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증시]부채 협상 난항에 초단기 국채 발작…투심 '털썩'

by김정남 기자
2023.05.24 06:09:11

민주·공화당 부채한도 협상 입장차
시장 '긴장'…초단기국채 6% 돌파

[뉴욕=이데일리 김정남 특파원] 미국 뉴욕 증시가 어두운 부채 한도 합의 관측에 일제히 하락했다. 미국 재무부가 천명한 연방정부 채무불이행(디폴트) 시한인 이른바 ‘X-데이트’(6월 1일)가 가까워 오면서 초단기 국채금리가 연일 폭등하는 등 시장은 긴장감이 커지는 분위기다.

(사진=AFP 제공)


23일(현지시간)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이날 뉴욕증권거래소에서 블루칩을 모아놓은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는 전거래일 대비 0.69% 하락한 3만3055.51에 거래를 마쳤다. 대형주 중심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1.12% 내린 4145.58에 마감했다. 기술주 위주의 나스닥 지수는 1.26% 떨어진 1만2560.25를 기록했다. 이외에 중소형주 위주의 러셀 2000 지수는 0.43% 내린 1787.71을 나타냈다.

3대 지수는 장 초반부터 부채 합도 협상을 주시하면서 약보합권에서 움직였다. 조 바이든 대통령과 공화당 소속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은 전날 세 번째 부채 협상에 나섰으나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이날로 디폴트 시한은 불과 9일 남은 상태다.

오후 들어서는 다소 부정적인 뉴스들이 들려오면서 3대 지수 낙폭은 더 커졌다. 매카시 의장은 CNN과 만나 “우리는 부채 한도를 높일 것”이라면서도 “백악관과의 협상에서 더는 양보할 의사가 없다”고 말했다. 부채 한도 상향과 사실상 연계돼 있는 정부 지출 감축 건을 두고 양측이 근본적인 입장차를 보이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공화당 측 협상진인 패트릭 맥헨리 하원의원은 이날 X-데이트 내에 합의하지 못하고 단기적으로 유예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기술적인 어려움이 있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시한 내에 합의하지 못한다면 디폴트가 현실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정부 지출 삭감안에 대해서는 “양측간 근본적인 이견이 있다”고 했다.

재무부는 디폴트를 최대한 늦추기 위해 정부 기관들이 예정된 지출을 늦출 수 있는지 살펴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재무부는 다른 정부 기관들에 다음달 초 전에 내야 할 돈이 있는 경우 지급 시기를 늦추는 게 가능한지 문의하고 있다고 한 소식통은 전했다.



CNBC는 “부채 상한 협상이 거의 진전을 보이지 않자 주가는 하락했다”며 “일부 하원 공화당 인사들은 디폴트 날짜의 정확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고 전했다. 오안다의 에드워드 모야 수석시장분석가는 “X-데이트가 정확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 일부 투자자들을 불안하게 했다”며 “부채 합의는 가까이 있지 않다”고 말했다. SPI 자산운용의 스티븐 이네스는 매니징 파트너는 “시장을 움직이는 유일한 재료는 부채 한도 협상”이라고 말했다.

초유의 연방정부 디폴트 가능성에 특히 스트레스를 받는 곳은 미국 국채시장이다. 다음달 6일 만기가 도래하는 1년 이하 재무부 초단기 국채(T-bill) 금리는 장중 6%를 넘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전했다. 다음달을 기점으로 리스크 프리미엄이 확 뛰면서 국채시장이 발작을 일으킨 것이다. 이는 투자자들이 부채 상한 한도를 높이지 못할 경우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자산으로 꼽히는 미국 국채의 적시 상환이 어려울 수 있다고 우려한다는 의미다.

WSJ는 “(디폴트 가능성 때문에) 많은 투자자들이 미국 국채 대신 마이크로소프트(MS), 존슨앤드존슨(J&J) 등이 발행한 우량 회사채로 눈을 돌리고 있다”고 전했다.

경제 지표는 다소 엇갈렸다. S&P 글로벌에 따르면 이번달 미국 서비스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55.1로 집계됐다. 전월(53.6) 대비 상승한 수치다. 그러나 제조업 PMI는 48.5로 기준점인 50을 밑돌았다. 3개월 만의 최저치다. 필라델피아 연방준비은행이 발표한 비제조업지수는 -16.0을 기록하면서 전월(-22.8)보다 약간 나아졌다. 다만 지수 자체는 마이너스(-)로 기준선을 3개월째 하회했다.

애플은 미국 반도체업체 브로드컴과 무선주파수(RF) 반도체 개발을 위한 수십억달러 규모의 계약을 체결했다는 소식에도 주가는 1.52% 하락했다. 반면 브로드컴의 경우 1.20% 올랐다. 주택용품 판매업체 로우스는 실적이 예상치를 웃돌면서 1.72% 올랐다.

유럽 주요국 증시는 약세를 보였다. 독일 프랑크푸르트 증시의 DAX 30 지수는 전거래일과 비교해 0.44% 내렸고, 프랑스 파리 증시의 CAC 40 지수는 1.33% 떨어졌다. 영국 런던 증시의 FTSE 지수는 0.10% 하락했다.

국제유가는 2거래일째 소폭 상승했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7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1.19% 오른 배럴당 72.91달러에 거래를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