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증시전망]연준 다시 빅스텝 밟나…투심 악화 우려

by김보겸 기자
2023.02.19 09:43:36

연준, 0.5%포인트 인상 가능성 시사
다음 주 美 PCE·한은 금통위 발표
"시장, 소프트랜딩 증거 확인하려 할 것"
한은 금통위서 금리동결 가능성 높아

[이데일리 김보겸 기자]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또 다시 ‘빅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에 나설 수 있다는 공포가 확산하면서 국내 증시에도 투자심리를 악화시킬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16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19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지난주(8~17일) 코스피는 전주 대비 0.02% 하락한 2451.21로 마감했다. 좁은 폭에서 등락을 거듭하던 주식시장은 미국 1월 소비자물가상승률(PCI)이 예상치를 웃돌면서 긴축 공포가 반영되면서 하락했다. 다만 미국 1월 소매판매 호조가 연착륙(소프트랜딩) 기대감으로 작용하면서 낙폭을 만회했다. 긴축 경계감에 외국인 수급 유입 속도는 느려졌다.

연준이 인플레이션 장기화로 인해 또 다시 빅스텝에 나설 수 있다는 우려도 여전하다. 제임스 불라드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지난 16일(현지시간) “지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때 50bp(1bp=0.01%포인트) 인상을 지지했고 다음 달에도 이를 배제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며 투심이 악화했다. 연준 이사들도 거들었다. 미셸 보우먼 연준 이사는 최근 “우리는 아직 인플레이션을 이기지 못했다”며 인플레이션을 잡을 때까지 금리를 계속 인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런 가운데 증권가에선 시장이 연착륙 증거를 확인하려는 심리가 강하게 작용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다음 주 20일은 중국 인민은행 대출우대금리(LPR) 결정이, 23일은 한은 금통위, 24일은 미국 1월 개인소비지출(PCE)이 발표된다.

시장의 가장 큰 관심은 오는 24일 발표되는 미국 PCE다. 시장에선 지난 1월 미 근원 PCE 물가 상승률이 전년 동월보다 4.4% 올랐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전월(4.4%)과 비슷한 수준이다. 실제 지표가 시장 전망보다 높으면 연준이 금리를 한동안 더 올릴 수 있다는 공포가 투자심리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연초 증시 반등이 추세적이라고는 보기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코스피 상승을 위해서는 글로벌 경기가 확장 국면으로 진입하거나 적어도 경기의 추세 반등 가능성이 있어야 하는데, 둘 다 장담하긴 어려운 상황이라는 것이다. 강재현 SK증권 연구원은 “미국에서는 최근 3개월간 디스인플레이션으로 소비심리가 나아졌지만, 다시 강도 높은 긴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계심으로 인플레 압력을 재차 높일 수 있어 호경기의 지속 가능성은 작다”고 했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금리 인상을 멈출 가능성이 높다는 건 증시에 긍정적 요인이다. 최유준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 금통위에서 초점이 물가에서 경기로 서서히 이동하는 것이 확인됐다”면서도 “연준의 매파적 기조가 영향을 줄 지가 관건이며 원·달러 환율이 올해 저점 대비 60원 넘게 상승했고 한미 기준금리차 추가 확대는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짚었다. 물가, 경기, 환율 등에 대한 복합적인 평가가 주식시장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설명이다.

2500선을 앞두고 횡보한 코스피가 저항선을 뚫을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NH투자증권은 코스피 주간 범위를 2410~2540포인트로 예측했다. 상승 요인으로는 중국 경기부양 기대감과 미국 수요 호조, 대기업들의 주주환원 확대 기대를 꼽았다.

김영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한국을 비롯한 신흥국 주식시장에 긍정적인 요인은 중국의 코로나19 상황 개선에 따라 리오프닝 및 경기 부양 기대가 커지고 있다는 점”이라며 “중국은 신규대출 확대와 주택담보대출 금리 인하 등을 통해 소비 회복 및 기업 생산활동 재개를 꾀하고 있다”며 이 같이 설명했다. 한국과 중국이 상호 단기비자 발급을 재개하고 있으며 한국 또한 리오프닝 기대가 커지고 있다는 점도 짚었다.

주주환원 제고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는 점도 증시에 긍정적이라고 봤다. 삼성물산(028260)은 5년간 2조9000억원 상당 자사주 소각 방침을 발표했다. 현대모비스(012330)도 1500억원 상당 자사주 매입 및 소각을 발표했으며 KT(030200)도 3000억원 상당 자사주 매입 및 3분의 1은 소각할 계획이다.

김 연구원은 “소액주주를 등에 업은 행동주의 펀드의 영향력이 커지고 주주가치 제고에 대한 목소리도 높아진 점이 주식시장에 영향을 줬고 주주환원율 제고는 한국 주식시장의 디스카운트 완화와 연관됐다”며 “최근 코스피 밸류에이션 부담이 높아진 가운데 추가 상승 논리에 힘을 더해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증시가 조정될 경우 매수 대응할 것을 추천했다. 달러 강세가 주식시장의 단기 조정 요인으로 적용할 수 있지만, 추후 미국 물가와 고용 데이터를 확인하면서 이 같은 우려를 덜 수 있다는 것이다. 업종별로는 중국 양회와 미국 인플레 감축법(IRA) 등 정책모멘텀과 관련되는 분야에 주목해야 한다는 조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