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뇨'가 쥐고 흔드는 전세계 밥상물가 '쓰나미'

by조선일보 기자
2009.08.17 09:36:00

엘니뇨發 '기상이변 후폭풍' 전세계 강타
인도 최악 가뭄에 설탕 원당값 폭등, 집중호우에 여름 생선 갈치도 품귀
태풍 모라꼿 중(中) 강타… 면화값 치솟아, 농수산물 수급 불안 커져 대책 시급

▲ 조선일보 제공

[조선일보 제공] "인도의 가뭄으로 사탕수수 농장이 피해를 보면서 원당 가격이 28년 만에 사상 최고치로 올랐다. 환율 안정에도 설탕 가격을 올리지 않을 수 없다."(17일부터 설탕 가격 8.9% 인상하는 CJ제일제당 관계자) "엘니뇨로 브라질에서 홍수가 발생, 국제 커피원두 가격이 계속 오르고 있어 커피 가격이 추가로 인상될 가능성이 크다."(동서식품 관계자)

'엘니뇨(El Nino·키워드 참조)' 등 이상기후와 자연재해로 설탕 등 일부 농산물 생산이 급감, 국제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이에 따라 원자재를 수입에 의존하는 설탕·커피 등의 국내 가격도 덩달아 뜀박질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이상기후가 발생, 갈치 가격은 치솟고 고등어 가격은 급락하는 등 농수산물 가격이 요동치고 있다.


최근 세계 농수산물 시장을 흔들고 있는 주범은 '엘니뇨'. 엘니뇨로 인한 이상기후로 인해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브라질 등의 커피 생산량이 줄면서 커피원두 가격이 치솟았다.

뉴욕 국제거래소(ICE·Intercontinental Exchange)에서는 지난달 말 커피원두 가격이 6월 최저가에 비해 15% 상승했다. 무역투자 컨설팅 업체 프라이스 퓨처 그룹 잭 스코빌은 "커피 재고량이 떨어지면서 앞으로 두 달 동안 커피 가격이 계속 치솟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태풍 '모라꼿'은 국제 면화 가격을, 인도의 가뭄은 국제 설탕 가격을 급등시키고 있다. 모라꼿이 세계 최대 면화 생산지인 중국 남부를 강타하면서 지난 11일 뉴욕 국제선물거래소 시간외거래에서 거래된 12월 인도분 면화는 파운드당 63.91센트까지 오르며 지난해보다 30% 이상 폭등했다.

인도는 가뭄으로 사탕수수 작황이 부진하면서 10월 인도분 원당 선물가격이 지난해 말보다 70% 넘게 치솟았다. 국제 상품 투자업체 FC스톤그룹의 앤디 리안은 "인도의 가뭄으로 올해 설탕 공급 부족량이 500만t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까지 해, 설탕 가격의 추가 인상도 예상된다.
 


엘니뇨로 촉발된 이상기후는 국내 농수산물 생산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기상청은 "엘니뇨의 영향으로 지난 7월 21일부터 8월 9일까지 전국 평균기온이 23.7도로 평년보다 2.1도 낮아 동해안 지방을 중심으로 전국적인 저온현상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대표적인 '여름 생선'인 갈치의 경우, 남해에 나타난 집중호우로 어민들이 제대로 조업을 하지 못해 어획량이 줄어 지난해보다 가격이 23%나 상승했다. 이와 반대로 여름에 잘 잡히지 않던 고등어는 수온이 2도가량 떨어지면서 어획량이 급증했다. 이 때문에 신세계 이마트에서는 고등어 가격이 지난해보다 50% 가까이 떨어졌다. 대파도 집중호우로 출하량이 줄면서 지난해보다 60% 넘게 가격이 올랐다. 문종태 롯데마트 과일 바이어는 "비가 많이 와 수박 당도가 낮아지면서 수박 판매량이 10.5%나 줄고 가격도 떨어졌다"고 말했다.





기후 변화는 소비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올해의 경우 폭우와 이상저온 현상으로 아이스크림과 음료수 매출은 줄어들고 따뜻한 커피와 라면, 방에서 즐기는 화투 등 매출이 급증했다.

하이마트에서는 7월 에어컨 매출이 지난해 동기보다 18.9%, 선풍기는 23.6%나 떨어졌고, GS마트에서는 폭우로 당도가 떨어진 국내 과일 대신 수입 과일 매출이 29%나 증가했다.

롯데백화점 우길조 팀장은 "8월 초까지 비가 잦았지만 중순부터 다시 무더위가 찾아와 여름 의류, 에어컨 등 여름 상품이 뒤늦게 판매 호조를 보이고 있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정부 차원에서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성명환 농산업팀장은 "최근 이상 기후로 국제적으로 농산물 재고량이 많이 소진된 상태이기 때문에 수급이 불안정할 가능성이 크다"며 "정부가 세계 곡물 시장 흐름을 살펴보며 기업들이 대처할 수 있도록 정보를 미리 제공하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엘니뇨(El Nino)

열대 태평양 적도 부근인 남미 해안부터 중태평양에 이르는 해역에서 해수면 온도가 높아지는 현상. 바닷물 온도의 변화는 홍수·가뭄·건조·한파 등 기상이변을 일으킨다. 기상청은 7월 한국에 집중호우가 내린 것도 엘니뇨의 영향 때문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