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지원금 빼고 보니 빈부격차 더 커졌다
by이명철 기자
2020.12.18 00:03:00
소득은 찔끔 늘고, 가구당 가계부채 8000만원 넘어
분배지표 개선했지만 올해 경기침체로 부진 불가피
“일시 재난지원금 지급 넘어 중장기 대책 마련할 때”
[세종=이데일리 이명철 기자] 올해 가구 평균소득이 1년새 100만원 가량 늘어나는 동안 부채는 350만원 가까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택담보대출 등 부동산 관련 대출이 늘면서 가구당 평균 부채는 8000만원을 넘었다. 정부 지원금에 힘입어 소득 분배지표는 다소 개선됐지만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소득 격차는 다시 크게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 지난 16일 서울 한 고용복지플러스센터에서 시민들이 실업급여 수급자격을 신청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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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0년 가계금융복지조사 결과에 따르면 3월말 기준 가구의 평균 자산은 4억4543만원으로 3.1%(1352만원·전년대비) 증가했다.
가구당 부채는 4.4%(346만원) 늘어난 8256만원이다. 지난해 기준 가구 소득(5924만원)은 1.7%(96만원), 소득에서 비처분소득을 뺀 처분가능소득(4818만원)은 1.9%(89만원) 각각 증가했다. 실질 소득은 1년간 100만원도 늘어나지 못한 반면 부채 증가폭은 3배 이상 컸던 셈이다.
임경은 통계청 복지통계과장은 “부동산 가격과 전월세 가격의 상승으로 자산이 증가했고 이와 연계해 담보대출 중심으로 부채가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부동산 구입이나 임차 보증금 마련을 위한 대출 수요가 늘어났다는 의미다.
부채가 늘면서 상환에 부담을 느끼는 가구도 늘고 있다. 지난 1년 중 원금 상환이나 이자 지급 납부기일을 넘겼다는 가구 비중은 10.7%로 1.3%포인트 늘었다. 납부 기일을 경과한 이유로는 소득 감소가 33.1%로 가장 많았다.
금융부채 보유 가구 중 원리금상환이 부담스럽다고 응답한 가구는 67.6%로 1.1%포인트 증가했다. 가계부채 상환이 불가능할 것이라고 예상한 가구는 0.6%포인트 늘어난 6.7%다.
소득불평등도를 나타내는 대표 지수인 지니계수는 처분가능소득(시장소득+공적이전소득-공적이전지출) 기준 0.339로 0.006포인트 내려 사상 최소치를 기록했다. 해당 지수는 0에 가까울수록 소득 분배가 평등함을 뜻한다.
하지만 공적연금·기초연금·기초생활보장지원금·근로장려금·자녀장려금 등 공적이전을 제외한 시장소득 기준 지니계수는 0.404로 오히려 0.002포인트 올랐다. 소득 1분위(하위 20%)의 공적이전 소득(494만원)은 13.0% 증가한 반면 근로소득(286만원)은 5.2% 줄어 정부 지원 의존도가 더 커진 탓이다.
이번 조사 기준일은 3월 31일로 코로나19 영향은 초기 확산기만 반영됐다. 이후 코로나19가 지속 확산하면서 경기에 큰 영향을 미친 것을 감안하면 양극화 현상은 더욱 심화할 전망이다.
실제 올해 3분기 가계동향조사를 보면 소득 1분위 가구 월평균 전년동기대비 1.1% 감소한 반면 5분위는 2.9% 증가했다. 5분위의 월평균 소득은 1년 새 29만6000원 늘었는데 같은기간 1분위는 오히려 1만8000원 줄었다.
균등화 처분가능소득 5분위배율은 4.88배로 0.22배포인트 높아졌다. 전국민 재난지원금 지급 효과가 떨어지고 저소득층에 주로 포진한 고용 취약계층의 어려움이 커지면서 분배 지표는 더욱 악화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소득 양극화 문제가 장기화되지 않기 위해 지금부터 취약계층 직·간접 지원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며 저소득층의 근로소득이 크게 줄고 자산가격도 낮아지면서 소득 양극화 심화가 불가피하다”며 “일시 재난지원금 지급도 필요하지만 직업훈련이나 재취업 등 중장기 소득 격차를 줄이기 위해 재원을 배분하는 작업도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