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②박원순 "서울시 공무원 수 맘대로 못해…文, 지방분권 행동으로 보여달라"

by김재은 기자
2017.12.20 06:00:00

행정안전부 장관 대통령령 규정 바꾸면 가능
근로시간 단축..방향 맞다면 과감히 시도해야
주 4일도 가능..급여는 조정
개헌, 잘못된 대통령 와도 기본권·민주주의 지키는 쪽으로
`군주민수`..3선 도전 나설까

박원순 서울시장이 18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사진=방인권 기자)
[대담=선상원 정경부장 정리=이데일리 김재은·조진영 기자] 인구 1000만명 수도 서울을 책임지는 박원순 시장. 사람중심 도시, 사람특별시를 꿈꾸는 그다. 공교롭게도 몇달전 서울시에선 공무원이 자살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박 시장 임기동안 7명의 공무원이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왜 그랬을까.

“일을 너무 많이 시켰죠. 서울시정에서 어느 하나 손대지 않은 게 없어요. 그러다보니 서울시 공무원의 비극적 사건이 발생했어요. 예산이 3배로 늘어났고, 80개 넘는 과가 만들어졌지만, 공무원 수는 부족하죠. 지방분권, 지방행정이 필요한 이유에요. 행정안전부 장관을 만날 때마다 빚쟁이처럼 얘기하는데 조직 자율권을 주지 않네요.”

지난 18일 서울시장실에서 만난 박원순 시장은 지방자치 시대를 열겠다는 문재인 정부에게 지방분권 실행력을 강조했다.



박 시장은 행정안전부 장관을 빚쟁이처럼 따라다닌다고 했다. 장관이 결심해 대통령령만 고치면 되는데 그것을 해주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그는 서울시 공무원의 휴가(안식년 도입 등)를 대폭 늘리고, 서울시에선 개미새끼 한마리 못 들어오게 초과근무를 없애고 싶지만, 중앙정부가 다 쥐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현재 행안부는 ‘지방자치단체의 행정기구와 정원기준 등에 관한 규정’으로 각 지자체의 직급별 정원과 인건비를 규정하고 있다. 지자체 규모에 따른 3급 이상의 공무원 숫자도 못박아 놓은 상태다. 이는 법률이 아닌 대통령령으로 행안부 장관이 발의해 국무회의 의결을 거치면 수정이 가능하다.

“공무원의 수준과 비전을 높이면 그만큼 그 도시는 잘되게 돼있다. 서울시는 가능한 방법을 모두 동원하고 있다. 중앙정부가 틀어쥔 것을 풀어주면 서울시는 행복하게 할 수 있다.” 서울시는 10년 근속시 10일 휴가, 30년 근속시 30일 휴가를 주고, 해외 시찰을 나갈 때 며칠 휴가를 붙여 써서 돌아보게 하고 있다. 과거에는 이마저도 금지돼 있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연방제 수준의 지방분권을 내세워 현행 8대 2인 국세와 지방세의 비율을 6대 4로 바꾸겠다고 천명했다. 이같은 재정분권에 필수적인 게 행정운영에 대한 자율성이다. 서울시 등 지자체는 규정에 숫자를 못 박을 게 아니라 조례를 통해 결정하게끔 지자체에 맡겨야 한다는 입장이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18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사진=방인권 기자)
박 시장은 저녁이 있는 삶을 위해 주 5일제뿐 아니라 주 4일제도 시도할 수 있다고 했다. 최근 여야간 공방을 벌이는 근로시간 단축에 대해선 “무리하더라도 그 방향이 맞다면 가야 한다”고 했다. 주 5일제를 예로 들며, 주 5일제를 시행할 때 (재계에선) 대한민국 경제가 절단날 것처럼 반대했지만, 지금은 완전히 자리를 잡았다고 했다. 특히 “최악(최장)의 노동시간, 최저의 노동생산성은 선진국으로 가는데 결정적인 장애물”이라며 “제가 서울시 공무원들을 맘대로 할 수 있다면, 주 5일제는 물론 주 4일제를 택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물론 선택적으로 원하는 사람에 한해 급여는 조정하겠다고 했다.

박 시장은 1970~80년대 고도성장시대처럼 오랜 시간 일하는 게 맞지 않다는 생각이다. 업무시간은 혁신·창조적인 일상으로, 나머지 시간은 학습할 수 있도록 하는 독일같은 모델을 꿈꾼다. 이미 서울의료원과 신용보증기금에서는 초과근무수당을 양보하고, 그에 맞는 신입직원을 채용해 저녁이 있는 삶을 살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최저임금이 16.4%나 오르며 자영업자 부담이 크다는 지적엔 “처음에는 다소 무리하더라도 가야 할 방향이라고 생각한다”며 “소득수준은 노동의 질과 관련돼 있다”고 했다. 그는 “과도기적으로 자영업자나 중소기업에게는 세금감면 등으로 어려움을 해결해야 한다”고 했다. 서울시는 2015년부터 생활임금제를 시행중이며, 내년 임금을 시간당 9211원으로 책정했다.

그는 개헌에 대해선 국민의 기본권 확대와 함께 자치와 분권을 시대적 대세로 꼽았다. “참여민주주의나 협치가 대세인데, 주민자치나 지방분권도 더 높은 민주주의를 위해 우선인 것 같다. 제왕적 대통령제라지만, 설사 잘못된 대통령이 오더라도 국민들의 기본권은 지켜주고, 민주주의는 무너지지 않도록하는 그런 시스템이 중요하다. 이번 개헌에 담겼으면 한다.” 특히 대통령이 발의하기 보다는 대의제 기관인 국회가 스스로 개헌안을 논의해서 발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남경필 경기지사가 제안한 광역서울도에 대한 의견을 묻자 “꼭 합치는 게 능사는 아니다”며 회의적 입장을 보였다. 만약 경기도와 서울시가 합칠 경우 하나의 행정구역에 2500만명이 살게 돼 전체 인구의 절반이 하나의 행정구역에 묶이게 된다.

그는 이에 대해 “넌센스”라면서도 “서울, 경기도, 인천은 하나의 통행권 안에 있는 만큼 서로 협력할 게 많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박 시장은 앞으로의 꿈에 대해 “대한민국 혁신의 테스트베드인 서울시정의 성공이 곧 문재인 정부의 성공”이라며 “서울이 대한민국 혁신의 표준을 만들고, 글로벌 최고 도시로 도약하는 게 지금 나의 소임”이라고 했다. 차기 시장 요건으로는 △세가지 안목(과거 성찰·선진국 교훈·미래전망)과 통찰력 △‘사람’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 △세계 도시와 연대를 통한 혁신 선도 등 세 가지를 꼽았다.

그는 “서울시장이라는 자리를 두고 어떤 정치적 거래를 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며 “이는 어떤 정치권력도 스스로 가질 수 없고, 시민과 국민이 부여하는 것”이라고 했다. ‘군주민수(君舟民水:정치인은 민심위에 떠 있는 배로 민심이 향하는 곳에서 길을 찾고 답을 찾는다)’를 택한 박 시장이 3선 도전에 나설 지 귀추가 주목된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18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사진=방인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