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정다슬 기자
2017.02.10 05:00:00
[이데일리 정다슬 기자] 경부고속도로 지하화사업이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지난해 말 서울 서초구청이 경부고속도로 양재~한남나들목(IC) 6.4㎞ 구간을 지하화하는 마스터플랜을 내놓으면서다. 정보가 빠른 일부 지인들은 “경부고속도로가 지하화되면 주변 집값도 뛰는 거냐”면서 관심을 표하기도 했다.
그러나 속사정을 들여다보면 사실은 전혀 다르다. 해당 마스터플랜은 사업의 열쇠를 쥐고 있는 서울시와는 상관 없이 서초구청이 자체적으로 마련한 방안이기 때문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얼마 전 까지도 “경부고속도로 지하화에 대한 공식 요청을 서초구로부터 받은 적은 없다”며 “요청이 들어오지 않았기 때문에 검토 자체도 이뤄지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경부고속도로 지하화에 따른 편익·비용비율(B/C)이 1.11에 달해 사업 타당성이 있다는 최근의 언론 보도도 이해 당사자인 서초구가 대한국토·도시계획학회 등 5개 학회에 의뢰해 얻은 용역 결과를 다룬 것이다. 사업 타당도 평가가 객관적 수치로 인정받기 어려운 이유다.
더 큰 문제는 일부에서 이 같은 결과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것이다. 서초구의 연구용역 결과를 부동산 가격 띄어 올리기에 이용하는 이들이 있는 탓이다. 반포동 한 공인중개사는 “경부고속도로가 지하로 들어가고 위에 공원이 조성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이 일대 중소형 빌딩 몸값이 꽤 많이 올랐다”고 말했다.
개발할 땅이 모자란 서울에서 ‘도로 지하화’를 요구하는 목소리는 점점 커질 수밖에 없다. 도로가 땅속으로 들어가면 매연과 소음 등에 고통받던 그 일대 지역 주민들은 주거 환경 개선 효과를 톡톡히 누릴 수 있다. 그러나 서부간선도로 지하화에 따른 배기가스를 배출할 환풍구가 지상에 설치된다는 소식에 영등포 일대 주민들이 들고 일어났듯이 문제는 다양한 이해관계가 얽혀 있다.
도로 지하화의 성공 사례로 꼽히는 미국 보스턴 ‘빅딕’(Big Dig)의 경우 당사자들이 필요성을 공감하고도 지하화 계획을 세우는데 20~30년이 걸렸다. 변죽만 올리기보다는 서울의 백년지대계를 위한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