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보아빠의 쇼핑 노하우]신선한 계란 고르는법

by안승찬 기자
2013.11.29 07:59:20

다섯가지 체크포인트
1. 산란일에 얼마나 가까운가
2. 등급 없는 제품보다 1등급 이상이 ‘안전’
3. ‘작은 계란이 맛있다’ 통설을 믿어라
4. 무항생제에 ''혹''할 필요 없다
5. 더러워졌다고 물로 씻으면 안돼

[이데일리 안승찬 기자] 대형마트 계란코너 앞에 설 때마다 약간의 두려움을 느낀다. 온 가족이 일주일간 먹을 계란을 고르는 건 늘 아빠인 내 몫이지만, 도무지 어떤 기준을 가지고 골라야할 지 막막하기만 하다. 엉뚱한 걸 샀다가 아내에서 핀잔을 듣기 일쑤다.

“등급이 높으면 무조건 좋은 거야? 무항생제 제품도 있던데. 왕란, 특란은 또 뭐야?” 떠오르는 질문은 끝이 없다.

그래서 이마트에서 계란구매를 담당하는 정희성 과장에게 조언을 구했다. 매일 하는 일이 계란 구매인 ‘고수’ 정 과장에서 개인과외를 받아가며 계란 구매의 노하우를 배웠다. 생각보다는 복잡하고 딱 떨어지진 않지만, 그래도 원칙은 있다.

계란을 깼을 때 노른자가 위로 봉긋하게 솟아있고, 흰자가 퍼지지 않는 계란이 좋은 계란이다. 왼쪽이 신선도가 좋은 계란, 오른쪽이 신선도가 떨어지는 계란이다.
우선 가장 확실한 방법은 계란을 사서 직접 깨보는 것이다. 계란을 깼을 때 노른자의 윤곽이 가운데 있고 위로 봉긋하게 솟아있으면서 윤곽이 뚜렷해야 한다. 흰자는 노른자를 에워싸고 퍼지지 않는 것이 좋은 계란이다. 진한 흰자가 많고 묽은 흰자는 적을수록 좋다.

계란을 삶아서 껍질을 까보면 둥근쪽에 ‘기실’이라고 부르는 움푹 들어간 공간이 있는데, 기실의 깊이로도 계란의 상태를 알 수 있다. 기실은 계란이 숨을 쉬는 통로다. 닭이 계란을 낳은 지 오래될수록 숨을 많이 쉰 것이기 때문에 기실이 커진다. 기실의 깊이가 4mm 이내에 있는 계란을 신선한 계란으로 친다.

하지만 일일이 계란을 깨보고 살 수는 없는 노릇. 제품의 포장지에 적혀 있는 것들을 잘 확인하면 좋은 계란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신선도다.

계란은 실온에 하루만 놔두어도 냉장고에 7일간 넣어두는 것보다 신선도가 더 떨어진다. 계란은 보통 냉장유통하지 않는다. 따라서 더운 여름철이라면 신선도가 하루가 다르게 떨어진다. 그래서 가급적 산란일에 가까운 제품이 좋다. 냉장고에 보관할 경우 21일이 지나면 품질등급이 하나씩 떨어지는 것으로 생각하면 된다. 유정란의 경우 특히 신선도에 더 신경을 써야 한다.



등급을 확인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축산물품질평가원이 샘플을 골라서 실제로 깨보면서 등급을 부여한다. 1+등급은 고품질인 A급이 70% 이상, 가장 낮은 D등급이 3%이하라는 뜻이고, 1등급은 B등급이 80% 이상, D등급 5% 이하를 말한다. 아무래도 등급이 높은 제품을 고르는 게 안전한 구매 방법이다. 등급 표시가 의무사항이 아니기 때문에, 등급표시가 아예 없는 제품은, 꼭 그런 것은 아니지만, 1등급에 못 미칠 가능성이 있다.

계란의 크기를 표시하는 왕란과 특란, 대란, 중란, 소란 등도 참조가 된다. 가장 큰 게 왕란이고, 가장 작은 게 소란이다. 닭이 처음 계란을 낳을 때는 보통 계란이 작고 껍질이 단단하지만, 계란을 많이 낳은 닭일수록 계란의 껍질이 얇아지고 크기가 커진다. 계란은 유통과정을 거칠 때마다 미세한 균열이 생기는데, 이는 계란의 신선도를 떨어트린다. 계란이 작고 껍질이 두꺼울수록 충격에 강하고, 따라서 신선도가 잘 유지된다. ‘작은 계란이 맛있다’는 통설은 그래서 나왔다.

비타민이나 칼슘, DHA 등의 성분을 강화한 기능성 제품도 많지만, 신선도와 품질이 무엇보다 먼저다. 닭에게 항생제를 쓰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하는 제품도 있는데, 요즘 대형마트에서 판매하는 제품의 99%는 무항생제 계란이다. 친환경제품이라고 표기한 제품도 사실 무항생제 제품을 뜻한다.

가끔 성장촉진제 사용을 의심하는 사람도 있다. ‘닭에 성장촉진제를 많이 쓴다고 하니, 계란을 많이 먹으면 성장촉진제 성분을 섭취하게 되는 것 아니냐’하는 의혹이다. 일반적으로 식용 닭은 성장촉진제를 쓰는 경우가 더러 있지만, 알을 낳는 닭에게는 성장촉진제를 잘 쓰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성장촉진제를 쓰더라도 계란을 더 많이 낳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리고 하나 더. 좋은 계란을 골랐다면 잘 보관하는 것도 중요하다. 냉장 보관은 기본이고, 김치나 마늘처럼 냄새가 강한 식품과 함께 보관하면 계란의 맛을 떨어뜨린다. 계란의 껍질에는 눈에 안보이는 1만개의 구멍이 있다. 이를 통해 계란에 냄새가 밴다.

특히 겉표면이 더러워졌다고 하더라도 물로 씻으면 안된다. 표면의 보호막이 제거되기 때문에 오염물질이 기공을 통해 내부로 흡수돼 변질될 수 있다. 기실이 있는 둥근 쪽은 세균에 노출되기 쉽기 때문에 둥근 쪽을 위로, 뾰족한 쪽을 아래로 향하도록 보관하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