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조선일보 기자
2008.07.17 08:14:50
정봉주 기업은행 PB사업단 부동산팀장
[조선일보 제공] 기름 값 상승, 철근 및 레미콘 가격 인상, 그리고 장바구니 물가 상승까지 전 분야에 걸쳐 나타나는 '물가 폭탄'이 경제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 많은 건설사들이 부도 위기에 처해 있고, 국제 유가가 배럴당 200달러에 이를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도 나온다.
이렇게 물가가 들썩이면, 실물 자산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져 결국 집값이 크게 오를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다. 과연 그럴까? 현재 우리나라 상황에서 따져보면, 물가 상승이 전반적인 부동산 가격 인상으로 연결되진 않을 것 같다.
첫째, 인플레이션은 경기 활황기에 나타나면 자산 가치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으나, 경기 침체기에 나타나면 자산 가치 상승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오히려 경기 침체에 따른 실질 구매력 감소로 인해 경기 침체를 더욱 가속화시킬 가능성이 높다.
현재 우리나라는 내수 경기가 좋아질 가능성이 적고, 수출 채산성 역시 원자재 가격 인상으로 인해 점점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 물가 상승이 소득 증가와 구매력 증가로 이어져서 부동산 가치 상승으로 이어지긴 어려운 상황인 것이다.
둘째,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화폐 가치 하락으로 실물 자산에 대한 선호도가 증가해 부동산 가치가 상승할 수도 있다. 그러나 현재 한국의 부동산 시장은 각종 규제에 시달리고 있다. 거래에 따른 규제뿐 아니라 세제 관련 규제까지, 각종 정부 규제는 부동산 시장을 심각하게 침체시켰다. 물론 전체 시장의 분위기와 달리, 지역적인 개발 호재로 인해 상승하고 있는 시장도 있다.
그러나 오랫동안 부동산 시장의 핵심 축이었던 서울 강남·송파권 및 분당·용인권 부동산 시장의 가격 하락을 뻔히 보면서 용감하게 부동산 투자에 나서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더구나 다수의 부동산 보유자들은 양도세·종부세 등 각종 세금 및 거래에 따르는 규제로 인해 유동성에 제약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가수요가 발생해 부동산의 가치 상승으로 이어지기 어려운 것이다.
시장 상황이 점점 불확실해지고 있다. 그럴수록 시장을 바로 볼 수 있는 지혜가 절실히 필요하다.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이 없듯이, 시장은 많은 사람들이 예측하는 방향과는 반대로 가는 경향이 많았음을 유념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