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금융사 잇단 VC 설립…"유니콘 키운다"
by이광수 기자
2019.07.10 05:50:00
쿼드운용, 이달 초 쿼드벤처스 설립
작년 말 하나금융도 하나벤처스 설립
NH·우리·신한금융도 VC 설립 검토
9번째 유니콘 기업 탄생…"벤처기업 투자하려는 움직임 이어질 것"
[이데일리 이광수 기자] 금융사들이 자회사로 벤처캐피탈(VC)을 설립해 벤처투자 역량 강화에 나섰다. 은행이나 자산운용사 등 기존 금융사들도 벤처·스타트업 기업에 투자할 방법이 있지만, 통상 투자기간이 7~8년 이상으로 긴 벤처투자 특성상 전문 투자사를 설립해 보다 전문적인 투자를 하기 위해서다.
무엇보다 지난해 벤처투자규모가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고, 정부 역시 벤처기업 육성 의지를 드러내며 관련 정책을 잇따라 내놓자 관련 시장이 커질 것이라는 기대감도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8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쿼드자산운용은 이달 초 조직 일부를 분리해 쿼드벤처스를 설립했다. 대표는 쿼드자산운용 벤처투자본부의 조강헌 이사가 맡았다. 쿼드운용은 기존 창업벤처 PEF를 통해 벤처투자를 해왔으나 투자 역량을 높이기 위해 20억원을 출자, 자회사로 창업투자회사 쿼드벤처스를 설립했다.
쿼드벤처스 관계자는 “운용사에는 비히클(투자 수단·vehicle)마다 특화된 인력이 있는데, 벤처캐피탈을 세워 벤처투자에 특화된 인력으로 새롭게 구성해 운용을 하려는 것”이라며 “단기적으로는 상장(IPO)이 임박해 회수 기간이 짧은 딜(deal) 위주로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회수 기간이 짧은 딜로 트랙레코드를 쌓은 다음 점차 펀드의 규모를 확대하고 투자 기간을 늘려갈 것이란 계획이다.
작년 12월에는 하나금융지주도 하나벤처스를 설립했다. KB금융의 KB인베스트먼트에 이어 두 번째 금융그룹계열 VC다. 하나벤처스 설립에 이어 NH금융과 우리금융, 신한금융지주 등도 최근 VC 설립 검토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이달 초에는 1000억원 규모 블라인드 펀드 ‘하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펀드’를 설립했다. 하나벤처스의 목표는 향후 3년 동안 누적 운용자산(AUM) 1조원 달성이다. 올해 목표는 2000억원이다. 금융그룹계열사 VC 답게 혁신금융과 핀테크(fintech)를 중점적으로 투자하고 시너지를 내겠다는 계획이다.
이 밖에도 전문사모운용사인 밸류시스템자산운용은 작년 10월 지주사 골든에그를 통해서 VC 자회사 에이벤처스를 설립하기도 했다. 에이벤처스는 DS자산운용 대체투자본부 출신들이 주축으로 있는 곳으로 지난 4월 설립 6개월 만에 한국모태펀드의 자펀드 운용사로 선정되기도 했다.
이처럼 금융사들의 벤처캐피탈 설립이 이어지는 이유는 최근 벤처투자 시장 규모가 커지며 ‘제2의 벤처붐’이 기대되는 상황이라서다. 한국벤처캐피탈협회에 따르면 작년 VC들의 벤처투자규모는 3조4249억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올해는 5월까지 투자규모만 1조4894억원으로 이 역시 같은 기간으로 따지면 역대 최대규모다.
VC 업계 관계자는 “(정책 자금 이외에도) 자산가들의 벤처투자 수요도 날로 커지고 있다”며 “기존의 금융사 형태로도 벤처투자를 할 수 있지만 최적화된 수단은 아니기 때문에 VC를 설립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출자자(LP)들이 세금을 내는 측면에서도 유리하고, 벤처펀드로 좋은 성과를 냈을 때 향후 앵커 출자자에게 트랙레코드로 인정받을 수도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특히 지난달에는 9번째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조원 이상 스타트업)이 탄생하면서 국내 유니콘 기업은 미국과 중국, 영국, 인도에 이어 독일과 같은 5위에 올라선 상황이다. 유니콘 기업수는 1년 만에 3배로 성장했다. 업계에서는 유니콘 기업이 탄생하는 최근의 분위기가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 흐름이라고 보고 있다.
VC 업계 관계자는 “공유오피스와 클라우드 등으로 벤처기업이 사업을 하는데 우호적인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며 “많은 서비스가 비대면으로 이뤄지다 보니 단기간 급성장하는 사례가 늘고 있고, 스타트업의 자금조달역량도 대기업을 앞서고 있어서 장기간 벤처기업에 투자하려는 움직임은 앞으로도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