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일샌드` 한기산·에임하이 다른점은?

by피용익 기자
2008.02.15 08:07:42

에임하이, 매장량 많지만 사업 초기 단계
한기산, 블랙샌드 협력 사실상 중단 상태
`오일샌드 사업성`에 대해선 여전히 의문

[이데일리 피용익기자] 국내 기업들의 해외 자원개발 진출이 활발한 가운데 한국기술산업(008320)과 에임하이(043580)글로벌이 나란히 미국 오일샌드 개발에 나서면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15일 관련 업계등에 따르면 한국기술산업(한기산)과 에임하이는 미국 유타주에서 오일샌드 사업을 추진한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지만, 내용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두 회사의 사업에는 상당한 차이점이 있다. 


각 회사측이 밝힌 규모 면에서는 에임하이가 크게 앞선다. 한기산이 유타주에서 2억6700만배럴을 확보한 반면 에임하이는 같은 지역에서 미국 에너코(Enercor)로부터 24억배럴에 대한 개발권을 양도받았다고 밝힌 상태다. 

물론 단순히 매장 규모만으로 두 기업을 비교하기는 무리가 있다. 아무리 많은 규모의 광구를 확보했더라도, 현지에서 사업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주정부의 승인이 선행돼야 하기 때문이다.

한기산은 직접 소유한 5400만배럴과 유타주 정부로부터 획득한 임대 광구 2억1300만배럴 등 모두 2억6700만배럴을 확보하고 있다. 한기산은 유타주 정부로부터 이들 광구에 대한 사업 승인을 받은 상태다.

이에 비해 에임하이가 양수한 오일샌드는 아직 승인 절차가 남아 있다. 유타주 정부의 최종 승인까지는 1년 가량이 걸릴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사업추진 단계를 보면 한기산이 한 발 앞서 있다. 한기산이 오일샌드 사업 진출을 선언한 것은 지난 2006년 8월. 지난해부터는 속도를 내기 시작하면서 10월 현지법인 KTIA를 설립했고, 12월에는 현지 광구를 확보하고 있는 에너지 기업인 웸코(Wembco)를 인수했다. 한기산은 오는 5월경 상업생산을 시작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반면 에임하이는 지난해 10월 오일샌드 사업에 뛰어들어 지난달 에너코와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상태이다. 이달 말 예정대로 본계약이 체결되면 4월중 산업자원부에 사업계획을 신고하고, 이르면 10월에 상업생산을 시작한다는 목표다.

먼저 시작했다고 해서 반드시 먼저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사업의 성공 여부는 각 회사가 얼마나 오일샌드의 사업성을 잘 파악하고 있느냐에 달려 있다. 두 회사 모두 오일샌드 사업이 본업은 아니다. 따라서 전문 인력 확보가 시급한 상황이다.
 
이 부분에서는 한기산이 적극적이다. 한기산은 지난 1월 엑손모빌 연구개발(R&D)센터 책임엔지니어 출신인 프랜시스 핸슨 교수와 토탈 기술개발팀장으로 오일샌드 플랜트 개발을 주도했던 버크 아담스씨 등을 영입했다. 
 
에임하이의 경우 아직까지는 미국내 컨설턴트와 블랙샌드홀딩스 등 협력 회사들에 의존하고 있다. 다만 에임하이 역시 사업이 본격화되면 전문 인력 확보에 나설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한기산과 에임하이 모두 블랙샌드와 공동으로 사업을 추진중인 것으로 발표돼 있다. 한기산은 블랙샌드에너지, 에임하이는 블랙샌드홀딩스와 계약 관계다. 블랙샌드에너지의 지주회사가 블랙샌드홀딩스이며, 대표는 프랭크 글린턴이라는 동일 인물이다.

블랙샌드는 솔벤트 제재를 사용한 친환경적 오일샌드 추출 기술을 갖고 있는 회사다. 캐나다와는 달리 미국 내 환경 규제가 엄격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친환경 기술을 확보한 회사와의 협력은 필수적이다.

그러나 한기산의 경우 블랙샌드와의 협력 관계 유지 여부가 불투명하다. 두 회사의 계약 관계는 아직 법적으로 유효하지만, 현재 오일샌드 개발에 대한 논의와 투자가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이유는 사업 진행 속도에 대한 이견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기산은 블랙샌드와의 협력 대신 웸코 인수를 통해 기술을 확보하는 방법을 택했다. 웸코는 `Waterbased Extraction Process`라는 오일샌드 분리 기술을 갖고 있는 회사다. 이 기술은 블랙샌드 기술과는 다소 다르지만 마찬가지로 친환경적 기술이라고 회사측은 주장하고 있다. 

블랙샌드는 한기산과의 사업이 차질을 빚게 되자 에임하이를 새로운 파트너로 삼은 것으로 보인다. 에임하이는 최근 프랭크 글린턴 블랙샌드 대표를 참석시킨 가운데 사업설명회를 열고 블랙샌드의 오일 분리 기술을 장시간에 걸쳐 소개하기도 했다.


한기산과 에임하이의 오일샌드 사업의 차이점은 존재하지만, 기대만큼 사업이 성공할 수 있을지 여부가 불확실하다는 점은 공통적이다.

유타주의 오일샌드는 인근 캐나다의 오일샌드에 비해 경제성이 떨어진다는 이유 때문에 대형 에너지 기업들이 개발에 착수하지 않고 있던 곳이다.

오일샌드에서 분리된 원유는 비튜멘(Bituman)이라고 부른다. 비튜멘은 무겁고 끈적끈적한 검은색 점성질 원유로, 오일샌드의 약 10~12%를 차지한다. 비튜멘을 제외한 오일샌드의 나머지는 80~85%가 모래 자갈 등 광물질이고, 4~6%는 물로 구성돼 있다. 비튜멘은 일반적인 원유보다 배럴당 20~30달러 낮은 가격에 거래된다.

고유가 상황이 지속되면서 글로벌 에너지 기업들이 비튜멘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상태다. 그러나 캐나다 앨버타산 오일샌드에서 추출한 비튜멘이 부드럽고 거의 타르에 가까운 품질을 가진 반면, 유타산 비튜멘은 상대적으로 단단하고 분리가 쉽지 않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