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들기고 칠하고…'말없는 무대' 춘절 요우커 홀렸다

by김미경 기자
2015.02.16 06:34:00

춘절 패키지로 관람객 홍수
중국 여행사 예매 10배 이상 늘어
비언어극 '난타' 객석 80% 중국인
미술쇼 '페인터즈' 삼국지 그림 인기

중국 춘절 연휴를 앞두고 지난 14일 서울의 주요 공연장에 요우커(중국인 관광객)들이 몰리고 있다. 사진은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 난타전용관 로비 앞 전경으로 중국인 단체여행객들이 공연 시작 전 입실을 기다리고 있다.


[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딩하오!”(좋아요)” “유이쓰!”(재미있다)” 지난 14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 난타전용관 2층 로비 앞. 넌버벌 퍼포먼스 ‘난타’를 보고 나오는 중국인들이 재차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부리핑(33·여) 씨는 “공연 내내 어깨가 들썩였다”며 “눈과 귀가 즐거웠다. 다음에 다시 한국에 오면 다른 공연도 보고 싶다”고 말했다.

본격적인 중국 춘절 연휴(18~24일)를 앞두고 한국에 몰린 요우커(중국인 관광객)들이 다녀간 곳은 공연장도 예외가 아니었다. 백화점, 면세점 못지않게 이들이 많이 찾는다는 서울의 주요 공연장은 이미 필수 관광코스가 된 지 오래. 비언어극인 ‘난타’부터 미술쇼 ‘페인터즈 히어로’ 등의 전용극장은 벌써부터 요우커로 붐빈다. 난타 제작사인 PMC프로덕션은 “춘절을 맞아 중국인이 대거 몰리고 있어 관객들의 안전은 물론 중국어 안내 등 서비스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면서 “명동과 충정로 전용관 같은 경우 지난 13일부터 춘절기간까지 모두 만석이다”라고 말했다.

◇두들기고 칠하고…중국인 사로잡는 ‘비언어극’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이번 중국 춘절 연휴 동안 방한하는 요우커는 지난해보다 30% 증가한 12만 6000여명. 한류에 힘입어 요우커의 관심이 국내 공연계로 쏠리면서 특히 말하지 않아도 통하는 ‘넌버벌’ 공연이 수혜를 입고 있다. ‘난타’ ‘뮤직쇼 웨딩’ ‘비밥’ ‘페인터즈 히어로’ 등은 입소문이 나면서 근처 호텔과 연계한 여행 패키지로 출시하는 등 중국인 단체여행객에게 인기다.

넌버벌 퍼포먼스 ‘난타’ 공연의 한 장면(사진=PMC프로덕션).
춘절기간 전석이 팔린 ‘난타’의 경우 원래 전용관인 충정로와 명동 극장 모두 공휴일 없이 각각 매일 2차례, 3차례 공연하지만 이 기간 중국인 관광객이 몰리면서 하루 1~2차례 공연 수를 늘렸다. 540석 규모의 충정로 전용관은 18일부터 21일까지 기존 2차례에서 1회를 늘려 3차례 공연한다. 390석인 명동 전용관의 경우 14일부터 오전 11시, 오후 2시, 5시, 8시 등 4차례 공연한다. 특히 19일과 20일은 야간 10시 30분까지 총 5차례 무대를 갖는다고 PMC프로덕션은 전했다. 이들 전용관은 객석의 80% 이상이 중국인. 두 전용관에서 18~21일 동안 ‘난타’를 관람할 중국인은 1만 3900여명인 셈이다.



‘페인터즈 히어로’도 배우들이 무대서 그리는 그림이 춤과 음악, 화려한 영상과 함께 어우러지는 비언어극. 중화권 관객을 사로잡을 만한 소재가 곳곳에 등장하는데 그들이 좋아하는 동물인 용과 호랑이를 비롯해 월드스타 리샤오룽, 중국 고전인 ‘삼국지’의 인물들을 등장시키는 식이다. 제작사 펜타토닉은 “그림을 그리는 미술쇼라 관객들이 신선해한다”며 “중국인의 경우 중장년층과 가족여행객이 많은데 내용이 자극적이지 않아 남녀노소 모두에게서 반응이 좋다”고 귀띔했다.

‘페인터즈 히어로’ 역시 서울 전용관(488석)과 제주 전용관(780석) 두 곳 외에 춘절기간 한 달 동안 서울 종로2가 시네코아 극장(320석)을 대관해 공연한다. 제작사 관계자는 “이 기간에만 2만여명의 관객이 몰릴 것으로 보인다”며 “이는 전년 대비 약 1.8배 신장한 것으로 이 중 중국인이 70% 정도”라고 말했다.

◇개별여행객↑..쿠폰북 보고 직접 찾아

미술극 ‘페인터즈 히어로’의 공연 모습(사진=펜타토닉).
중국인 관객은 1~2년 전까지만 해도 단체가 많았다면 최근엔 개별 관객이 많아지는 추세다. 중국 온라인 여행사 시트립의 이효상 여행사업부 팀장은 “중국 현지 내 온라인 사이트를 통해 공연 관련 예매권을 판매하고 있는데 작년 춘절 대비 10배 이상 늘었다”며 “보통 20~30대 여성이 많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뮤지컬 ‘킹키부츠’도 중국인 개별 관객이 몰리는 편. 킹키부츠를 공연 중인 충무아트홀은 “공연시간이면 로비 앞 중국인 여성들이 삼삼오오 모여 있다”며 “이들은 오만석 등 인기배우들의 공연을 직접 찾아다니며 관람한다”고 말했다.

난타 명동 전용관 역시 개별 관객 비율이 더 많아지고 있다. PMC 측 관계자는 “중국 현지에서 난타 광고를 보고 티켓을 미리 예매하거나 한국에 여행을 와 쿠폰북을 보고 관람하러 오는 경우도 많아졌다”고 설명했다.

뮤지컬평론가 원종원 순천향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공연이 한국여행의 당연한 코스로 여겨지는 경향이 짙어지고 있다”며 “무대공연은 복제가 불가능한 문화산업인 만큼 비언어극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장기적인 콘텐츠 생산과 다양한 실험무대를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

미술극 ‘페인터즈 히어로’의 배우들이 서울 종로구 관수동 서울극장에 마련한 서울 전용관에서 짧은 시간에 그림을 그리는 퍼포먼스를 선보이고 있다(왼쪽). 공연 후 배우들이 관객들에게 사인을 해주고 있다. 관객의 70%는 중국인이다(사진=펜타토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