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전쟁]아이 더 낳으라는 정부, 육아예산은 삭감

by한정선 기자
2015.12.07 07:00:00

내년 0~2세 보육료 지원 예산 올해보다 311억 줄어
가정내 보육예산은 동결, 어린이집 지원도 생색만
"저출산 해결하려면 육아 공적서비스 확대해야"

그래픽=문승용 기자
[이데일리 한정선 기자] 정부가 편성한 내년 0~2세 보육료 지원예산은 3조1066억원이다. 올해 쓴 보육료 지원예산(3조 1377억원)보다 오히려 311억원 줄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출산율이 높았던 2012년 흑룡의 해에 태어난 아이들이 누리과정으로 편입되면서 0~2세 영아반 보육료 지원이 자연적으로 감소해 전체 지원 예산이 줄었다”고 설명했다. 내년 전체 보육예산은 5조 2709억원이다. 올해 보육예산(5조1861억원)보다 1.63%(847억원)늘어나는데 그쳤다.

정부는 자녀를 어린이집 등에 보내지 않고 집에서 키울 때 지급하는 가정양육수당은 동결했다. 정부는 현재 만 0세는 월 20만원, 1세 15만원, 2~6세 10만원을 지급한다. 보육교사 근무수당(근무환경개선비)은 월 3만원, 아이돌보미 수당은 시간당 6100원에서 6500원으로 400원 올리는 데 그쳤다. ‘저출산→육아지원 축소→출산 기피→저출산’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다.

복지부에 따르면 법률상 정해진 어린이집 운영시간은 12시간이다. 연장도 가능하다. 그러나 대부분 민간어린이집들은 연장은 커녕 12시간 운영조차 꺼린다. 12시간 종일반 운영에 따른 정부 지원은 미미한 반면 보육교사 연장 근무 등으로 인해 부담은 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민간 어린이집 교사는 “원장과 교사들도 아이를 키우고 개인생활이 있는 만큼 늦은 저녁까지 아이들을 돌보는 걸 힘들어한다”고 말했다. 육아정책연구소의 조사에 따르면 워킹맘의 어린이집 평균 이용시간은 8시간 15분. 전업주부는 6시간 42분이다.

어린이집을 이용하는 맞벌이 부부들의 가장 큰 고민은 등·하원이다. 맞벌이 부부들은 출근보다 늦은 어린이집 등원, 퇴근보다 빠른 하원시간 탓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적지 않다.

영등포구에 거주하는 워킹맘 임모(33)씨는 “지금 아이를 맡기는 가정어린이집은 등원시간이 9시, 하원은 6시”라며 “상대적으로 출근시간이 늦은 남편이 등원을 돕는데 등원시간이 워낙 늦어 매일 지각한다”고 말했다. 퇴근때도 회식이나 저녁 약속은 엄두를 못낸다.

이 때문에 맞벌이부부를 대신해 등·하원을 돕기 위해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동원된다. 이른바 ‘할빠(할아버지+아빠)·할마(할머니+엄마)’들이다.

서울 마포구의 어린이집에 다니는 3살 외손녀를 돌보는 최모(67·여)씨는 “딸이 아침 7시 30분에 출근해 저녁 8시 30분에 귀가한다”며 “아침 7시면 딸 집에 왔다가 오후 9시 이후에 집에 돌아가는 생활을 반복하고 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최씨의 딸은 그나마 행복한 편이다. 부모님에게 육아를 맡기는 게 여의치 않은 맞벌이부부들은 육아도우미를 고용하지만 비용이 만만치 않다.

국무총리실 산하 육아정책연구소(최윤경 부연구위원)가 내놓은 ‘국내 중국동포 육아돌보미 현황 및 양육가치관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입주 육아도우미의 경우 지난해 7~8월 기준 급여가 월평균 162만원이었다. 출퇴근제의 경우는 약 131만원, 시간제는 약 97만원이다. LG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14년 4월 전체 업종별 종사자의 연령대별 평균 임금을 계산한 결과 30대 월 평균 임금은 176만 2000원이었다. 입주 육아도우미를 쓰면 한달 월급이 고스란히 들어가는 셈이다.

작은 인테리어 소품 가게를 운영하는 최모(34·여)씨는 친한 언니와 동업형태여서 사업자등록도 없다. 공식적으로는 남편 혼자 직장을 다니는 외벌이인 셈이다.

최씨는 “아이가 내년이면 4살인데도 여전히 동네 가정어린이집을 다니고 있다”며 “시설이 잘 갖춰진 국공립 어린이집으로 보내고 싶은데 번번이 맞벌이부부에 밀려 3년째 대기 중”이라고 말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어린이집 입소 우선순위 가점을 받을 수 있는 항목은 ‘다문화 가정’,‘다자녀 가정’ 등 10가지다. 이 중에서도 ‘부모가 모두 취업 중인 영유아’는 1순위 항목이다.

새정치민주연합 남인순 의원이 보건복지부에서 제출받아 공개한 ‘어린이집 대기자 현황’에 따르면 올해 6월 기준 어린이집 0세(생후 12개월까지)반 영아는 7만 7454명이나 대기자는 36만 9311명이다. 대기자가 현원의 4.8배나 된다. 이어 1세반(12~24개월)대기자는 1.1배, 2세반은 0.6배다.

최윤경 육아정책연구소 부연구위원은 “부모들이 아이돌보미나 육아지원종합센터 등 다양한 공적 서비스를 손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정부가 보다 적극적으로 보육서비스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