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논설 위원
2024.09.04 05:00:00
임기 시작 96일 만에 그제 지각 개원식을 가진 22대 국회가 뜬금없는 계엄령 공방으로 소란스럽다. 더불어민주당이 윤석열 정부의 계엄 준비설을 계속 제기해온 데다 이재명 대표와 측근까지 공개적으로 가세하고 대통령실과 국민의힘이 강력 반박에 나서자 정국이 계엄 논쟁으로 시끌시끌하다. 협치 복원과 정치 정상화를 약속한 1일 여야 대표 회담은 말잔치였을 뿐 단 하루 만에 극한 대치로 돌아갔다.
민주당의 계엄 음모론은 지난달 19일 김병주 최고위원이 불을 지폈고, 21일 김민석 최고위원이 “(김용현 국방장관 지명은)국지전과 북풍 조성을 염두에 둔 계엄령 준비 작전”이라고 하면서 본격화됐다. 하지만 이 대표가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와의 회담 모두 발언에서 한 말은 국회 제1당 지도자가 했다는 점에서 무게의 차원이 다르다. 이 대표는 “국회의 계엄 해제 요구를 막기 위해 계엄 선포와 동시에 의원들을 체포 구금할 계획을 꾸몄다는 얘기도 있다”고 했다. 국회의원은 현행범이 아닌 이상 국회 동의 없이 체포·구금하지 못한다는 헌법 44조와 계엄법 13조를 외면한 비상식적 발언이다.
한 대표가 “사실이 아니라면 국기 문란”이라며 반박하고 대통령실이 “나치, 스탈린 전체주의 선동 정치를 닮아간다”고 맹비난하고 나설 만했다. 민주당 의원들이 말하는 계엄 음모의 근거는 ‘의심·정황·가능성’이나 자신들의 막연한 확신일 뿐 구체적이고 정확한 증거는 어디에도 없다. 김민석 최고위원은 “근거를 차차 제시하겠다”고 말하기까지 했다. 공인의 말에 담긴 책임과 중대성을 망각한 채 ‘카더라’식 주장을 늘어놓은 것과 다를 게 없다.
윤 정부가 정국 대반전을 노려 계엄을 준비할지도 모른다는 상상을 해 볼 수는 있다. 그러나 헌법 77조가 계엄 요건을 국가 비상사태 등으로 엄격히 제한하고 국회가 재적 의원 과반 찬성으로 언제든 해제를 요구할 수 있도록 한 현실에서 과연 계엄이 가능하다고 민주당은 본 것인가. 압도적 의석으로 행정부를 쥐락펴락하면서 대통령 탄핵청문회까지 멋대로 연 판에 허황된 말로 국민 불안을 부추기는 이유는 뭔가. 민주당은 군의 정치적 중립 의지와 국민의 의식 수준마저 얕보는 공포 마케팅을 당장 멈추고 민생 협치에 앞장서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