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 불황 속 ‘재무·신사업’ 두 마리 토끼 노린다
by김성진 기자
2024.01.23 06:00:00
■다시 뛰는 석화사
예상보다 길어지는 세계 석화산업 불황
재무건전 유지하며 신사업 투자 숙제
효율성 높여 ‘현금흐름 개선’에 총력
신학철 “오히려 이런 시기에 투자해야”
[이데일리 김성진 기자] 글로벌 최고 수준의 석유화학업체로 도약을 노리는 LG화학의 올해 키워드는 ‘재무건전성’과 ‘신사업 육성’이다. 예상보다 오래 지속되는 석유화학 업황 부진에 대응해 재무구조를 안전하게 관리하면서도 미래 먹거리 확보를 게을리하지 않는다는 데 방점을 찍었다. LG화학은 일견 서로 상충하는 이 두 가지 목표를 동시에 달성하기 위해 현금흐름 개선을 최우선 과제로 삼았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도 글로벌 석유화학 시장에서 에틸렌 초과공급 현상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예상 글로벌 에틸렌 생산능력은 전년 대비 1.5% 증가한 2억2900만톤으로, 글로벌 수요(1억8800억톤)를 4100만톤 상회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지역 대규모 증설이 공급과잉을 부추기는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에틸렌은 석유화학산업의 ‘쌀’이라 불리는 핵심 원료로 합성수지, 합섬원료, 합성고무 등 다양한 물질을 만드는 데 기초 원료로 활용된다. 에틸렌의 수요공급이 어떻게 움직이느냐에 따라 석유화학산업 업황 전체에 영향을 미칠 정도다.
| LG화학 대산사업장(공장) 전경.(사진=LG화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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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올해도 석유화학 기초 제품의 초과공급이 예상되며 LG화학의 핵심사업인 석유화학 사업의 전망도 밝지는 않다. 지난해 3분기 누적 LG화학의 석유화학 사업은 270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2021년 연간 4조원이 넘는 이익을 낸 것을 고려하면 지독한 부진에 빠진 것이다. 석유화학 사업은 LG화학의 주력 사업으로 여기서 이익이 많이 나야 앞으로 신사업에 투자할 재원도 수월하게 확보가 가능하다. 전기차 배터리 핵심소재인 양극재 등을 생산하는 첨단소재 사업이 선방하며 지난해 3분기 누적 5310억원의 이익을 냈지만 LG화학이 진행하는 대규모 투자를 홀로 감당하기에는 아직 역부족이다.
LG화학은 지난해 3월 신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전지재료, 친환경 소재, 글로벌 신약 등 3대 신사업에 2025년까지 10조원을 투자한다는 청사진을 공개했다. 자회사로 두고 있는 LG에너지솔루션의 투자까지 더한다면 천문학적인 금액의 투자가 이뤄지는 셈이다. 실제로 LG화학은 최근 수조원의 설비투자(CAPEX)를 진행하고 있다. 2020년 2조5780억원이었던 CAPEX 규모는 2021년 3조1530억원으로 증가했으며 2022년에는 3조5310억원으로 또 한 번 늘어났다. 지난해 3분기 누적 기준 CAPEX 비용은 2조642억원으로 3년 연속 3조원 이상의 CAPEX 투자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투자규모는 점차 커지는데 본업이 흔들리다보니 LG화학은 ‘현금흐름 개선’을 강조하고 나섰다. 신학철 LG화학 부회장이 올해 신년사에서 “현금흐름 개선, 구매 비용 개선 등을 보다 창조적이고 고도화된 방법으로 발전시켜야 한다”고 말한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다. 재무건전성이 악화하는 등 한정된 자원 속에서도 미래 성장동력을 지속적으로 육성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기 때문이다.
LG화학의 재무부담은 최근 빠르게 커지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을 포함한 연결 기준 LG화학의 지난해 3분기 말 21조9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17조1000억원에 비해 28.1% 증가했다. 같은 기간 부채비율은 79.9%에서 87.4%로 증가했으며 순차입금비율도 20.6%에서 31.5%로 늘었다.
신학철 LG화학 부회장은 17일(현지시간)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2024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에서 블룸버그TV와 인터뷰를 갖고 “시장 상황이 그리 밝진 않지만 이런 시기에 투자해야 한다는 생각이다”며 “석유화학 사업이든, 배터리 사업이든 장기적인 측면에서 전략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