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mm 크기 예쁜꼬마선충에서 노화 늦출 '힌트' 얻었다

by강민구 기자
2020.07.02 04:00:00

KAIST·포항공대 연구팀, 단백질 기전 규명

[이데일리 강민구 기자] 국내 연구진이 손톱보다 작은 벌레에서 노화를 늦출 가능성을 확인했다.

한국연구재단은 이승재 한국과학기술원(KAIST) 교수와 김경태 포항공과대학교 교수 연구팀이 예쁜꼬마선충에서 세포의 에너지 센서인 AMPK 효소를 활성화시켜 수명연장을 돕는 새로운 장수유도 단백질인 VRK-1의 기전을 규명했다고 1일 밝혔다.

VRK-1-AMPK를 통한 수명 연장 모델.<자료=한국연구재단>
예쁜꼬마선충은 토양에 서식하는 1mm 크기의 선충이다. 20여년전 유전정보가 해독돼 2만여개의 유전자를 확인했는데 약 40%는 사람과 유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1000여개의 세포로 구성돼 현미경을 통한 관찰이 쉽고 수명이 3주에 불과하면서 번식이 빨라 돌연변이 연구가 쉽다. 지금까지 이를 이용한 다양한 노화조절유전자 100여개가 밝혀졌다.

우리 세포는 공복이나 운동을 해도 에너지를 항상 일정한 수준으로 유지하도록 세포의 에너지 수준을 꾸준히 감시한다. 이 역할을 에너지센서인 AMPK가 담당한다.

AMPK는 생쥐나 초파리, 예쁜꼬마선충에서 나타나는 식이 제한에 의한 수명연장을 매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AMPK를 자극하는 상위조절인자는 알려지지 않았다.



연구팀은 VRK1 단백질이 활성화될 때 예쁜꼬마선충 유전자 2만여개 가운데 단백질로 발현되는 패턴이 AMPK가 활성화될 때와 유사한 것을 알아냈다.

이어 인산화효소인 VRK1과 대사조절을 통한 노화조절자 AMPK와의 상관관계를 확인했다. 그 결과 VRK1이 AMPK를 직접 인산화시키며, 인산화된 AMPK가 미토콘드리아의 전자전달계 억제를 매개해 수명연장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예쁜꼬마선충에서 미토콘드리아 전자전달계의 기능을 감소시켜 수명이 늘어난 돌연변이는 VRK1를 활성화시켰으며, VRK1에 의한 자극에 반응하지 않는 AMPK 돌연변이 예쁜꼬마 선충에서는 수명연장 효과가 나타나지 않았다.

이승재 교수는 “AMPK의 장수조절 효과를 유도하는 상위 인자로 VRK-1의 역할을 새로 규명했다”며 “AMPK 이상으로 발생하는 대사질환이나 항노화의 약물발굴 표적으로 VRK-1이 추가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에 2일자로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