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금고시장 60%를 석권한 여사장의 뚝심

by채상우 기자
2016.03.07 07:00:00

김영숙 선일금고 대표 인터뷰
2004년 전 회장인 남편의 사망 이후 대표직 맡아 혁신이뤄
"캐릭터·IoT 입힌 금고로 금고의 대중화 이룬다"
화려한 디자인의 ''루셀'' 개발, 인테리어 금고시장 열어
IoT 기술로 피아식별 가능한 차세대 금고 개발 추진 중

[이데일리 채상우 기자] “캐릭터 콘텐츠와 접목시킨 세상 어디에도 없던 새로운 금고를 선보일 것입니다. 이를 통해 더 이상 금고가 부자들의 전유물이 아니라 누구나 편하게 구입할 수 있도록 금고의 대중화를 여는 것이 목표입니다.”

금고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회색빛이 도는 커다란 철제상자였다. 이런 고정관념을 깨뜨리고 금고를 누구나 편하게 사용하는 생활용품으로 변신시킨 이가 있다. 국내 최대 금고전문업체 선일금고의 김영숙(61·사진) 대표가 주인공이다.

1972년 설립된 선일금고는 국내 최대 금고기업으로 국내 시장의 60%를 차지한다. 지난해 매출액은 전년 대비 40% 증가한 350억원이다. 직원 수는 150여 명이며 대부분 생산직에 종사하고 있다. 대표 제품은 내화성과 다양한 디자인이 강점인 ‘루셀’이다.

경기도 파주시 월롱면에 위치한 선일금고 본사 1층 로비에는 각양각색의 화려한 금고가 전시돼 있다. 구스타프 클림트의 명화 ‘키스’가 그려진 금고부터 금을 이용한 전통 문양으로 장식된 금고, 스파이크가 사방에 박혀 위압감을 주는 금고 등 마치 금고 박물관에 온 듯한 기분을 자아낸다.

모두 김 대표의 작품이다. 김 대표는 “금고가 이전까지는 돈, 금괴와 같은 보석 등만 보관하는 투박한 물건이었다면 이제는 일기장, 배넷저고리 등 자신의 추억과 소중한 무언가를 보관하는 나만의 공간이라는 개념으로 바꿔보고자 이런 다양한 디자인을 추진하게 됐다”고 말했다.

김영숙 선일금고 대표가 이 회사의 대표 제품 ‘루셀’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선일금고
선일금고는 고객이 원하는 형태로 제품에 맞춤형 디자인을 해주는 업체로 차별화에 성공했다. 그간 이 회사가 디자인해 출시한 금고만 해도 1000개에 달한다. 그만큼 제품 외관에 있어서 다른 그 어떤 금고도 따라올 수 없을 정도로 다양성을 확보했다는 평가다. 김 대표는 이를 두고 ‘인테리어 금고’라고 말한다. 사무실 한켠에 있는 흉물이 아니라 집안 인테리어 소품으로 가정에서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이라는 말이다.

금고의 핵심인 안전성도 다른 금고에 비해 탁월함을 자랑한다. 선일금고의 대표 제품인 루셀은 금고문에 전면에 잠금장치가 설치돼 있지 않다. 잠금 장치와 내부가 연결된 기존 금고는 범죄에 취약하기 때문이다. 대신 금고 위에 터치스크린 방식의 잠금장치가 설치돼 있다. 이 잠금장치는 내부와 연결돼 있지 않아 범죄 예방에 탁월하다는 평가다.



내화성과 내구성이 좋아 일본 공업규격(JIS)에 방도(防盜) 인증을 받은 국내 유일 제품으로도 유명하다. 방도 인증은 몸집이 커다란 장정 2명이 연장으로 쉬지 않고 충격을 가해 15분 동안 문이 열리지 않아야 통과할 수 있다. 더욱이 높은 내구성에도 불구하고 두께 6cm 경량으로 만들어 가정용으로 적합한 것도 특징이다.

김 대표의 혁신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김대표는 최근 IoT(사물인터넷)의 범위가 확대됨에 따라 금고에도 IoT 기술을 적용시키는 것을 추진하고 있다. 이를 위해 지난해 10월 SK텔레콤(017670)과 업무제휴를 체결했다. 그는 “잠금장치 없이도 금고가 스스로 사용자를 인식해 문을 여는 신개념 금고 잠금장치를 개발하고 있다”며 “아울러 외부 충격이 가해지거나 사용자 외 인물이 접근해 이상행동을 하면 보안 시스템이 작동하는 스마트 금고를 제작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인테리어 금고의 확대를 위해 세계적 캐릭터업체와의 제휴도 추진 중이다. 김 대표는 “키덜트(kidult. kid+adult. 유년시절의 장난감 같은 소품과 문화를 다시 즐기고 싶어하는 성인세대) 시장을 겨냥해 캐릭터를 접목한 금고를 만들 예정”이라며 “단순히 기존 금고에 캐릭터를 그려 넣는 것이 아닌 새로운 형태의 금고를 선보일 것”이라고 귀띔했다.

이 모든 것이 두 딸의 지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게 김 대표의 설명이다. 그는 “남편이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난 후 두 딸이 경영관리와 제품개발을 도맡아 오고 있다. 딸 둘이 없었다면 주변의 반대를 이기기도 힘들었을 것이고 지금과 같은 혁신 활동은 이뤄질 수 없었을 것”이라고 전했다.

기업을 운영하면서 힘든 일도 적지 않았다. 처음 다양한 디자인을 제안했을 때 임직원들은 “절대 안된다”며 반대했다. 기성세대였던 임직원들은 변화를 받아들이려 하지 않았고 예전 방법만을 고수했다. 김 대표는 “담배를 피면서 일을 하거나 아무렇게나 쓰레기를 버리는 근무 환경을 개선하는 것마저 반대를 해왔다”고 당시 겪었던 어려움을 토로했다.

그는 임직원들의 인식을 바꾸기 위해 2004년부터 3년 동안 매주 2회 컨설턴트를 초청해 사내강의를 맡겼다. 이런 노력의 끝에 화려한 모양의 금고가 탄생할 수 있었다는 게 김 대표의 회고다. 그는 회사 대표이사를 맡은 지 2년만인 2006년 1000만불 수출탑을 달성하게 된다.

김 대표의 궁극적인 목표는 1가구 1금고를 정착시키는 것이다. 그는 “인테리어 금고를 통해 세계 금고 트렌드를 변화시키고 1가구 1금고 시대를 여는 것이 목표다”며 “캐릭터를 접목시키는 것도 그런 일환이다. 올해는 매출액 500억원을 달성하겠다”고 비전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