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조금만 참아" 망치로 '꽝'…수십억 꿀꺽한 보험사기단
by유은실 기자
2024.06.22 08:00:00
망치로 손·발가락 고의 골절···의붓아들 손가락도 '뚝'
‘허위 장해 보험사기' 수법으로 자주 쓰이는 골절치기
사고확인서 재탕에 진단서 상해등급 14→9등급 조작
[이데일리 유은실 기자] ‘망치로 꽝, 한 번이면 수천이니까’
A씨는 지난 2009년 6월부터 2016년 10월까지 약 7년간 손가락을 고의로 부러뜨리는 수법으로 수십억원의 보험금을 가로챘다. 일명 ‘골절 기술자’로 불리는 보험 브로커와 함께 지인 뿐 아니라 자신의 의붓아들·매형의 엄지손가락이나 발가락을 골절시켰다.
일명 골절치기 수법은 ‘허위 장해 보험사기’에서 자주 쓰이는 방법이다. 손가락 또는 발가락에 마취제를 주사해 신경을 마비시킨 뒤 망치나 스패너로 신체 일부를 부러뜨린 뒤 산업 재해로 가장하거나 보험사에 사례별로 수천만원의 보험금을 청구하는 식이다.
보험 사기극의 신뢰성을 더하기 위해 직접 사업장을 등록하고 목격자도 섭외했다. A씨는 인천 일대에서 1인 사업주 행세를 하면서 임차한 사업장을 인테리어 공사 현장으로 위장했다. 일용직 근로자를 채용한 것처럼 보이기 위해 직접 일당을 입금하기도 했다.
A씨가 해당 수법으로 편취한 보험금만 해도 약 20억원이다. 이중 민간 보험사를 상대론 3억9900만원을 받았다. 이렇게 받은 보험금은 통상 1건당 5000만원 수준이었다. 검찰은 고의로 신체를 훼손하는 잔인한 골절치기 수법으로 보험금을 수령한 8명을 구속 기소했다.
허위 장해는 보험금을 타기 위해 이미 신체상 결함이나 장해를 가지고 있지만, 사고로 새로운 장해가 발생한 것처럼 위장하는 행위를 말한다. 낮은 등급의 장해를 높은 등급으로 꾸미거나 고의로 신체를 훼손하는 것도 포함된다.
보험 설계사가 퇴행성 질환을 상해 사고로 둔갑시킨 경우도 있다. C설계사는 브로커와 공모해 퇴행성 질환이 있는 지인을 일부러 보험에 가입시켰다. 이후 사고를 당한 것처럼 꾸며 장해 진단을 조작했다. 설계사와 보험 가입자가 가로챈 보험금은 23억원을 넘어섰다.
설계사 D씨는 보험금 청구에 사용했던 사고확인서를 ‘재탕’하면서 상해등급을 조작하기도 했다. D씨는 고객 서류에 있는 피보험자 이름을 D씨 본인으로 하거나, 친인척의 이름으로 수정해 문서를 거짓으로 꾸몄다. 진단서 내 상해등급도 14등급에서 9등급으로 올려 보험금을 부당 수령했다.
은 보험사기의 행태를 통해 사회의 ‘온’갖 아픈(‘병’든) 곳을 들여다보는 동시에, 보온병처럼 세상에 온기를 불어넣어주는 따뜻한 보험을 은유적으로 표현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