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내수 동반 침체…고개 드는 5월 금리인하론
by김혜미 기자
2020.05.06 05:00:00
증권가, 5월 금리인하 전망 보고서 잇따라
무역수지 99개월만에 적자..소비자물가 0.1%
해외 경제지표도 악화.."재정과 정책공조 필요"
[이데일리 김혜미 기자] 코로나19 여파로 국내외 경제지표가 악화되고 있는 가운데 시장에서는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추가 인하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금통위원 7명 가운데 3명이 새로 교체됐지만,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충격이 2분기 이후 본격화할 것으로 보여 완화적 통화정책 기조 또한 더 강화될 것이란 전망이다.
금융·증권가에서는 한은이 오는 28일 열리는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현재 0.75%인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추가인하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한은은 앞서 지난 3월 임시 금통위를 열고 0.5% 낮췄다. 이번 달 발표될 수정 경제전망 역시 대폭 하향 조정될 것으로 보인다.
한은 내에서도 기준금리 추가 인하 필요성은 진작부터 거론돼 왔다. 금통위는 지난 4월 기준금리를 동결하면서 향후 추가 금리인하 필요성을 언급했다. 지난달 퇴임한 조동철·신인석 위원 2명은 당시 0.25%포인트의 추가 금리인하가 필요하다는 소수의견을 냈다. 다른 금통위원도 “앞으로 경기위축이 경제 전반에 더 깊게 확산될 경우 정책금리를 하한선까지라도 인하해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 다른 금통위원도 “그동안 추진된 각종 재정·통화·금융정책의 파급을 지켜보면서 금리인하 효과를 극대화할 타이밍을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최근 발표된 경제지표들은 2분기 이후 코로나발 경제위기가 우려했던 것보다 더 심각한 수준으로 악화할 가능성을 보여준다.
4월 무역수지는 9억5000만달러 적자를 기록하며 98개월간의 흑자행진을 막내렸다. 한국 경제의 버팀목인 수출도 4월 들어 1년새 24.3%나 급감했다. 수요 부진으로 물가상승률은 지난달 전월대비 0.9%포인트 하락한 0.1%에 그쳤다.
문제는 아직 최악은 오지 않았다는 점이다. 우리나라의 주요 수출국인 미국과 중국, 유럽의 경제 상황은 우리보다 나쁜데다 더 악화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1분기 -4.8% 역성장한 데 이어 2분기에는 -40%(JP모건)할 것으로 전망마저 나온다. 중국의 1분기 GDP 성장률은 -6.8%를 기록하며 44년 만에 최저치를 나타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미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6%로, 이탈리아와 프랑스는 각각 -9.1%와 -7.2%로 전망했다. 주요 20개국 성장률 전망치는 -2.8%로, 중국과 인도를 포함하는 신흥 10개국은 -0.4%를 나타낼 것으로 봤다.
정부도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충격이 더 심각해질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김용범 기획재정부 제 1차관은 지난 4일 거시경제금융회의에서 “실물경제 침체와 실업 등 본격적인 충격은 이제 시작”이라면서 “과거와 달리 코로나19 사태는 공급·수요 충격, 실물·금융부문 타격이 동시에 발생하는 복합위기”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이 5월 기준금리 추가 인하 가능성을 높게 보는 이유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실효하한으로 추정해온 0.5%를 밑도는 추가 금리인하도 가능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실효하한은 비(非) 기축통화국인 한국이 기준금리를 0%로 내리는 건 불가능하다는 전제아래 국내 경제가 감내할 수 있는 최저 기준금리를 말한다. 한국은행은 내부적으로 실효하한을 책정해두고 있으나 외부에 공개하지는 않고 있다.
이미선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최근 정부가 재정정책을 적극 펼치고 있고, 2분기 미국과 유럽 경기를 감안할 때 수출이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 3분기 경기 반등도 쉽지 않을 것”이라며 “정책공조 차원에서 5월 금리인하 가능성을 높게 본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다른 나라들이 기준금리를 제로(0) 수준까지 낮춘 상황에서 한국이 0.5%를 하단으로 두고 더이상 낮출 수 없다고 버티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