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김영환 기자
2024.10.08 05:50:00
[이데일리 김영환 기자] “1990년대 초반에도 중국산 시멘트를 수입했지만 품질저하로 보수공사 등을 했던 전례가 있습니다. 아직도 품질을 보증하기 어려운 중국산 시멘트를 정부가 나서서 또 수입하겠다는 건 말이 안되는 이야기 아닐까요.”
최근 시멘트 업계 한 취재원으로부터 들은 이야기다. 1990년대초 전국에 한창 개발 바람이 불 때 국내 시멘트 기업들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해 중국산 시멘트가 서해를 건너왔다. 당시 언론을 보면 일부 중국산 시멘트는 잘 굳지가 않아 재시공을 했다는 사례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30여년이 흐른 올해 정부가 다시 중국산 시멘트 수입을 검토한다는 소식이 나왔다. 중국은 지난해 20억 3300만t의 시멘트를 생산해 세계 생산량의 50.2%를 책임진 최대 시멘트 생산국이다. 중국 부동산 위기로 소진되지 못한 중국산 시멘트를 값싸게 들여오겠단 것이다.
의아한 점은 국내 역시 건설 경기 저하로 국내 시멘트는 팔리지 않고 쌓여만 가고 있다는 점이다. 올 상반기 국내 시멘트 재고량은 126만t으로 1년 전보다 15.6%나 증가했다. 공급이 넘쳐나고 있는데 공급을 더 늘리겠다는 계획이다. 알리와 테무가 팔리지 않는 값싼 중국 공산품을 한국에 헐값에 넘긴 것과 유사하다.
시멘트 산업은 다른 산업과 달리 국가 기간산업이다. 지난해 국내 시멘트 생산량은 5100만t으로 중국의 40분의 1에 불과하다. 한국 시멘트 업계가 고사하면 중국 업체가 쉽사리 시장을 교란할 수 있다. ‘요소수 사태’와는 비교할 수 없는 혼란이 벌어질 것이다.
국내 시멘트 기준 가격은 t당 11만 2000원으로 세계 평균(15만 8561원)보다 4만원 이상 낮은 수준이다. 업계가 예상하는 중국산 시멘트 가격은 t당 9만원대로 저장시설인 사일로 건립비용 및 추가 물류비를 더하면 크게 변별력도 없다.
정부의 탄소 중립 정책에 맞춰 천문학적 비용을 들여 친환경 설비를 마련하고 있는 시멘트 업계 입장에서는 뒤통수를 맞은 셈이다. 어느 부분에서도 효용을 찾기 어려운 정부의 ‘중국산 시멘트 수입 카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