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주시장 2인자 넘보는 무학, 주가도 ‘술술’

by김기훈 기자
2013.03.06 07:55:00

지난해 점유율 3위..2위 롯데 바짝 추격
저도주 최대 수혜株..저평가 매력 돋보여

[이데일리 김기훈 기자] 국내 증시에서 하이트진로(000080)와 롯데칠성(005300) 등 대형 주류 관련주에 가려 상대적으로 주목을 받지 못했던 무학(033920)이 최근 투자자들의 관심대상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도수가 낮은 소주를 무기로 내세워 2위 롯데칠성(주류부문)을 턱밑까지 추격하는 등 소주업계에 돌풍을 일으키고 있기 때문이다.

5일 주류산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부산·경남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주류제조업체인 무학의 소주시장 점유율은 13.3%에 달했다. 부동의 1위인 하이트진로의 48.3%에는 크게 못 미치지만 2위인 롯데의 14.8%와는 불과 1.5%포인트 차다. 출고량 역시 1515만8000상자로, 롯데의 1684만3000상자에 바짝 따라붙었다. 수도권에 본격적으로 진출하지 않았음에도 거둔 놀라운 성과다.

그간 국내 소주시장은 하이트진로와 롯데의 양강체제가 확고했으나 불과 몇 년 새 무학의 점유율이 급상승하면서 3강 체제로 변모하는 양상이다. 무학은 지난해 5월 롯데를 제치고 잠시 소주시장 2위에 오르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특히 정체기에 접어들어 1%의 점유율을 늘리기도 어려운 소주시장에서 무학이 지난 4년간 점유율을 6.6%포인트나 확대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점유율 확대는 실적 개선으로 이어져 같은 기간 무학의 매출액은 연평균 11.7%, 영업이익은 12.5%씩 늘어났다.

무학이 이처럼 승승장구하는 배경에는 수년 전부터 국내 주류시장에 불고 있는 도수 낮은 술(저도주) 열풍이 존재한다. 소비자들의 기호가 점차 알코올 도수가 낮은 주류로 이동하면서 소주와 맥주, 양주 할 것 없이 저도주 시장이 활성화되고 있는 것. 무학은 저도주 시장의 최대 수혜주다. 소주업계 최초로 알코올 도수 23도인 소주를 출시하며 저도 소주 시장의 선구자 노릇을 하기도 한 무학이 지난 2006년 내놓은 16.9도 소주 ‘좋은데이’는 현재 저도 소주시장에서 90% 이상의 압도적 점유율을 기록 중이다.



회사 차원에서는 저도 소주가 많이 팔릴수록 유리하다. 도수가 낮으면 소비자들의 섭취량이 늘고, 이는 자연스럽게 판매량 증가로 이어지기 마련이다. 도수가 낮을수록 주정이 적게 들어가 원가 절감을 통한 영업이익률 상승도 꾀할 수 있다.

서영화 LIG투자증권 연구원은 “2011년 무학의 주정 매입액은 매출원가의 39%를 차지했다”며 “16.9도의 좋은데이는 기존의 19도 소주보다 주정이 11.1% 적게 들어가 원가 개선의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뛰어난 성장성이 부각되면서 주가는 꾸준한 상승세다. 지난해 1만1000원대로 출발했던 무학은 현재 1만4000원대에 안착한 상태다. 증시 전문가들은 무학의 주가가 대형 주류 관련주 대비 저평가돼 있고, 성숙기에 놓인 소주시장에서 유일하게 성장하고 있다는 점에서 투자 매력이 크다고 평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