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하게, 소박하게`..타임誌 올 패션흐름 분석

by조선일보 기자
2007.03.07 08:09:45

"소비생활 전반에 번져"

[조선일보 제공] 할리우드 최고 몸값을 자랑하는 안젤리나 졸리(Jolie)는 지난 1월 열린 제64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장에 장식이 거의 없는 심플한 드레스를 입고 나타났다.
 
아프리카 난민 돕기를 비롯한 국제 외교 무대에서 활약하는 그녀의 면목을 잘 드러내고 다른 연예인들의 현란한 의상과 대비돼 돋보였다는 평을 받았다.
 
지난달 79회 아카데미 시상식을 빛낸 리즈 위더스푼(Witherspoon)과 매기 질렌할(Gyllenhaal)의 드레스도 역시 심플했다.



“모든 번지르르한 것들이여 안녕(Goodbye to all that gaudy stuff).”

올해 패션의 흐름은 ‘절제미’다. 타임지 최신호(3월 12일자)는 ‘자, 다음엔 무엇? (What’s next now?)’이라는 제목의 패션 특집 섹션에서, 지난 수년간 패션계를 주도해 온 모피와 보석 위주의 화려함은 물러서고 ‘소박한(sober)’ 스타일이 2007년을 주도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런 추세는 파리와 밀라노에서 지난달 열린 ‘2007년 가을·겨울 컬렉션’에서도 그대로 드러났다. 그동안 미니멀리즘(minimalism· 최소한 표현주의)과는 거리가 먼 패션 세계를 이어 온 세계적 디자이너 도나텔라 베르사체(Versace)조차 이번에는 검은색과 회색의 코트에 빨간 무늬를 간간이 뿌렸을 뿐이다.

컬렉션을 직접 참관했던 스타일리스트 서은영씨는 “작년까진 리본이나 프릴 등 장식을 통해 여성스러움을 극도로 강조했으나 올해엔 선이 단순해진 특색이 짙었다”고 말했다.

엄격한 재단(裁斷)과 기본 색상 회귀를 특징으로 하는 이 경향에 대해 타임지는 “좀더 절제된 드레스가 우리 주변의 번잡함에 대한 해독제 역할을 하기를 바라는 것”이라 풀이하고 있다. 1990년대 초 ‘올 블랙(all black)’ 패션을 선도한 고급 패션 의류매장 ‘바니스 뉴욕’의 패션 디렉터 줄리 길하트(Gilhart) 또한 “과도함(excessiveness)은 더 이상 쿨하지 않다”고 말한다. 이는 1990년대 초에 유행한 ‘적을수록 낫다(less-is-more)’의 조용한 그러나 강력한 부활이라고 잡지는 분석했다.



타임은 이러한 ‘간소(austerity)’를 향한 열망을 지각 있는 절제(conscious abstention) 또는 양심적 소비자 운동(conscience consumerism)이라 이름 붙이고 있다. 아메리칸 익스프레스·모건 스탠리 등을 상대로 트렌드 분석을 하고 있는 컨설팅 회사 ‘퓨처 래버러토리’의 창립자 크리스 샌더슨(Sanderson)은 “사람들은 자신이 구입하는 물품에 대한 관념을 근본적으로 바꾸기 시작했다”며 “단순한 미적 취향이 아닌 ‘삶의 방식’의 변화로, 이제 반성적(反省的) 소비 단계로 들어섰다”고 말한다.






  • 단순함을 강조한‘절제미’바람은 주거 양식에도 영향을 미친다. 미 로스앤젤레스의 건축·조경회사 마멀 래드지너의 조립식 주택. 타임



비단 옷 패션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자가용이나 집에 이르기까지 소비자들은 이제 더욱 단순하고 안정적인 라이프 스타일을 찾는다. 즉 시간이 돈보다, 경험과 관계가 전자 제품이나 고급 구두보다 더 소중해진 것이다. 건강과 마음의 평화를 최우선으로 삼는 삶의 흐름이 소비 패턴에도 이어진다는 얘기다. 한마디로 “더 소유하기보다 더 ‘살고’ 싶어한다(want to live more, not own more)”.

다임러 크라이슬러·메르세데스사가 유럽과 아시아에서 대히트를 한 ‘스마트카’도 이러한 경향에 고무돼 미국 상륙 시기를 앞당기기로 최근 결정했다. 경유 1L로 29㎞를 갈 수 있는 2인승 차량이 큰 차를 특히 선호하는 미국인들에게 도전장을 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