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유족 배려, 인권 감수성 아쉬운 이대목동병원

by윤여진 기자
2017.12.19 06:00:00

[이데일리 윤여진 기자] 불가항력(不可抗力). 국립국어원 국어대사전은 ‘사람의 힘으로는 저항할 수 없는 힘’이라고 설명한다.

매우 이례적이고 불행한 일. 4명의 신생아가 부모의 품에 안겨보지도 못한 채 심정지로 연이어 숨진 데 대해 17일 긴급 기자회견을 연 이대목동병원 측이 “적극적인 심폐소생술에도 불구하고 안타깝게도 사망했다”며 내놓은 표현이다. 의료진은 최선을 다했지만, 예기치 못한 상황에서 어찌할 수 없었다는 얘기다.

병원 측 표현대로 이번 신생아 집단 사망 사건은 이례적인 사고일 수 있다. 사망 원인이 감염병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지만, 병원 측의 과실 등 책임 여부는 아직 명확하지 않다. 보건당국의 역학조사와 최종 부검 결과 등이 나온 뒤에 따져볼 문제다.

하지만 사건 발생부터 수습 과정에서 이대목동병원 측이 보인 모습은 ‘임산부의 날’ 대통령 표창까지 받은 병원의 명성에 걸맞지 않게 미숙했다.

숨진 신생아의 보호자가 경찰에 직접 신고했고, 보건소 통보조차 병원이 아닌 경찰이 한 것으로 드러났다. “예측하기 불가능했다”는 변명으로 넘어갈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이 뿐만이 아니다. 긴급 기자회견 당시 정혜원 병원장이 공식사과문을 발표한 이후 김한수 이대목동병원 홍보실장이 기자들의 질문을 받으려는 찰나 다소 이상한 질문이 브리핑석 쪽에서 튀어 나왔다. “저 질문 있어요. 브리핑 목적이 뭔가요”

홍보실장이 “현재 상황을 알려드리려는 것”이라는 뻔한 답을 미처 다 하기 전 질문을 던진 사람이 “저 어제 죽은 애 아빤데요”라며 말을 가로챘다. 세상에서 가장 비참한 수식어로 자신을 소개한 그에게 취재진의 이목이 쏠렸다.

이날 사고로 자식을 잃은 아기 아빠는 “브리핑한다는 얘기를 뉴스에서 듣고, 병원에 전화하고 부랴부랴 쫓아왔다”며 “우선 순위가 유가족인가 언론사인가”라고 따져 물었다. 홍보실장은 질문에 답하지 못한 채 연거푸 “다시 한번 사죄드린다”라고 고개를 숙였다.

일련의 과정에서 유가족 보단 병원 측 피해를 더 걱정한 게 아니냐는 인상을 지울 수가 없다. “유명을 달리한 아기들과 유가족에게 깊이 사과드린다”는 병원 측의 사과가 가슴에 와닿지 않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