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대시장 톺아보기]②에이스·시몬스·썰타는 다른회사?

by민재용 기자
2013.07.03 08:01:39

국내 침대시장 안씨 3父子 손바닥안에
지분 정리는 끝나지만 유착관계 의혹 `지속`

[이데일리 민재용 기자] 지난 2009년 공정거래위원회는 에이스침대와 시몬스침대에 52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이유는 두 회사가 소비자들에게 침대 할인 판매를 하지 않기로 서로 담합을 했기 때문.

에이스침대와 시몬스는 과징금 처분이 부당하다며 법원에 소송을 냈지만, 재판부는 “두 회사의 시장점유율 합계가 43% 정도로 압도적인 위치에 있고, 담합행위로 경쟁이 제한돼 소비자가 입는 피해가 큰 만큼 과징금은 정당하다”며 두 회사의 요청을 기각했다.

에이스침대(003800)와 시몬스는 국내 침대시장의 ‘미다스의 손’ 안유수 회장(사진)의 두 아들이 각각 경영하고 있다. 안 회장은 지난 2002년 에이스침대를 장남인 안성호 사장에게 2001년에는 시몬스침대를 차남인 안정호 사장에게 각각 물려주며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현재 에이스침대 지분율은 안성호 사장이 75%, 안유수 회장이 5%를 보유하고 있다. 반면 시몬스는 안정호 사장이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에이스침대는 지난해 매출 1768억원을 올린 국내 침대시장 1위 업체(시장점유율 약 30%)이며, 동생 회사인 시몬스는 매출 913억원으로 2위(약 10%)를 기록하고 있다. 국내 침대 시장의 절반 정도가 안씨 형제의 손바닥 안에 있는 셈이다.

1,2위 업체를 가족이 운영하다 보니 독과점 시비가 늘 따라다녔다. 이 때문에 동생 안정호 사장은 지난해 가지고 있던 에이스침대 지분을 모두 처분하며 두 회사의 관계없음을 보여주기도 했다.

그러나 두 회사는 현재도 원단, 스프링강선 등 원자재를 공동 구매하는 긴밀한 협력 관계를 유지해 오고 있다. 특히 매트리스 패딩 솜은 안정호 사장이 운영하는 ‘톱섬유’에서 제조해 에이스침대에도 공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에이스침대가 시몬스·톱섬유와 재화의 판매 용역 제공 등을 위해 거래한 금액 규모는 62억원에 이른다.

2009년 공정위 조사로 밝혀진 두 회사의 담합은 그동안의 우려가 현실로 나타난 결과였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에이스침대와 시몬스침대는 미국, 유럽 등에서 들여와 고가로 팔리는 수입침대가 늘어나면서, 소속 대리점들이 할인판매를 포함한 가격 인하 경쟁에 나서자 할인판매를 금지하기로 담

▲에이스침대(左)와 시몬스(右)의 주요 주주 현황
합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에이스침대는 대리점들이 가격표시제를 위반할 때 50만~100만원의 벌금을 부과하고 세차례 이상 위반하면 대리점 계약을 해지하거나 경영주를 교체하는 등의 벌칙 안을 마련해 시행했다.



침대업계 한 관계자는 “2009년 공정위 조사는 그동안 설로만 존재했던 두 회사의 담합행위가 실제로 드러났던 일”이라며 “두 회사가 경쟁사라면 원자재를 함께 구매하고 패딩 솜을 한쪽이 제조해 공급하는 관계가 성립될 수 있겠냐”고 반문했다.

에이스침대와 시몬스를 두 아들에게 넘긴 안유수 회장은 2002년 썰타침대 국내 판권을 확보하며 또 다른 시장 개척 의지를 밝혔다. 썰타침대는 1990년대 대진침대와 제휴를 통해 대진썰타라는 이름으로 에이스침대와 양강 구도를 형성했던 브랜드다.

그러나 2002년 국내 판권이 안 회장에게 넘어가면서 썰타 브랜드의 국내 시장 점유율은 크게 떨어졌다. 안 회장이 기술 제휴를 통한 국내 제조 판매에 적극적이지 않으면서 예전의 명성을 잃어갔던 것.

이 때문에 업계 일각에서는 안 회장이 두 아들이 운영하는 에이스침대와 시몬스의 안정적인 성장을 위해 판권을 인수하고도 의도적으로 브랜드 죽이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해 왔다.

에이스침대 측은 이러한 의혹을 부인해 왔다. 에이스침대 관계자는 “안 회장이 두 아들에게 침대 경영이 무엇인지 보여주기 위해 썰타 판권을 인수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썰타 브랜드 판권 인수와 에이스침대, 시몬스의 성장은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말했다

이를 증명하듯 안 회장은 최근 국내서 사라졌던 썰타침대 생산·판매에 다시 나서며 썰타 브랜드 살리기에 시동을 걸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작업이 현재 안유수씨가 회장으로 있는 에이스침대 주축으로 전개되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 개인사업자 신분으로 썰타 침대를 이끌고 있는 안 회장은 별다른 생산시설이 없어 에이스침대 여주 공장을 활용해 썰타침대를 생산하고 있다. 과거 에이스침대와 자웅을 겨뤘던 썰타침대가 에이스침대 공장에서 제조되는 아이러니한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 에이스침대는 썰타의 지난해 재화판매 및 용역거래 규모는 55억원에 달했다.

침대 업계 관계자는 ”에이스침대와 시몬스, 썰타는 지분 구조상 분명 다른 회사지만 안 보이는 끈으로 연결돼 있는 특수관계 회사이기도 하다”며 “국내 침대 시장이 한 가족의 독과점 지배로 인해 부작용이 없는지 지속적인 관리감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에이스침대가 지난해 시몬스, 톱섬유, 썰타와 거래한 내역 규모(단위 :천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