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지 줍는 할머니 도운 ‘영등포역 군인’의 정체는?

by송혜수 기자
2023.01.10 07:47:02

[이데일리 송혜수 기자] 영등포역에서 폐지를 정리하는 할머니를 돕는 모습이 우연히 포착돼 감동을 준 육군 ‘말년’ 병장이 사단장 표창을 받게 됐다.

지난 6일 페이스북 ‘육군훈련소 대신 전해드립니다’에 올라온 제보 영상 중 일부 (사진=페이스북)
‘영등포역 군인’으로도 알려진 사연의 주인공은 다음 달 전역을 앞둔 육군 32사단 98여단 기동중대 기관총사수 이석규(21) 병장이다. 그의 미담은 지난 6일 페이스북 ‘육군훈련소 대신 전해드립니다’에 올라온 제보 영상이 공개되며 알려졌다.

당시 제보자는 “오늘(6일) 오후 2시 30분께 영등포 근처 카페에 앉아 있었는데 창문 너머로 어떤 할머니께서 폐지 묶음이 기울어져서 힘들어하고 계신 걸 봤다”며 “그런데 바로 어떤 국군장병 한 분이 다가오시더니 할머니를 도와주셨다. 날도 많이 추웠는데 망설임 없이 할머니를 도와드리는 모습이 너무 멋있어서 제보한다”고 밝혔다.

제보자가 전한 영상을 보면 한 할머니가 균형을 잃고 무너지려는 폐지 더미를 간신히 끈으로 고정하고 있었다. 이때 군복을 입은 이 병장이 다가와 할머니를 살폈다. 이 병장은 할머니를 도와 쓰러지려는 손수레를 붙들고 높게 쌓아 올린 폐지 더미를 단단히 고정했다.

영상이 공개되자 누리꾼들은 이 병장의 선행을 칭찬했다. 이들은 “엄마 미소가 절로 났다” “콧잔등이 시큰해진다” “포상 휴가를 꼭 받았으면 좋겠다”는 등의 반응을 보였다.



이 병장은 부대 복귀 후 10일 육군 관계자를 통해 연합뉴스에 소감을 전했다. 혹한기 훈련 중이어서 직접 전화 인터뷰에 응하지 못했다고 한다. 이 병장은 당시 휴가에서 복귀하는 길에 카페에 들렀다가 폐지 정리로 힘들어하는 할머니를 목격했다고 회상했다.

그는 “주변에서 도와주는 이가 없는 것 같아 뛰쳐나가 도왔다”라며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수호하는 군인으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한 것뿐인데 알려지니 쑥스럽다”고 했다.

일반적으로 마지막 휴가는 복귀 1~2일 후 전역하도록 일정을 짜지만 이 병장은 군 복무 마지막 혹한기 훈련에 동참하려고 휴가 일정을 일부 조정해 이달 6일 부대로 복귀한 것으로 전해졌다.

육군에 따르면 부대는 휴가 중에도 솔선수범하는 군인정신을 실천한 이 병장의 전역식에 사단장 표창을 수여하기로 했다. 사단장 표창을 받으면 으레 포상 휴가도 뒤따르지만 이미 전역일이 정해진 이 병장에게는 혜택이 없다.

이 병장은 13일 혹한기 훈련을 마치면 다시 전역 전 휴가를 나갔다가 다음 달 1일 복귀해 이튿날 전역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