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자장사 오명 벗자'..CIB 힘주는 금융지주

by유재희 기자
2018.10.24 06:00:00

신한, 분기순익 1000억 돌파
KB, SK·KDB 빌딩 매입
하나, 한국콜마 인수금융 주선
우리, 전체 수익의 10% 차지

[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이데일리 유재희 기자] 시중은행들이 정부의 고강도 가계 대출 규제와 이자장사라는 오명을 벗기 위해 금융지주사를 컨트롤타워로한 기업투자금융(Corporate & Investment Banking) 부문을 강화하고 있다. 이자수익에 의존해 온 과거 관행에서 벗어나 사업 영역을 확대하고 신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조치다. 이자수익에 지나치게 쏠린 포트폴리오의 균형을 잡고 수익을 높여야 한다는 점에서 CIB사업의 성패가 중요해진 상황이다.

23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금융지주들은 은행과 보험사, 증권사 등 주요 계열사의 자산을 통합해 운영하면서 CIB부문을 강화하고 있다. CIB는 일반 상업은행(CB)과 투자은행(IB)을 합친 개념으로 기업금융과 IB업무를 연계하는 업무다. 보통 은행 내부의 기업금융 관련 부서나 증권 등 계열사들의 IB조직을 연계해 지주사가 통합 운영하는 방식이다.

금융지주사들은 새 먹거리인 CIB 사업 부문을 강화하기 위해 지난해 조직개편을 마무리했다. 우선 신한금융지주는 지난해 7월 기존 은행과 금융투자 중심의 CIB 사업부문을 지주·은행·금융투자·생명·캐피탈 등 5개 계열사를 통합한 GIB(Group & Global Investment Banking Group)사업부문으로 확대 개편해 출범시켰다.

KB금융지주는 지난해 은행 CIB그룹 부행장이 지주, 증권 IB부문 부사장을 겸직하는 구조로 개편하는 등 CIB 부문을 매트릭스 조직으로 전환했다.

하나금융지주도 지난해 KEB하나은행과 하나금융투자의 IB 부문을 합친 데 이어 은행의 IB사업단을 하나금융투자 본사로 이전시키는 등 그룹간 시너지를 꾀했다. 특히 하나은행 IB는 2008년부터 홍콩에 KEB하나글로벌재무유한공사를 설치해 글로벌 IB업무를 추진해 온 가운데 싱가포르, 뉴욕, 런던에 IB데스크를 설치하는 등 글로벌 시장에서 IB를 통한 수익 확대에 주력하고 있다.

우리은행의 IB그룹은 투자금융부와 프로젝트금융부로 구성돼 있으며 약 60명의 인원이 소속돼 있다. 주요 은행 중 유일하게 지주체제는 아니지만 증권, 보험, 자산운용 등 과점주주사와 협업을 통해 비은행 시너지를 강화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뉴욕, 런던, 시드니, 싱가폴, 베트남, 인도 등 해외 주요 금융시장에 ‘글로벌 IB데스크’를 설치해 국제금융 중심지에서 글로벌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다.



신한금융지주의 경우 조용병 회장이 취임한 이후 “GIB 사업부문이 신한의 신성장동력의 큰 축이 될 것”이라고 강조하면서 최대 핵심과제로 GIB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그 결과 GIB사업부문 출범 1년 만에 분기 수익 1000억원을 돌파하는 등 순항을 거듭하고 있다. 신한금융은 최근 1년간 5000억원 규모의 판교 알파돔시티 6-4 오피스 매입을 위한 공모상장 리츠 사업과 사업규모 3조4000억원인 수도권 광역급행철도 GTX A노선의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된 것을 비롯해 베트남 1위 전력 장비 그룹인 ‘GELEX 그룹’의 회사채 발행을 주선하기도 했다.

신한금융지주 관계자는 “올해는 리스크와 심사 체계를 강화하고 있다”며 “지속적인 상품 공급 밸류체인 및 글로벌 투자 역량 강화를 통해 그룹의 자본시장 부문 손익 비중을 오는 2020년까지 14% 수준으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KB금융도 CIB시장에서 순항하고 있다. 올 상반기에 7180억원에 이르는 ‘KKR과 LS그룹의 LS오토모티브 및 LS엠트론 동박·박막 사업부 영업양수도’ 거래를 성공적으로 주선한 데 이어 계열사간 협업을 통해 ‘여의도 SK증권 빌딩 매입’, ‘동자동 KDB생명타워 매입’ 등의 성과를 거뒀다.

하나금융도 지난해 조직 개편 후 계열사간 협업을 통해 지난 4월 한국콜마의 CJ헬스케어 인수금융(3200억원 규모)을 성공적으로 주선했다. 은행은 총금액을 언더라이팅하고 금투는 최종 참여기관을 모집한 것을 비롯해 기타 관계사도 해당 인수금융에 참여하는 등 협업 모범사례로 꼽힌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우선 글로벌 IB 이익 확대를 위해 내부적으로는 조직을 더욱 정비하고 관계사 IB유관 부서간의 협력을 더욱 확대해 나갈 예정”이라며 “중장기적으로는 그룹내 모든 가용 IB자원을 집중해 한 프로젝트로부터의 모든 이익을 가져오는 전략을 구사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우리은행은 경쟁사 대비 적은 IB 인원에도 불구하고 상반기에 당기순이익 1000억원 이상을 실현, 전체 수익 중 10% 이상을 기여했다. 우리은행은 올해 4건의 항공기금융(총 1억6700만달러) 사업을 진행한 것을 비롯해 미국 South End 가스복합화력 발전사업(4000만 달러), 호주·뉴질랜드 CLV 기숙사 신디케이티드론(2500만 호주달러), 베트남 응이손 석탄화력발전소 EBL(6600만 달러) 등 해외 인프라사업 투자로 수익을 확대했다. 이밖에 스페인 천연가스회사 GNF 인수금융(3500만 달러)과 호주 Collins Square 빌딩 신디케이티드론(4000만 호주 달러) 등에도 참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