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이크 없는 美증시…IT 5대 공룡 시총 유럽 전체 넘었다

by방성훈 기자
2020.08.31 00:00:00

애플·MS·구글· 페이스북·아마존…유럽 모든 기업가치보다 높아
“기술주에 너무 치우쳐” 경계감 속 회의론 여전
“기술주 이익, 他기업에도 수혜” 낙관론 우세

(사진=AFP)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미국 주식시장 3대 지수 중 하나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가 월간 기준으로 34년만에 최고 상승률을 기록할 전망이다.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이후 기술주가 급등한 덕분이다. 미국 기술주의 시가총액은 유럽 증시 전체 시가총액을 넘어섰다.

CNBC는 29일(현지시간) 뱅크오브아메리카 글로벌리서치를 인용, 현재 미 뉴욕증시의 기술주 시총 총합이 9조 1000억달러(한화 약 1765조 3000억원)로 유럽 증시 전체 시총 8조 9000억달러(약 1528조 7000억원)를 크게 웃돈다고 보도했다. CNBC는 “지난 2007년까지만 해도 미 기술주의 시총은 유럽 전체 시총의 4분의 1에 불과했었다”며 “미 기술주가 또다른 이정표를 세웠다”고 평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도 이날 S&P500 지수가 8월 들어 지난 28일까지 6.8% 상승했다면서 마지막 거래일인 오는 31일 상승세를 유지할 경우 1986년 8월 7.1%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FT는 “S&P500지수는 코로나19 팬데믹 우려가 정점에 달했던 3월말 저점 대비 약 56%나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최근 S&P500지수 상승을 이끈 것은 기술주다. 코로나19 위기 이후 봉쇄령, 재택근무 등으로 소위 언택트(비대면) 대장주로 꼽히는 IT 5대 공룡, 애플,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MS), 알파벳(구글), 페이스북 주가는 천정부지 치솟았다. 특히 미 증시 시총 1위인 애플은 이달초 사상 첫 2조달러 클럽에 이름을 올렸으며, 8월 들어서만 주가가 18% 급등했다.

CNBC는 5개 기업 모두 놀라운 상승세를 보였지만 아마존의 폭발적인 성장에 특히 주목했다. 방송은 “아마존은 1990년대부터 전자상거래 부문에서 지배적인 우위를 점하며 성장해 왔지만 클라우드컴퓨팅 산업으로 지난 10년 간 주가가 급증했다”고 평했다. 지난 27일 기준 아마존 주가는 2010년 8월 주가대비 20배 가량 높다.

최근 5개월 동안 무려 60% 넘게 폭등한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가 이젠 S&P500지수에까지 영향을 끼치고 있는 셈이다. 시장에서 S&P500지수에 편입된 기업들에 대해서는 규모보다 성장성을 중시한다는 점을 감안할 때 주목할 필요가 있다.

미 정부의 공격적인 재정·통화정책도 S&P500지수 상승에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다.



모하메드 엘 에리안 알리안츠 수석경제자문은 S&P500의 FT에 “(연방준비제도가) 돈을 더 시장에 투입할 것이라는, 예측 가능한 유동성이 반영된 것”이라며 “모든 투자자들이 현재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은 유동성이다”라고 말했다.

파이낸셜타임스 홈페이지 캡쳐
IT공룡 5개 종목이 S&P500 전체 시총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 1월 17.5%이었지만 현재는 25%를 넘어섰다. 이에 따라 지나치게 기술주에 편중돼 상승했다는 점에서 우려의 목소리 높다. CNBC는 “일부 전문가들은 미 증시가 점점 더 기술주에 치우치는 상황을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 최대 온라인 증권사 찰스 슈왑의 리즈 앤 손더스 수석 투자전략가는 “톱 5 기업들이 S&P500의 4분의1을 차지하고 있지만, 무한정 계속되지는 않을 것”이라며 곧 조정장이 올 수 있다는 견해를 내비쳤다. 그는 “이 지수에 속한 대부분의 기업들의 최고가는 코로나19 위기 이전이고 현재도 그 아래 머물러 있다”고 지적하며 같은 S&P500지수에 편입돼 있는 종목이라도 ‘승자’와 ‘패자’가 명백하게 나뉘어 현재 주가 추이는 ‘K자형’으로 흐르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언택트(비대면)’ 성격의 초대형 기술주들이 코로나19가 확산할수록 오히려 가치가 오른다는 점에서 긍정적 전망이 더 우세하다. 최근엔 기술주 상승세가 다른 기업들에게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실제 지난 2010년 이후 기술주의 상승세는 미 증시 전반을 끌어올렸다. CNBC에 따르면 2010년 이후 S&P500지수는 거의 200% 상승한 반면, 같은 기간 범유럽지수인 유로 Stoxx 50지수는 13.4% 상승하는데 그쳤다. 영국 런던의 FTSE 100지수의 상승률은 11%에도 미치지 못했다.

프랭클린 템플턴의 그랜트 보워스 주식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온라인쇼핑 및 재택근무 추세가 강화되고 있다”며 “소프트웨어와 전자상거래 기업들의 주가 상승으로 일부 건강 및 소비재 기업들도 혜택을 볼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기술주들의 이익은 머지 않아 다른 부문으로도 확산될 것“이라고 낙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