킷에 따르면 2017년 4분기 글로벌 낸드플래시 시장은 삼성전자가 점유율 40.4%로 1위를 기록했고 도시바(16.2%), 미국 웨스턴디지털(14.8%), SK하이닉스(11.6%), 마이크론(9.9%), 인텔(5.7%) 등의 순으로 집계됐다. 특히 삼성전자가 낸드플래시 시장에서 점유율 40%를 넘긴 것은 지난 2008년 이후 9년 만이다. 한국 업체들의 점유율은 전체 시장의 절반이 넘는 52.0%에 달했다.

낸드플래시는 대용량 서버용 등으로 각광받고 있는 SSD(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를 비롯해 4차 산업 관련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비(非) 휘발성 메모리다. 그 원천 기술을 보유한 도시바가 회계 부정 등으로 대규모 적자가 드러났고, 지난해 2월 메모리사업부 매각 계획까지 발표하면서 낸드플래시 시장은 요동치기 시작했다.

세계 2위 업체인 도시바가 위기에 빠지자 3~4위를 달리고 있던 웨스턴디지털과 마이크론 등 미국 업체들은 점유율 확대에 공격적으로 나섰다. 도시바와 협력 관계였던 웨스턴디지털은 메모리사업부 인수전에 뛰어들었고, 마이크론은 상대적으로 약세였던 SSD 분야에서 ‘가성비’를 앞세운 중저가 제품을 연이어 출시했다.

하지만 1위 업체인 삼성전자가 세계 최대 규모의 평택 반도체 공장을 지난해 7월 본격 가동했고, SK하이닉스가 도시바 메모리사업부 지분 참여에 성공하며 전세는 하반기 이후 급격히 한국 쪽으로 기울었다. 주요 메모리 업체 중 2017년 말 기준 전년 동기와 비교해 점유율이 상승한 곳은 삼성전자(36.1%→40.4%), SK하이닉스(10.3%→11.6%) 등 두 곳뿐이다. 우리나라 수출에서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무역협회 자료)도 2016년 12.6%에서 2017년 17.1%로 4.5%포인트나 급증했다. 이는 최근 5년 새 최대 증가폭이다.

반면 웨스턴디지털(15.7%→14.8%), 마이크론(12.3%→9.9%), 인텔(6.8%→5.7%) 등 미국업체의 점유율은 오히려 하락했다. 반도체업계 한 관계자는 “지난해 메모리 수요가 공급을 훨씬 뛰어넘는 타이트 한 수급 상황에서 생산량을 늘릴 수 있는 곳은 삼성전자 정도였다”며 “기술 격차 측면에서 4세대 64단 및 72단 3D낸드 제품 양산이 가장 빨랐던 것도 승기를 잡은 주요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올해도 낸드플래시 시장은 전년보다 더 가파른 성장세가 예상되고 있다. 업계는 낸드플래시의 비트그로스(반도체 성장률)를 40% 대로 잡고 있다.

삼성전자는 3D낸드 수요 증가에 대응하기 위해 이미 중국 시안 반도체 사업장에 약 8조원을 투자, 지난달 28일 기공식을 갖고 2기 라인 건설에 돌입했다. 또 이재용 부회장 석방 직후인 지난 2월 초에 총 30조원 가량이 투입될 평택 반도체 공장 2라인도 투자도 결정, D램에 이어 낸드플래시에서도 50%에 육박하는 시장 점유율을 노리고 있다.

SK하이닉스도 지난해 세계 최초로 개발한 4세대 72단 3D낸드에 이어 5세대 96단 및 6세대 128단 제품의 동시 개발을 추진하며 기술 선점에 나서고 있다. 또 도시바 메모리사업부 지분 참여도 4~5월 중 최종 마무리 지어, 세계 2위인 D램에 이어 낸드플래시도 2위권 진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

최근 미·중 간 ‘무역 전쟁’ 위기 고조로 인해 자칫 우리 반도체 산업에 불똥이 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미국 무역대표부(USTR)이 지난 3일(현지시간) 공고한 고율 관세 부과 대상 중국산 품목에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중국 시안과 우시 공장에서 생산하는 메모리 제품은 모두 빠진 상태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메모리 분야에선 우리 업체들의 제품 경쟁력이 탁월하고 점유율도 50~80%에 달해 통상 압박에 따른 위험은 미미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데일리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