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백신 때문?...심장치료제에도 RNA 바람이 분다

by김진호 기자
2021.12.02 07:40:02

화이자 asRNA 기반 부파노르센 임상 2상에서 효과 입증
유럽서 승인받은 노바티스 siRNA 신약 ‘렉비오’도 있어
글로벌 제약사 기술 인수 후 상업화로 속도전 펼쳐
녹십자홀딩스는 심혈관 유전자치료제 해외 개발사에 투자
올릭스도 중국기업과 협약 맺고 개발 시도
전문가 “속도내려면 해외기업과 협...

[이데일리 김진호 기자] 맵고 짠 음식을 즐겨 찾는 현대인이 피하기 어려운 질병이 있다. 2020년 기준 미국에서 1위, 국내 2위를 각각 기록한 심혈관질환이다. 글로벌 제약사들은 이 질환을 공략하기 위해 RNA(리보핵산) 기반 심혈관계 유전자치료제 개발에 경쟁적으로 나서고 있다. 국내에서도 녹십자홀딩스(005250), 올릭스(226950) 등이 간접투자, 협력 개발 방식을 활용해 다각도로 접근 중이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글로벌인포메이션(GII)이 2021년 8월에 내놓은 ‘세계 심혈관질환에 대한 유전자치료제 시장 규모 보고서(2021~2027)’에 따르면 2020년 이 시장 규모가 54만 달러 수준이지만 2021년부터 연평균 105.42%씩 성장해 2027년에는 9억8421만 달러(한화 약 11조 63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12월 스위스 제약사 노바티스의 심혈관계 유전자치료제 ‘렉비오(Leqvio·성분명 인클리시란)’가 유럽에서 최초로 승인을 받았다. 렉비오는 ‘짧은간섭리보핵산(siRNA)’이라는 조각 형태의 절편형 유전물질로 역시 유전자의 발현량을 조절하는 방식으로 작용한다.

지난 11월 말 미국 제약사인 화이자(PFE)는 개발 중인 심혈관 유전자치료제 ‘부파노르센(Vupanorsen)’의 임상 2상이 성공했다고 밝혔다. 부파노르센은 유전물질을 전달하는 mRNA에 결합해 발현량을 조절할 수 있는 ‘안티센스리보핵산(asRNA)’을 이용한 약물이다. 부파노르센을 이상지질혈증(dyslipidemia) 환자 286명을 투여한 결과 비고밀도콜레스테롤(1차 지표)과 중성지방(2차 지표) 등을 모두 일정 수준 이상으로 낮췄다는 것이다.

글로벌 제약사들이 이 시장을 개척할 수 있었던 것은 기술 인수나 합병 방식 덕분이다. 2019년 화이자는 엑시아 테라퓨틱스(Akcea Therapeutics)에 2억5000만 달러를 주고 부파노르센의 권리를 이전받은 바 있다. 노바티스 역시 같은해 렉비오를 갖고 있던 메디슨컴퍼니(Medicines Company)를 인수했다.



국내 업계 관계자는 “될만한 후보 물질의 권리를 사들여 풍부한 임상 경험과 접목해 신약으로 빠르게 제품화하는 건 자본력이 막대한 글로벌 제약사가 가장 잘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화이자는 지난 10월에도 ‘전이 유전자(transgene)’를 활용한 심혈관 유전자치료제 개발을 위해 보이저 테라퓨틱스(Voyager Therapeutics)와 업무 협약을 체결했다.

스위스 제약사 노바티스가 최초로 개발한 심혈관계 유전자치료제 렉비오(Leqvio)로 짧은간섭리보핵산(siRNA) 기술이 적용됐다.(제공=노바티스)


과거 간접투자 방식을 시행한 녹십자홀딩스, 최첨단 유전자 기술을 갖춘 올릭스 등이 여러 각도로 심혈관 유전자치료제 개발을 시도하고 있다.

2015년 녹십자홀딩스는 심혈관계 유전자치료제인 ‘JVS-100’의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임상 2상 진입을 준비 중이던 미국 바이오 벤처 ‘유벤타스 세라퓨틱스(Juventas Therapeutics)에 약 75만 달러(당시 한화로 약 82억 원)를 투자했다. 유벤타스 세파류틱스 홈페이지에 따르면 JVS-100은 현재 심장질환자와 림프 허혈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 2상을 진행 중이다.

또 지난 10월 RNA 간섭 치료제 플랫폼 기술을 가진 올릭스가 중국 한소제약과 라이센싱 아웃 개발 관련 협약을 체결했다. RNA 간섭이란 asRNA, siRNA 등으로 유전물질의 발현량을 조절하는 기술이다. 이를 이용해 올릭스가 심장이나 대사질환에 관여하는 후보물질을 찾고, 상업화 능력을 갖춘 한소제약이 개발을 완수하는 전략을 짠 것이다.

유전자 기술 관련 국내 한 연구자는 “국내 유전자치료제 관련 임상 여건이 조금씩 나아지고 있지만, 일부 선두 개발 국가에 비하면 여전히 여러 제한이 있다”며 “토종 신약은 못 돼지만 해외업체와 함께 다양한 개발 완수 사례를 만들어 내는 것도 효율적인 방법”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런 업계 경험이 쌓일수록 유전자치료제를 더 활발하게 연구할 수 있는 토대도 탄탄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