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S, 롤러블 디스플레이 상용화 길 열어…1만 배 커진 2차원 '화이트 그래핀' 합성 성공
by이연호 기자
2019.05.23 02:00:00
크기 100㎠ 2차원 단결정 질화붕소 제작…네이처誌 게재
[이데일리 이연호 기자] 기초과학연구원(IBS) 다차원 탄소재료 연구단 펑딩 그룹리더(UNIST 특훈교수) 팀이 중국, 스위스 연구진과 함께 신문처럼 돌돌 말리는 저전력·고성능 롤러블 디스플레이 상용화를 위한 핵심기술을 개발했다.
| 이번 연구를 이끈 펑딩 IBS 다차원 탄소재료 연구단 그룹리더(왼쪽)와 레이닝 장 연구원의 모습. 사진=과기정통부. |
|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IBS는 이번 연구 성과가 세계 최고 권위의 학술지 네이처 온라인 판에 23일 오전 2시(한국 시각) 게재됐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수㎟ 크기로 제조하는 것이 한계였던 단결정 2차원 화이트 그래핀을 최대 100㎠의 대면적으로 제조하는데 성공했다. 이는 반도체 제작 공정에 바로 적용할 수 있는 크기다.
롤러블 디스플레이의 상용화를 위해서는 딱딱한 실리콘 대신 얇고 신축성 있는 2차원 재료(원자 1-2개 층 두께)가 필요하며 단결정을 사용할 경우 기기의 성능 또한 대폭 높아진다.
아직까지 그래핀 외에는 2차원 단결정 소재를 상용화할 수 있는 크기의 대면적으로 제작한 사례는 없었다. 연구진은 시뮬레이션 연구를 통해 합성하고자 하는 소재보다 표면 대칭성이 낮은 기판을 사용하면 다양한 2차원 단결정 소재를 대면적으로 성장시킬 수 있다는 합성공식을 찾아냈다.
연구진은 이 원리에 착안해 표면 대칭성이 낮은 구리 기판을 사용해 부도체인 2차원 단결정 화이트 그래핀을 가로·세로 10㎝의 대면적으로 제조하는 데 성공했다.
도체인 그래핀 만으로는 전원이 켜졌다 꺼졌다 하는 반도체를 구현하지는 못하는데 도체인 그래핀과 부도체인 화이트 그래핀을 층층이 쌓으면 별도의 공정 없이도 수 원자층 두께의 얇고 신축성 있는 고성능·저전력 차세대 반도체를 만들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번 연구로 대면적 제작 기술의 한계로 인해 상용화가 어려웠던 우수한 2차원 소재를 산업계에 적용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화이트 그래핀은 열에 강하고 방사능도 막을 수 있어 전자기기는 물론 비행기, 우주선과 같은 가볍고 열·화학적 안정성이 요구되는 분야에 두루 활용할 수 있다.
펑딩 IBS 그룹리더는 “2차원 소재는 그 자체로도 우수하지만 여러 소재를 층층이 쌓아 함께 사용했을 때 시너지 효과를 낸다”며 “실리콘 이후 차세대 반도체 시장의 문을 연 것으로 지금껏 상상하지 못했던 새로운 물성을 가진 전자기기를 구현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