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리베이트 근절, 노바티스 잡으려다 환자만 잡을라

by강경훈 기자
2017.04.14 05:04:00

[이데일리 강경훈 기자] 글로벌 제약사인 노바티스의 불법 리베이트 제공 혐의에 대한 보건 당국의 행정처분 때문에 애먼 환자들이 피해를 받게 될 위기에 처하게 돼 논란이 일고 있다.

한국노바티스는 2011년부터 5년 동안 의사들에게 26억 상당의 불법 리베이트 제공 혐의로 검찰에 적발돼 대표이사 등 전현직 임직원 6명이 불구속 기소됐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노바티스의 33개 품목에 대해 3개월 판매정지에 갈음하는 2억원의 과징금을, 9개 품목은 판매정지 처분을 내렸다. 보건복지부는 식약처의 행정처분을 바탕으로 대체 약이 개발돼 있는 일부 품목을 건강보험 적용 리스트에서 퇴출시키는 ‘투아웃제’를 적용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면 이 약을 쓰는 환자들은 1년 동안 약값 전액을 부담해야 한다.

문제는 퇴출 예정 약 중에 글리벡이라는 백혈병치료제가 포함돼 있다는 것이다. 이 약은 30%에 불과하던 백혈병 생존율을 90%로 끌어 올려 백혈병을 불치병에서 완치가 가능한 병으로 바꾼 약이다.



복지부는 글리벡의 특허 만료로 30여 종의 복제약이 나와 있고 글리벡 외에 타시그나, 스프라이셀, 슈펙트 등 효과가 더 좋은 약이 이미 개발돼 있기 때문에 퇴출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복제약을 비롯해 글리벡보다 효과 좋고 내성 적은 약들이 나왔다고 해도 글리벡의 시장점유율은 60%가 넘는다. 새로 진단받은 환자는 더이상 글리벡을 쓰지 않을 수도 있지만 글리벡만 있을 때부터 쓰기 시작한 환자들은 내성이나 부작용이 생기지 않는 한 약을 바꿀 이유가 없다.

환자단체는 “신약이나 복제약으로 교체할 경우 드물지만 내성이나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며 글리벡에 대한 건강보험 지속 적용을 요구하고 있고, 일부 시민단체는 불법 리베이트 근절을 위해서는 퇴출에 예외를 두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리베이트 근절이 목적이라면 건강보험 급여 퇴출로 환자에게 불편을 끼치기 보다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도입하는 게 더 효과적일 것이다. 수백억원에서 수조원의 벌금을 각오하고 불법 리베이트를 저지를 간 큰 회사는 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