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독서 50권 읽어야 공무원 된다

by최훈길 기자
2015.08.10 05:00:00

인사혁신처 "인문·시사 50권 지정해 면접서 숙지여부 확인"
국가관 검증 취지··이르면 내년 5·7·9급 공무원 임용에 적용
공시생 학원가 "수험생 학습부담 늘고 출판사만 호재" 난색

[이데일리 최훈길 기자] 이르면 내년부터 공무원이 되려면 정부가 지정한 필독서 50권을 반드시 읽어야 한다. 정부는 공무원 시험 준비생(공시생)들이 읽어야 할 필독서를 지정하고 면접시험 때 이를 반영하기로 했다. 공무원 시험 문턱이 더욱 높아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인사혁신처(인사처) 고위관계자는 9일 “목민심서(牧民心書)와 같이 공무원 수험생이 반드시 읽어야 할 책 50권 정도를 지정할 방침”이라며 “필독서를 지정하면 면접 질의과정에서 지원자의 국가관 등을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공시생 대상의 ‘필독서’를 지정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인사처는 공무원 면접시험을 대폭 강화할 계획이다. 국가직 공무원 면접은 개인발표, 개별면접, 집단토의 등으로 구성된다. 올해 하반기부터는 5·7·9급 면접시간이 현행보다 최대 105분 늘어나고 면접 탈락자도 늘어난다. 예컨대 5급 면접의 경우 합격인원의 1.2배수에서 1.3배수 선발로 바뀌게 돼 탈락자가 30%로 늘어난다. 여기에 면접방식도 실무 관련 단답형 질의에서 벗어나 필독서를 통해 숙지한 인문·시사·고전 내용을 검증하는 방식으로 바뀐다.

인사처는 이미 필독도서 목록, 적용 대상, 시행 시기 등 면접시험 개편안에 대한 실무검토에 착수했다. 내년 인사처 주관 5·7·9급 국가직 시험부터 적용될 전망이다.



이 관계자는 “종합적이고 폭넓은 사고를 하는 공직자를 원하는 시대 요구에 맞게 채용 변화를 계획 중”이라며 “앞으로 책상 위에서 수험서만 봐선 공직자가 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학원가에서는 수험생 학습부담이 늘어날 수 밖에 없다며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서울 노량진 학원의 한 행정학 강사는 “출판사에는 호재가 되겠지만, 수험생 입장에선 시험과목이 늘어 경제적·정신적 부담이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5월 현재 공무원 시험을 준비 중인 청년 공시생만 22만명에 달한다. 취업 중인 상태에서 공무원 시험을 준비 중인 사람들까지 포함하면 30만명선을 훌쩍 넘어설 것으로 추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