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친 매운맛에 중독" K라면에 빠진 외국인들[르포]
by김정유 기자
2024.07.09 05:36:00
[세계 입맛 사로 잡은 K매운맛]③명동 농심라면특화 매장 가보니
80% 이상이 외국인, 신라면 등 매운라면 인기
필리핀 女고객 “한국의 매운맛은 더 진득해”
미국인 “한국 청양고추 주로 써 매운맛 달라”
아시아권이 매운맛 선호, 서구권도 관심 높아져
[이데일리 김정유 기자] 지난 3일 오후 서울 명동역 인근 ‘호텔스카이파크 명동 3호점’ 입구엔 많은 외국인 관광객들이 호기심 어린 시선으로 한 매장 앞을 서성이고 있었다. 이곳은 농심과 호텔스카이파크가 선보인 ‘너구리의 라면가게’다. 농심(004370)의 대표 라면들을 즉석조리기를 통해 직접 먹을 수 있는 라면 특화공간이다.
매장 앞에서부터 농심의 대표 라면 중 하나인 ‘너구리’ 캐릭터가 크게 배치돼 외국인 관광객들의 발길을 붙잡았다. 안으로 들어가니 이미 외국인 관광객들이 ‘안성탕면’, ‘신라면’ 등을 들고 라면 즉석조리기 앞에 대기하고 있었다.
| 명동 ‘너구리의 라면가게’에 방문한 동남아시아 고객 가족들이 라면을 조리하고 있다. (사진=김정유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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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장엔 비교적 동남아시아 고객들과 중국, 일본 고객들의 방문이 잦았다. 현장에서 만난 호텔스카이파크 관계자는 “이날 오전에 다녀간 고객들은 약 130명”이라며 “이중 80~90%가 외국인일 정도로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매장 내에서 가장 눈길을 끌었던 건 ‘베스트 라면’ 코너였다. 외국인들이 자주 찾는 라면 4종을 진열대 한가운데 배치했는데 의외로 매운 ‘신라면’이 가장 위에 위치해 있었다.
이날 매장에서 만난 20대 필리핀 여성 고객 에린 메이 씨는 ‘신라면 볶음면’을 선택했다. 신라면 중에서도 매운 축에 속하는 제품이다. “맵지 않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그는 “필리핀에서도 신라면을 좋아해 많이 먹었고 매운 걸 좋아한다”며 “현지의 매운 라면은 한국 라면과 비교해 맵기 정도가 낮다”고 했다. 이어 한국식 매운맛에 대해 “한국의 매운맛은 더 맛있고 중독성이 있다는 게 차별점”이라며 “다른 나라보다 더 진득한 매운 맛을 선사하는 게 매력적”이라고 평가했다.
| 중국인 고객들이 ‘너구리의 라면가게’에서 라면에 얹힐 토핑을 고르고 있다. (사진=김정유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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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모든 외국인 고객들이 매운 라면을 선호하는 건 아니다. 상대적으로 서구권 고객들이 매운맛에 취약해 순한 라면을 찾았고 아시아권 고객들은 비교적 매운 제품을 선호하는 모습을 보였다. 다만 서구권에서도 최근 한류 등의 인기로 매운 맛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건 사실이다.
20대 미국인 여성 캣 씨는 “미국과 한국의 매운맛 종류가 다른 것 같다”며 “미국은 고스트페퍼로 매운맛을 내지만 한국은 청양고추를 더 많이 써 차이점을 느낀다”고 했다. 이어 “BTS(방탄소년단) 등 한류 때문에 미국에서도 삼겹살, 김밥과 더불어 라면의 인기가 높다”며 “최근 현지 친구들에게 한국 라면 30개를 선물했더니 매우 좋아하더라”고 말했다.
또 다른 미국인 여성 고객도 “미국의 H마트를 통해 한국 라면을 잘 알고 있다. 특히 ‘불닭볶음면’은 현지에서도 인기”라며 “한국 라면은 매운맛의 강도가 상상 이상이어서 우유와 함께 먹는다”고 전했다.
이날 너구리의 라면가게에서 만난 외국인 고객들은 이미 라면과 매운맛을 한국의 대표적 문화로 받아들이는 모습이었다. “처음엔 먹기 어렵지만 점차 익숙해지고 나중에는 맛을 느끼게 된다”는 반응이 공통적이다.
농심과 호텔스카이파크는 이 같은 외국인 관광객들의 관심에 향후에도 ‘짜파구리’ 등 모디슈머(자기 방식으로 재창조) 조리법을 활용한 메뉴를 호텔 조식 서비스에 반영하는 등 매장 활용을 확대할 방침이다. 농심 관계자는 “명동은 서울 시내에서 외국인 관광객 방문 비율이 가장 높은 지역”이라며 “농심 대표 제품을 소개하고 K라면 본고장의 맛을 간편하게 즐길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외국인 고객이 라면을 고르고 있다. (사진=김정유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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