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김기훈 기자
2016.05.30 06:50:00
내달 16일 3000억 규모 발행…앞서 실적부진 등으로 연기
우수한 재무구조+삼성그룹 지배구조 정점 매력 부각
[이데일리 김기훈 기자] 지난달 회사채 발행을 추진하다 돌연 연기했던 삼성물산이 이를 재개하기로 하면서 성공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건설부문을 중심으로 실적 부진이 계속되고 있지만 삼성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회사로서 ‘AA+’급의 우량한 신용도를 보유하고 있는 만큼 발행 성공 가능성은 높아 보인다.
30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삼성물산(028260)은 다음달 16일 3·5년 만기 회사채를 총 3000억원 규모로 발행할 예정이다. 삼성물산이 회사채를 발행하는 것은 지난해 9월 제일모직과의 합병 이후 두 번째다. 작년 12월 2000억원 규모의 회사채 발행 당시에는 모집액의 1.5배가 넘는 3100억원이 몰려 흥행에 성공한 바 있다.
삼성물산은 당초 NH투자증권과 신한금융투자를 대표주관사로 선정하고 4월 중순을 목표로 작업을 진행했지만 별다른 이유없이 일정을 연기해 궁금증을 불러 일으켰다. 계속된 적자로 회사채 발행을 앞두고 자칫 신용등급이 하락할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뒀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삼성물산은 1분기 4348억원의 영업손실과 5166억원의 순손실을 냈다. 지난해 하반기 제일모직과 합병을 전후로 3분기 연속 대규모 적자다.
이에 대해 신용평가사들은 현재 신용등급에 부합하지 않는 수준이라고 평가하며 등급 조정 가능성을 시사했다. 삼성물산 입장에선 사채 발행을 앞두고 등급이 떨어지면 흥행에 차질이 생길 뿐 아니라 발행금리가 올라가 자금조달에 더 큰 비용을 치러야 하는 만큼 일정 조율에 신경을 썼던 것으로 풀이된다. 또 실적이 부진한 상황에서 금융당국의 수주산업 회계투명성 강화 조치에 따라 회사채 발행에 필요한 증권신고서에 개별 공사 계약일과 진행률, 미수금 등을 자세히 기재하는 것에도 부담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 이런 와중에 신용등급 재검토 의사를 밝혔던 한국기업평가가 우려와 달리 등급을 ‘AA+ 안정적’으로 유지하면서 발행 작업에 숨통이 트였다. 한기평은 “영업 수익성은 저조하지만 우수한 재무구조와 우량한 자산가치, 삼성그룹 지배구조상의 중요성 등을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회사 양대 축인 건설과 상사부문 중 실적 개선을 이끌어야 할 건설의 턴어라운드 시점이 불분명하다는 게 약점이지만 배당금 수익과 지분 51%를 보유한 삼성바이오로직스 상장 추진 등으로 우수한 재무구조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은 회사채 흥행 성공에 힘을 싣는다. 지난 3월말 기준 삼성물산의 부채비율과 차입금 의존도는 각각 136.3%, 19.6%로 양호하다. 관계사 지분을 포함한 매도가능금융자산과 관계기업 투자자산은 21조2000억원, 유형자산과 투자부동산도 5조3000억원에 달한다.
크레딧시장 전문가들은 우량채 선호가 뚜렷한 회사채시장에서 AA+ 등급을 보유한데다 무엇보다 삼성생명과 삼성전자의 2대 주주로 삼성그룹 지배구조 최상단에 있는 회사라는 점이 투자자들에게 매력 포인트로 작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