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논설 위원
2025.03.14 05:00:00
치매 환자가 100만 명에 육박했다. 보건복지부의 ‘치매 역학조사 및 실태조사’에 따르면 치매 환자 수는 1분기 기준으로 올해 97만 명에 이른 데 이어 내년에 100만 명, 2044년에 200만 명을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치매 환자는 노인층에서 주로 발생하므로 우리와 같이 인구 구조가 급속히 고령화하는 사회에서는 빠르게 늘어나는 현상을 피할 수 없다.
문제는 치매 환자 간병과 돌봄에는 손이 많이 가고 돈도 많이 드는 데 있다. 치매 환자는 뇌 기능 장애로 정상적인 일상생활을 스스로 하지 못해 24시간 밀착 돌봄을 필요로 한다. 이 때문에 치매 환자가 발생한 가족의 구성원은 경제·사회생활에 큰 지장을 겪는 것은 물론이고 경제적 압박도 받게 된다. 가족의 삶의 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번 조사에서는 치매 환자가 발생하기 이전과 이후를 비교해 삶의 질이 부정적으로 변화했다는 응답이 가정에서 돌보는 경우 40%, 요양시설·병원에 보내 돌봄을 위탁한 경우가 37.5%에 달했다. 가장 부정적으로 변화한 영역으로는 ‘정신건강’을 꼽은 응답이 두 경우에 각각 50.0%와 59.0%에 이르러 가장 많았다. 신체건강, 경제상태, 가족관계, 사회참여 관계를 꼽은 응답은 다 합쳐도 절반 이하였다.
치매 환자 관리에 드는 연간 비용은 환자 1인당 평균으로 가정 돌봄의 경우 1733만 9480원, 요양시설·병원 돌봄의 경우 3138만 1940원으로 파악됐다. 이는 의료·간병·약제비 등 직접비용과 환자·보호자의 시간과 생산성 손실 등 간접비용까지 더한 수치로, 가정 부담과 공적 지원으로 충당돼야 하는 사회적 비용이 상당히 크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공적 지원을 제외한 가정의 경제적 부담이 얼마나 되는지는 조사 결과에 들어있지 않다. 하지만 그 부담도 만만찮을 것으로 보인다. 심사 절차를 밟지 않아 공적 지원을 못 받는 치매 환자·가족도 많기 때문이다.
정부는 2017년부터 ‘치매 국가책임제’를 선언하고 공적 지원 확대에 나섰다. 하지만 아직 여러모로 미흡한 상태인 데다 최근 재정긴축 정책의 여파로 관련 예산이 삭감되기도 했다. 치매 환자가 급증하는 추세에 대응해 국가책임제를 내실화하는 쪽으로 정책 방향을 돌려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