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유의 웹툰파헤치기] 군대의 추악한 민낯… 레진코믹스 ‘D.P 개의 날’

by김정유 기자
2017.03.25 06:00:00

2015년 연재 시작, 김보통 작가의 두 번째 장편웹툰
탈영병 쫓는 ''디피'' 이야기 다뤄… 최근 영화화 결정

[이데일리 김정유 기자]몰랐다. 정말 몰랐다. 실제 디피(D.P)라는 헌병대 소속의 군무이탈 체포전담조가 있었는지. 레진코믹스의 웹툰 ‘D.P 개의 날(이하 개의 날)’를 보기 전까지 말이다. 디피는 우리나라 육군에 실제 있는 헌병 보직으로 탈영병을 체포하는 것이 주 업무다. 특이한 소재의 이 웹툰은 ‘아만자’로 데뷔 첫 해 ‘오늘의 우리문화상’을 수상한 김보통 작가의 두 번째 장편만화다. 아만자로 일본에서 약 1200만 조회를 기록한 김 작가의 작품인 만큼 처음부터 기대감을 높이기엔 충분했다. 암울한 군대 속 이야기를 어떻게 펼쳐나갈 지, 그리고 디피는 도대체 어떤 역할을 할 지 1화를 클릭하는 순간부터 여러 궁금증과 기대감이 머릿속을 때렸다.

D.P 개의 날은 디피의 시선으로 군대에서 탈영까지 내몰린 젊은 청춘들의 고민을 그렸다. ‘군인 잡는 군인’이라는 콘셉트 하에 쫓는 이의 시선으로 웹툰의 스토리가 흘러간다. 처음에는 ‘나쁜 탈영병들을 멋지게 잡는 디피의 활약상을 그린게 아닐까’라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그 반대였다. 김 작가가 작품을 통해 보여주고 싶었던 모습은 탈영 그 자체가 아닌 그들의 억울함과 고뇌, 그리고 이들을 밖으로 내몬 군대의 부조리하고 낡은 시스템이었다.

차례차례 탈영병들을 잡아내는 과정에서 군대 속 부조리한 가혹행위들이 하나 둘 씩 묘사된다. 어느 순간 ‘잘못한 쪽은 누구지?’라는 반문이 생긴다. 군대도 하나의 사회라며 시스템에 적응하지 못하는 탈영병들이 문제인지, 아니면 낡고 부조리한 시스템에 적응해 변해가는 군대 조직원들이 문제인지 말이다. D.P 개의 날은 10여년 전 전역을 한 기자에게도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특히 ‘요새 군대 좋아졌어’라는 꼰대스러운 말을 하는 기성세대에게도 D.P 개의 날은 깊은 울림을 전달할 것으로 보인다.



주인공 안준호가 디피로 차출되는 과정을 그린 컷. 향후 안준호는 상병 시절 내내 탈영병을 쫓는 임무를 맡게 된다.(사진=레진엔터테인먼트)
2015년부터 연재를 시작한 D.P 개의날은 지금까지 약 1000만 조회를 기록할 정도로 인기를 모은 작품이다. 최근 레진엔터테인먼트는 이 작품을 제작사 다이스필름 측과 영화로 공동제작하기로 결정하기도 했다. 간결하지만 세세한 묘사로 각 캐릭터들의 심리를 세세히 나타냈다. 무거운 주제임에도 불구하고 웹툰은 밝은 톤의 배경이 이어져 대조를 이룬다. 화려한 그림체는 아니지만 주제를 다루기엔 충분하다는 생각이다.

김 작가는 후기를 통해 이렇게 말했다. “아마도 이 만화를 보신 절대다수의 분들은 만화에 등장하는 것과 같은 가혹행위를 당한적도, 가한적도 없으실 겁니다. 실제로 이런 일이 지금 아직도 벌어지고 있으리라고 생각하시는 분 역시 적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현실을 직시할 수 있도록 보여드리고 싶었습니다.”

D.P 개의 날은 현재 1부가 마무리되고 향후 2부가 기획되고 있다. 김 작가는 2부에서 방관하고 침묵하는 것에서 더 나아간 이야기를 다룰 예정이다. 1부가 다소 무거운 분위기에 그쳤다면 2부는 이른 바 ‘사이다’ 전개로 쾌감을 전달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D.P 개의 날’은 단순히 탈영병을 쫓는 만화가 아니라 군대의 부조리한 현실을 되짚는 작품이다. (사진=레진엔터테인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