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할 때까지, 비상근무로.."고향 못가요"

by김정민 기자
2015.02.17 04:20:00

소방·경찰·軍 설 연휴 비상대기로 분주
지하철·버스 등도 특별근무체제 나서
노량진 학원가, 시험대비 특강 개설

[이데일리 최훈길 조용석 최선 고재우 기자] “지난 29년 동안 명절 연휴에 제 때 가보지 못해 지금은 익숙합니다. 명절 연휴에 근무 하는 후배들 모습이 안쓰러워 명절 때는 더 잘해주려고 합니다. 의사, 군인, 경찰 등 명절에 고향에 못 가며 수고하는 다른 사람들도 기억해 주십시요.” (서울시 도봉소방서 창동119안전센터 이경석(54) 팀장)

설 명절을 잊고 사는 사람들이 있다. 지하철, 버스 등 대중교통 종사자들과 119 소방대원 등은 명절을 즐기는 사람들을 돕기 위해 평소보다 바쁜 시간을 보낸다. 취업준비생들에게도 명절 연휴는 사치다.

취업준비생 황모(31)씨는 이번 설 연휴에 고향에 내려가지 않기로 했다. 다음 달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하는 대기업 상반기 공채를 준비하기 위해서다. 또 지난 추석 때 친척들로부터 “아직도 취업을 안했느냐”는 잔소리를 듣는 것도 지겹다.

황씨는 “친척들이 취업 이야기를 할 것이 뻔한 데 큰 상처가 된다“며 ”주위 취업준비생 중에서는 친척들이 ‘취업했느냐’고 묻는 게 싫어서 고향집에 안가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문제는 설 연휴기간 대부분의 공공도서관이 문을 닫는다는 점이다. 황씨가 주로 공부하는 공공도서관도 18~20일까지는 열지 않는다. 그는 “도서관이 열지 않는 기간에는 어쩔 수 없이 카페나 집에서 책을 봐야할 것 같다”며 “그나마 토요일인 21일부터는 도서관이 문을 여니까 다행”이라고 말했다.

공무원시험 학원이 몰려있는 노량진 학원가는 설 연휴 기간 더 바쁘다. 오는 7·9급 공무원 국가직 시험(4월)과 경찰공무원 2차 시험(5월)이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수험생들의 마음이 더욱 급해졌기 때문이다.

많은 학원들은 설 당일인 19일을 제외한 연휴기간 국어·영어·한국사 과목으로 구성된 특강을 개설하고 수험생을 모집하고 있다. 특강이 없는 학원도 연휴기간 자습실을 이용하는 학생들을 위해 대부분 문을 연다.

노량진의 한 학원 관계자는 “설 당일만 제외하고는 노량진의 거의 모든 학원이 문을 연다고 봐도 될 것”이라며 “인근 식당이나 포장마차 등도 설 연휴에 대부분 정상 영업한다”고 말했다.



소방·해경 등은 설 연휴 기간에 평상시보다 더욱 긴장도가 높아진다. 오는 17일부터 23일까지 전국의 모든 소방관서 및 해양경비안전관서에서 특별경계근무가 실시된다. 재래시장, 백화점, 극장, 역·터미널·고속도로 등에 소방차·구급차 등 1426대의 차량이 배치되고 2995명의 소방대원이 설 연휴내내 비상근무에 나선다.

특히 ‘119’는 설 연휴가 대목(?)이다. 작년 설 연휴 기간 119상황실에 접수된 신고 건수는 하루 평균 2만 4320건이나 됐다. 평상시 신고 건수의 7.3배나 된다. 설날 당일(2만 6901건)과 다음 날(3만 3266건)에 신고가 몰렸다. 명절 연휴에 119가 더 바쁜 이유는 문 닫는 병원·약국이 많아 응급환자 처치·이송 등을 요청하는 전화 이외에도 운영 중인 병원·약국을 묻는 문의까지 몰리기 때문이다.

유해욱 국민안전처 중앙소방본부 소방장은 “소방직은 사고가 나면 바로 출동해야 하고, 명절에도 시민들의 문의가 많아 쉴 수가 없다“며 ”누구나 고향에 가고 싶지만 당직 순번이 걸리면 ‘열심히 일하자’는 생각으로 임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내버스, 지하철 운행을 맡는 근무자들도 설 연휴에 바쁜 일상을 보낸다. 서울시는 고향에서 설 연휴를 보내고 본격적인 귀경이 이루어지는 오는 20~21일 지하철과 버스 막차시간을 새벽 2시까지 연장하기로 했다. 심야전용시내버스(올빼미버스) 9개 노선도 정상적으로 운행된다.

설 연휴 중 6호선 운행을 맡는 20년 경력의 서울특별시도시철도공사 기관사 임정식(50)씨는 “장남이어서 명절 때 부모님을 찾아 뵈야 하는데 올해는 근무조로 배치돼 고향에 못 내려가게 됐다”며 “‘고향을 찾는 시민들의 발 역할을 하자’는 각오로 새벽 근무를 나설 예정”이라고 말했다.

서울시가 운영하는 ‘120다산콜센터’는 설 연휴기간 중 특별근무 체제로 운영된다. 다산콜센터 근무직원 390명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명절 연휴기간에는 막차시간 등 대중교통 관련 문의와 극장, 공연 등 여가시간 활용에 대한 전화가 많다”며 “관련 데이터베이스를 사전에 준비해 시민 불편이 없도록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명절은 대부분 군인에게도 반가운 휴식기간이다. 하지만 명절을 반납하는 군인도 부지기수다. 국방부와 합동참모본부, 육·해·공군 본부 소속 간부들 중 초기대응반이나 위기조치반에 속한 이들은 대다수가 휴가마저 반납하고 근무태세를 유지한다. 긴급 구조나 응급 진료가 가능한 부대도 대민 지원을 위해 대기 태세를 유지한다. 전국 240여개 부대는 긴급 구조병력 2800여명과 구난차, 구급차 등 구조 장비 540여대를 배치한다. 국군수도병원 등 전국 18개 군 병원도 24시간 응급실을 운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