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핏이 버린 항공株로 수익…'스마트개미' 美서도 웃었다
by전재욱 기자
2020.06.18 01:00:00
개인투자자, 최근 한달 美항공주 9천달러치 순매수
폭락장에서 워런 버핏 손떼자 저가에 매수
"역발상 사고·투자방식 높이 살만"
[이데일리 전재욱 기자] 한국 개인투자자들이 최근 많이 사들인 미국 주식이 고공행진하면서 동학개미가 월스트리트에까지 무난하게 진출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개미의 포트폴리오를 보면 항공주를 적극적으로 담은 것이 눈에 띈다. 특히 투자 대가(大家)인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이 올해 들어 손절매한 항공주를 받아 수익을 냈다는 점에서 이목이 쏠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 19)로 항공주 고도가 내려가자 저가에 사들인 것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17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전날을 기준으로 최근 한 달 동안 한국 개인투자자는 미국 항공기 제조회사 보잉의 주식을 5210만달러어치를 순매수했다. 같은 기간 유나이티드 콘티넬탈 주식을 1670만달러, 델타항공 주식을 1370만달러, 아메리칸에어라인 주식을 800만달러 각각 순매수했다. 이들 주식의 순매수 합계는 9050만달러다. 이 기간 단일종목 매수 1위를 기록한 테슬라(1억5470만달러)보다 적지만, 2위 마이크로소프트(8040만달러)보다 많다.
항공주는 코로나 19로 크게 휘청한 주식이다. 밖으로는 세계 각국이 국경을 봉쇄하다시피 하고, 안으로는 사회적 거리 두기로 인적 왕래가 끊긴 영향을 받았다. 그러자 버핏 회장은 지난 4월 델타항공을 비롯한 항공주를 모두 처분했다. 지난달 버크셔 연례 주주총회에서 버핏 회장은 “항공 산업의 미래가 매우 불투명하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버크셔가 항공주를 처분한 시점을 고려하면 손절매로 추정된다. 버크셔가 지난 4월 한 달 처분한 65억달러어치 주식 가운데 항공주가 대부분인 것으로 알려졌다. 버크셔가 1분기 497억달러 순손실을 기록한 것도 항공주 주가가 폭락한영향이 컸다는 분석이다. 올해 들어 4월까지 버크셔해서웨이가 가진 항공주 아메리칸에어라인은 58.7%, 델타항공은 56.1%, 사우스웨스트에어라인은 43% 각각 주가가 내렸다.
그러나 항공주는 4월을 기점으로 서서히 다시 비상하기 시작했다. 닫힌 국경이 열리고, 경제활동을 재개하면서 항공 수요가 늘어나리라는 기대가 형성됐다. 코로나 19 백신과 치료제가 나오기 전이지만 방역에 대한 자신이 붙은 것도 한몫했다.
최근 한 달 동안 개미가 사들인 미국 항공주의 상승률(지난 16일 기준)은 같은 기간 S&P500 지수 상승폭(9.1%)보다 크게 월등하다. 보잉이 64.8%, 유나이티드콘티넨탈이 101.8%, 델타항공이 63.1%, 아메리칸에어라인이 88.3% 올랐다. 지난주 코로나 19 2차 확산 우려가 커지면서 일시적으로 조정을 받았지만 이번주 들어 뚜렷하게 하락 추세는 감지되지 않는다.
항공주를 제외한 순매수 상위 종목(ETF 제외)의 한 달 수익률도 견조하다. 이 기간 테슬라는 22.8%, 마이크로소프트는 5.6%, 페이스북은 11.7%, 알파벳 A주식은 5.3% 각각 올랐다.
개미가 버크셔 해서웨이 주식을 대량 보유한 것은 흥미롭다. 최근 한 달 동안 개인 투자자는 버크셔 해서웨이 B주식을 710만달러치 순매수해 매수 상위 50위에 올려놨다. 버크셔 해서웨이 A주식(1억1230만달러)과 B주식(9570만달러)은 현재 보유하고 있는 주식 기준으로 상위 28위와 33위에 각각 올라 있다. 버핏이 손절매한 주식을 사들여 수익을 낸 상황에서, 버핏의 회사에 대한 투자는 이어가는 것이다.
증권가에서는 동학개미운동을 벌이며 국내 증시를 떠받치고 있는 개인투자자가 해외 주식 투자에 있어서도 역발상 사고를 통해 투자에 나선 것을 높게 평가할 만하다는 반응이 나온다. 주식형 헤지펀드 운용사의 펀드 매니저는 “코로나19를 계기로 항공 산업의 미래를 점치는 것은 장기적인 시각인데, 일단 단기로는 주가가 심하게 내려간 것은 사실”이라며 “이런 흐름을 감지하고 항공주를 저가에 매수한 것은 합리적인 결정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