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한가위] 바닷길 열리는 소등섬 품다…전남 장흥
by강경록 기자
2015.09.27 06:38:00
| 하늘 위로 쭉쭉 뻗은 편백나무 숲 사이를 산책하듯 즐기며 걷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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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남도의 끝자락, 호수처럼 잔잔한 득량만 바다를 품은 전남 장흥은 온화한 기운이 흐르는 평화로운 고장이다. 산자락 아래 펼쳐진 너른 들판과 섬들이 겹겹이 에워싼 고요한 바다가 일상에 지친 마음을 위로해준다. 따사로운 햇살과 선선한 바람이 여행을 부추기는 가을, 아름다운 장흥으로 발걸음을 옮겨보자.
◇장흥반도 동쪽 끝 자리한 ‘남포마을’
장흥반도 동쪽에 자리한 남포마을은 이청준 작가의 동명 소설이자 영화 〈축제〉 촬영지로 유명하다. 해안가 외길을 따라 한 굽이 돌아 들어선 어촌이 한적하다 못해 고요한 느낌이다. 낯선 여행자에겐 이런 적막감이 오히려 마음 편하게 다가오기도 한다.
남포마을이 유명한 또 다른 이유는 앞바다에 있는 바위섬 때문이다. 먼 바다로 고기잡이 나간 남편과 가족이 어둠 속에서도 길을 잃지 않고 불빛을 따라 무사히 돌아올 수 있도록 여인네들이 밤새 호롱불을 켜놓고 빌었다고 소등(小燈)섬이라 불린다. 바위섬 가운데 오롯이 자란 노송과 잡목 군락이 거센 비바람에도 흔들리지 않는 호롱불 심지처럼 굳건해 보인다. 소등섬에는 바닷속 용이 승천하지 않고 섬과 마을 주민을 지키며 영원토록 머문다는 전설이 있다.
무엇보다 소등섬은 작은 ‘모세의 기적’을 체험하는 신비로운 섬이다. 하루에 두세 차례 썰물 때가 되면 바닷물이 빠지며 섬으로 이어진 길이 서서히 모습을 드러낸다. 바다를 가로질러 놓인 길이 제 모습을 갖추면 섬까지 걸어갈 수 있다. 천천히 걸어도 5분이면 닿는 다소 짧은 거리지만, 어디서나 쉽게 할 수 있는 체험이 아니기에 소중한 추억이 된다. 길을 걷는 동안 양옆으로 바닷물이 찰박거리며 끊임없이 밀려드는 모습이 색다른 감흥으로 남는다. 섬에서 바라보는 마을 풍경도 이채롭다.
소등섬은 해돋이 명소로 이름났다. 섬 뒤편으로 득량만 바다를 붉게 물들이며 떠오르는 태양이 장관이다. 특히 겨울철 해돋이를 첫손에 꼽는데, 1월 1일에 수많은 사람이 모여 해맞이를 즐긴다. 소등섬을 찾는다면 용산면사무소나 인터넷 사이트 바다타임(www.badatime.com) 등을 통해 물때를 알아보고 가기를 권한다.
섬을 뒤로하고 남쪽으로 10여 분 내려온 곳에 정남진전망대가 있다. 장흥은 서울 광화문에서 정남쪽에 자리한다. 정남진전망대에 오르면 산과 들, 바다가 어우러진 남도의 정경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 정남진 전망대에 오르면 남도의 아름다운 전경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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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최초의 ‘정남진해양낚시공원’
정남진전망대에서 멀지 않은 회진면에는 전국 최초로 조성된 정남진해양낚시공원이 있다. 낚시를 좋아한다면 꼭 들러봐야 할 참새 방앗간이다. 특히 감성돔이 잘 잡히기로 소문났다. 바다 위에 낚시교, 해안 데크와 정자, 다양한 낚시터 시설을 갖췄으며 해상 콘도와 펜션도 있다. 한 번에 200명까지 바다낚시를 즐길 수 있을 정도로 규모가 크다.
가을이 제철인 전어는 이맘때가 가장 맛있다. 회진면은 남도를 대표하는 전어 산지로, 곧 열릴 축제를 앞두고 어선마다 전어를 낚아 올리느라 바쁜 모습이다. 삭금마을 포구 주변에 횟집이 여럿 있으며, 산지인 만큼 싱싱하고 다양한 전어 요리를 저렴한 값에 맛볼 수 있다. 특히 그날 잡은 전어를 각종 채소와 함께 새콤하게 무치는 전어회무침이 일품이다. 정남진장흥토요시장과 이웃한 상설 시장에도 전어구이와 무침을 맛볼 수 있는 식당이 많다.
장흥은 토요일에 방문하면 금상첨화다. 토요일마다 장흥 읍내 탐진강 변에서 정남진장흥토요시장이 열리며, 10월까지 둘째?넷째 토요일에는 편백숲 우드랜드에서 숲속 힐링 음악회가 펼쳐진다. 아름다운 선율과 더불어 편백 사이를 느긋하게 거닐어보자. 숲에서 나온 청량한 기운에 몸과 마음이 한결 개운하다.
편백숲 우드랜드가 사철 푸른빛을 품고 있다면, 유치자연휴양림은 숲에 찾아든 계절을 만끽하는 공간이다. 낙엽이 깔린 오솔길을 따라 숲 속을 자박자박 걷는 기분이 상쾌하다. 가을빛으로 물들어가는 휴양림에서 하룻밤 묵는 건 어떨까. 맑고 청아한 새소리를 들으며 잠에서 깨어나는 운치를 맛볼 수 있다. 새로 단장한 숲 속 숙소는 쾌적하고 깔끔해 주말에는 예약이 어려울 정도로 인기다.
가을에는 천관산 여행도 빼놓지 말아야 한다. 은빛 억새가 흐드러지게 피어나 장관이다. 올해는 10월 4일 천관산 억새제가 개최된다.
조금 특별한 장흥 여행을 원한다면 귀족호도박물관을 추천한다.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장흥에 자라는 고유 품종인 귀족호도는 식용 호두와 달리 호두 안에 내용물이 거의 없는 반면, 껍데기가 단단하고 골이 깊어 예부터 지압과 건강을 위한 용도로 귀하게 여겼다. 박물관에는 귀족호도와 관련된 각종 자료가 전시되며, 건물 뒤쪽에 300년 된 귀족호도나무가 있다.
여행을 마무리하는 코스는 수문해수욕장 인근에 위치한 스파리조트 안단테 해수탕이다. 뜨끈한 해수탕에 몸을 담그고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을 음미하는 동안 피로가 말끔히 풀린다.
| 창밖으로 바다를 바라보며 여행의 피로를 푸는 스파리조트 안단테 해수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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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메모
△당일 여행 코스= 남포마을 소등섬→정남진전망대→정남진해양낚시공원→삭금마을→스파리조트 안단테 해수탕
△1박 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 남포마을 소등섬→정남진전망대→정남진해양낚시공원→천관산 억새→스파리조트 안단테 해수탕→유치자연휴양림(숙박), 둘째 날 / 정남진장흥토요시장→편백숲 우드랜드→귀족호도박물관
△가는길
▷버스= 서울-장흥, 센트럴시티터미널에서 하루 6회(08:00~16:50) 운행, 약 4시간 40분 소요. 광주-장흥, 광주종합버스터미널에서 하루 27회(06:05~21:05) 운행, 약 2시간 10분 소요. 센트럴시티터미널 02)6282-0114
▷여객선= 제주-장흥, 성산포항여객터미널에서 하루 1~2회(12:10, 17:00, 18:50 / 요일마다 운항시간 다름) 운항, 약 2시간 20분 소요.
* 문의 : 제이에이치페리 1544-8884
▷자동차= 남해고속도로 장흥 IC→장흥 IC 교차로 좌회전→장흥대로→산단로→녹색로→향양교차로에서 좌측→남부관광로→용산면 차동리에서 남포마을 방면 좌회전→덕암풍길로→남포길→남포마을
▷주변 볼거리 =장흥사인정, 천관산문학공원, 방촌유물전시관, 해산토굴(한승원 작가 집필실), 선학동 유채마을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