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 매매 늘었는데 전셋값도 고공행진..왜?
by정수영 기자
2013.09.10 07:01:10
''8·28 대책서 소외'' 집 살 여력있는 중산층 여전히 전세 찾아
"수급 불균형 해결 못하면 전셋값 상승세 지속될 것"
| 최근 들어 주택 매매 거래가 조금씩 증가하는 등 시장 활성화 기대감이 커지고 있지만 전셋값은 좀처럼 떨어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중소형 아파트가 밀집해 있는 경기도 부천 중동신도시의 한 아파트 단지 전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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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정수영·양희동 기자] 입주 5년차인 서울시 송파구 잠실동 리센츠아파트. 지난 5일 이 아파트 전용면적 84㎡형은 전세금 6억5000만원에 계약이 이뤄졌다. 지난달 27일 5억7000만원에 거래된 후 불과 일주일 새 전셋값이 7000만원이나 뛴 것이다. 인근 잠실동 부자공인 최정혜 사장은 “전셋값이 6억원대였던 것은 이미 지난주 상황이고 지금은 융자 없는 85㎡형도 7억원은 줘야 계약이 성사된다”며 “그나마 전세 물건이 많지 않아 가격이 더 뛸 것 같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전세 수요만 있는 게 아니다. 매수세도 꿈틀거리고 있다. 리세츠아파트가 위치한 송파구의 경우 이달 들어 아파트 거래 건수가 하루 평균 4.42건에서 4.75건으로 7% 늘어났다. 최 사장은 “전셋집이 너무 없어 매매로 눈을 돌리는 사람들이 많아졌다”며 “하지만 여전히 매매보다는 전세를 선호하는 경향이 더 우세한 편”이라고 전했다.
정부가 주택 거래량을 늘려 전·월세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한 8·28 대책을 내놨지만 전셋값 상승세가 꺾일 줄 모르고 있다. 일부 중소형아파트 중심으로 주택 매매 거래량이 조금씩 늘고 있지만 전셋값 강세는 여전하다.
전셋값이 가장 많이 오른 단지는 잠실동 리세츠처럼 입주 홀수 연도인 아파트로, 전세 계약기간이 내년에 종료되는 곳들이다. 특히 중·상류층이 주된 수요자인 강남권 6억원 이상 아파트들은 대책 수혜대상에서 빠지면서 전셋값이 더 뛰고 있다.
강남구 역삼동 역삼e편한세상 전용 59㎡형(시세 6억9000만원)의 경우 지난달 중순 4억5000만원에 전세 계약됐지만, 이달 1일에는 5억원에 거래됐다. 보름 새 전셋값이 5000만원 뛴 것이다.
소형아파트가 밀집해 있는 지역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주택 거래가 늘고 있지만 동시에 전셋값도 오르고 있는 것이다. 경기도 고양시 일산서구 하이파크시티 파밀리에 2단지 전용 121㎡형은 현재 2억8000만~3억원(융자 없는 아파트) 선에 전셋값이 형성돼 있다. 지난달 같은 평형의 아파트가 2억3000만~2억5000만원에 거래됐던 것에 비하면 2~3주 사이 5000만원 가량 오른 것이다.
미분양으로 몸살을 앓았던 김포 한강신도시. 이곳도 전셋값이 꾸준히 오르고 있다. 한강푸르지오 전용 60㎡는 전셋값이 1억7000만원으로 2주 전에 비해 2000만원 이상 상승했다. 인근 호반랜드공인 관계자는 “찾는 사람은 많은데 물량이 거의 없다”며 “일부 수요가 매매로 돌아서는 것은 전셋집이 없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실제로 주택 매매 거래량은 7월 큰 폭으로 떨어진 이후 지난달부터 다시 증가세다. 집값도 2주 연속 상승세다. 부동산114 조사를 보면 서울 매매가격은 이달 첫째주 0.03%, 둘째주 0.02% 올랐다. 변동이 없던 경기·인천지역도 0.01%씩 2주 연속 상승했다. 전셋값 역시 2주 연속 서울이 0.22%씩, 수도권이 0.08%씩 올라 8·28 대책 발표 이전보다 가격 상승 폭이 더 컸다.
그렇다면 주택 거래량이 늘고 집값이 상승세를 타기 시작했는데도 좀처럼 전셋값이 꺾이지 않는 이유는 뭘까. 전문가들은 수급 불균형, 여전히 집값이 오르지 않을 것이라는 불안심리, 정부 정책에 대한 불신 등을 주된 이유로 꼽는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지금의 전세난은 수요와 공급 균형이 깨진 시장의 구조적인 문제와 집 구매에 대한 불확실성이 여전하기 때문”이라며 “전셋값 상승세는 내년 상반기까지 지속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찬호 주택산업연구원 박사는 “공급 물량은 조절하면서 전·월세 금융지원을 확대하는 정책으로 전세 수요가 더 증가한 탓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또 “만약 국회에서 취득세 인하 등 법 개정 과정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경우 4·1 대책처럼 반짝 효과로 끝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박합수 국민은행 부동산팀장은 “대책이 생애 최초 주택 구입자 등 실수요자에게만 초점이 맞춰져 효과가 반감되고 있다”며 “집을 살 여력이 있는 중산층 전세 세입자들이 매매로 갈아탈 수 있는 제도적 보완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