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김미영 기자
2023.07.25 06:30:00
24일 서울 대형마트·전통시장 돌아보니
‘금값’ 채소류…손님들 한숨·머뭇·외면
마트업계, 공급 확보 사활…전통시장은 “답없이 답답”
“정부의 적극적인 수급관리 없인 민심 악화”
[이데일리 김미영 김영환 기자] “올해 상추는 다 먹었다고 봐야지, 딸들이랑 나랑 채소를 좋아해서 샐러드에 넣어 먹으려고 했는데 못 사겠네.”
24일 오전 서울 강서구의 한 대형마트. 60대 여성 이모씨가 채소코너를 둘러보다 발길을 돌렸다. 그가 만지작거리다가 내려놓은 상추 한 봉지의 가격은 4990원이지만 봉지 안에 담긴 상추는 20여장뿐이었다. 이씨는 “제철음식을 먹어야 하는데 뭐 하나 안 비싼 게 없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폭염과 집중호우로 인한 농축산물 가격이 급등하면서 밥상물가에 비상이 걸렸다. 장마철 농축산물 값이 오르는 건 어제오늘 일이 아니지만 올해는 특히 예년보다 빨리 찾아온 폭염과 물폭탄급 폭우로 농가 등의 피해가 커지면서 가격이 가파르게 올랐다. 아직 끝나지 않은 장마와 뒤이은 폭염, 태풍 발생 가능성에 9월 말 추석 명절까지 브레이크 없는 가격 오름세가 이어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이날 둘러본 A대형마트의 채소코너는 유독 한산했다. 장바구니를 든 사람들은 가격표만 확인한 뒤 지나치기 일쑤였다. 매대에 쌓인 농산물 앞에서도 사람들은 머뭇댔다. 데치면 한 주먹도 되지 않을 법한 시금치 한 단에 6990원, 행사상품인 다다기오이는 5입에 5990원, 애호박은 1개당 2490원 하는 등 가격이 만만치 않아서였다. 70대 여성 박모씨는 “세척한 당근은 더 비싸니까 손질해야 해도 이걸 사야지”라며 “갈아서 즙 내먹고 있는데 값이 부담스럽다”고 흙 묻은 당근 1개를 비닐에 담았다.
실제로 채소가격은 최근 천정부지로 올랐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유통정보를 보면 이날 기준 적상추(상품) 도매가격은 8만7340원(4㎏)으로 불과 한 달 전(1만9305원)보다 무려 352.4% 뛰었다. 역시 폭염과 장맛비에 시달렸던 지난해 이맘때(4만945원)와 비교해도 두 배 넘게 비싼 금액이다.
시금치(상품·4㎏)도 5만9980원으로 한 달 전과 비교해 225.8% 올랐다. 평년 이맘때 가격은 2만6583원으로 반값도 채 되지 않았다.
이외 애호박(상품) 도매가는 20개에 3만8380원으로 한 달 전보다 141.9%, 깻잎(상품) 도매가격은 2㎏에 3만9520원으로 한 달 전에 비해 107.9% 올랐다.
대형마트 고객들의 ‘불만족’은 가격에만 그치지 않았다. 이날 오후 서울 양천구의 B대형마트에서 만난 60대 여성 김모씨는 “장마 때문인지 다 물렁하고 눅었다”며 양질의 대파를 한참 골라냈다.
폭우·폭염으로 인한 가격 상승, 품질 저하 등의 문제로 채소 소비는 줄어드는 분위기다. A마트 한 직원은 “평소엔 오전에만 다섯 번(채소) 물량을 채웠는데 요새는 서너 번 정도”라며 “아무래도 값이 비싸다보니 채소를 사가는 손님들이 줄었다”고 했다. B마트 관계자는 “덜 팔리기도 하지만 입고되는 물량도 줄었다”며 “양상추, 파프리카는 요새 안 들어오고 시금치도 불규칙하게 들어온다”고 했다.
대형마트보다 구매 경쟁력이 낮은 전통시장 사정은 더 좋지 않았다.
상인들은 덥거나 비오는 변화무쌍한 한여름날에 시장을 찾는 손님 자체가 줄어든 데다 대폭 오른 채솟값에 장사가 제대로 되지 않는단 하소연을 쏟아냈다. 서울 마포구 아현시장에서 과일·채소 판매점을 하는 장모씨는 “도매가격이 너무 올라 뭘 팔아도 크게 남지 않는다”며 “채소나 과일은 오래 보관하기도 어려워서 조금씩 더 얹어파는 식으로 팔고 있다”고 토로했다. 서울 강서구에서 과일· 채소 등을 판매점을 운영하는 정모씨도 “오후 들어서 떨이로 팔아도 잘 안 팔린다”며 “가지, 고추가 시들한데도 비싸니까 어지간히 값을 낮추지 않으면 사람들이 구매하지 않는다”고 푸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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