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박성호 기자
2008.06.29 12:03:39
법원 "절차무시 조합..업무 중단하라"
본안 소송까지 1년이상 걸릴 듯..사업 지연
조합·시공사 금융비용 등 부담 증가
[이데일리 박성호기자] 단일 재건축 단지로는 국내 최대 규모(6600가구)인 서울 송파구 가락시영아파트의 재건축사업이 착공을 앞두고 전면 중단된다. 사업 일정 차질로 길면 2~3년간 공사가 지연될 전망이다.
서울동부지방법원은 지난 27일 가락시영아파트 조합원인 윤창원 씨등 3인이 '가락시영아파트주택재건축정비사업조합'을 상대로 낸 '업무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였다.
이로써 조합은 지난 4월부터 송파구로부터 사업시행인가를 받아 조합원 분양신청 절차가 진행되고 있던 가락시영재건축사업을 더이상 추진할 수 없게 됐다. 법원은 조합측이 재건축 사업을 추진하면서 주요 사항을 결의할 때 절차를 무시했다는 이유로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였다.
판결문에 따르면 재건축 평형변경, 확정지분제 적용에 따른 무상지분률 감축 등 주요 사항을 결의할 경우 법에 따라 '동별 3분의 2 이상 조합원 참석, 5분의 4 이상 동의'를 받아야 했지만 조합측은 '과반수 출석, 과반수 찬성'의 일반결의로 이를 처리했다.
법원은 "조합이 작년 7월 27일 사업시행계획승인에 따라 조합원을 상대로 분양공고를 하고 분양신청을 받는 등 계속해 재건축 사업을 진행할 태도를 보이고 있어 이를 내버려 둘 경우 채권자들에게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며 "조합에 대해 가처분으로 재건축업무집행의 금지를 명한다"고 밝혔다.
이 탓에 일부 주민들의 이주까지 진행되던 가락시영재건축사업은 착공을 앞두고 전면 중단되게 됐다. 이번 결정으로 '사업시행계획승인결의 무효확인 청구소송'이 확정판결될 때까지 관리처분계획수립, 이주 및 철거, 분담금 징수, 평형배정, 동호수 추첨 및 분양계약의 체결 등의 모든 업무가 중단되며 사업일정도 최소한 4개월 이상 지연될 것으로 예상된다.
가락시영아파트 재건축 사업이 표류하게 된 근본적인 이유는 '수익성' 때문이다. 일부 주민들은 정부의 재건축 규제가 여전한 상황에서 무리하게 사업을 추진해 실익이 없고 오히려 손해를 보게 됐다고 판단, 현재 방식의 사업 진행을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지난 2005년 잠실시영아파트 43㎡를 가지고 있는 조합원이 105㎡를 분양받을 경우 추가분담금이 1억4000만∼1억5000만원 선이었지만 가락시영아파트의 경우는 이보다 40%가량 더 높아 최고 2억5000만원까지 추가분담금을 내야 한다는 것이 일부 조합원들 주장이다. 이들은 높은 추가분담금을 마련하지 못해 강제청산 당할 수밖에 없는 가구가 전체 가구수의 30%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본안 소송에서 조합이 패소할 경우 사업은 더욱 지연될 수도 있다. 이 경우 최종 판결까지 일반적으로 2∼3년 이상 걸려 조합측과 시공사의 금융비용 부담은 더욱 늘어날 수밖에 없다. 현재 삼성물산(000830) 건설부문, 현대건설(000720), 현대산업(012630)개발이 컨소시움을 구성해 시공을 맡고 있으며 이들 시공사의 지분은 각각 40%, 30%, 30%이다.
시공사와 조합측은 우선 법원의 가처분 결정에 대해 이의신청을 하는 등 법적 대응에 집중할 계획이며 2심, 3심이 진행되는 동안 필요한 절차는 계속 진행할 방침이다.
법정 공방과 별도로 재건축 조합원 사이의 갈등도 더 깊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주도한 '가락재건축범비상대책위원회'는 향후 조합 임시총회 등을 통해 현 조합 집행부를 퇴출시킬 계획이다.
재건축 사업이 중단되면서 집값에도 많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재건축 규제가 완화될 경우라면 사업 중단은 장기적으로 집값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겠지만 단기적인 추가조정은 피할 수 없을 것이라는 예상이다.
실제로 가락시영아파트는 추가분담금 증가에 따른 사업성 악화 등을 이유로 한 달새 최대 1억원까지 가격이 떨어지기도 했다. 정부의 재건축 규제완화 등이 가시화되지 않는다면 실망매물이 계속 늘면서 최근의 하락세를 이어나갈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규제와 가격 등의 시장 상황에서 재건축 사업의 수익성은 거의 없다"며 "앞으로도 가시적인 변화가 없다면 강남 재건축 시장에서 이런 상황이 계속 벌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시공사가 재건축 사업을 수주하는 과정에서 조합원 지분율과 분담금을 모두 초기에 확정하는 것. 장래 발생하는 이익은 시공사 몫이 될 수 있지만 추가 발생비용과 사업지연 등에 따른 손실은 모두 시공사가 부담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