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례명 티모테오’ 文대통령, 성 베드로 성당서 한반도 평화를 노래하다

by김성곤 기자
2018.10.18 02:28:47

현지시간 17일 한반도 평화 특별미사 참석…18일 교황 예방 金 메시지 전달
특별미사 이후 기념연설 “우리는 기필코 분단을 극복해낼 것” 강조
콘테 이탈리아 총리와 정상회담…‘전략적 동반자 관계’ 격상 합의

교황청을 공식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17일 오후 (현지시간) 로마 성 베드로 대성당에서 피에트로 파롤린 국무원장이 집전한 ‘한반도 평화를 위한 특별미사’에 참석한 후 한반도 평화정착 노력을 주제로 연설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로마=이데일리 김성곤 기자] 이탈리아와 바티칸을 공식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현지시간 17일 성 베드로 대성당에서 ‘한반도 평화를 위한 특별미사’에 참석했다. 또 외국정상으로는 이례적으로 기념연설에 나서 한반도 평화에 대한 교황의 기도와 지지에 사의를 표했다. 프랑스 국빈방문을 마치고 16일 오후 로마에 도착한 문 대통령이 다음날부터 한반도 비핵화 진전을 위한 대유럽 외교전을 이어간 것이다.

특히 문 대통령이 18일 프란치스코 교황을 예방하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평양 초청’ 메시지를 전달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번 특별미사 참석과 기념연설은 향후 한반도 비핵화 진전의 중대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한편 문 대통령은 특별미사 참석에 앞서 주세페 콘테 이탈리아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한국과 이탈리아 양국 관계를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격상하는데 합의했다.

문 대통령은 ‘디모테오(하느님을 공경하는 자)’라는 세례명을 가진 독실한 가톨릭 신자다. 세계 가톨릭의 중심이자 교황청의 가장 상징적 장소인 성 베드로 성당에서 열린 특별미사에 한반도 평화의 주역인 문 대통령이 참석해 그 의미가 남다르다. 특히 교황청 국무원장인 에트로 파롤린 추기경의 미사 집전도 드문 경우다. 파롤린 추기경은 앞서 2013년 한·교황청 수교 50주년 경축 미사도 집전한 바 있다.

이날 특별미사에는 교황청 주요인사와 외교단, 한인 신부와 수녀, 재이탈리아 동포 등 500명 이상이 참석했다. 파롤린 국무원장은 강론을 통해 “남북한이 분단의 아픔을 극복하고 화해와 협력의 새로운 역사를 쓰고 있다”고 환영하면서 “한반도의 조속한 평화 정착을 위해 세계가 함께 기도해 나가자”고 밝혔다.

청와대 관계자는 “한국에 대한 교황청의 각별한 관심과 배려를 보여준 것”이라고 풀이했다. 실제 프란치스코 교황은 1차 남북정상회담 직전 “남북한 지도자들의 용기있는 약속에 기도로 함께 동행할 것”이라며 한반도 평화를 기원하는 메시지를 발표한 바 있다. 이밖에도 평창 동계올림픽과 북미정상회담 등 한반도 정세 주요 고비 때마다 한반도 평화를 응원하는 기도에 나선 바 있다.



특별미사 이후 이어진 기념연설에서 문 대통령은 “오늘 성베드로 대성당에서 올린 한반도 평화를 위한 기도는 남북한 국민들과 평화를 염원하는 세계인 모두의 가슴에 희망의 메아리로 울려 퍼질 것”이라면서 “평화를 염원하는 우리 국민에게 큰 힘이 될 것이다. 우리는 기필코 분단을 극복해낼 것”이라고 다짐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남북 및 북미간의 화해무드에 대해 “지금 한반도에서는 역사적이며 감격스러운 변화들이 일어나고 있다”며 “촛불혁명으로 시작된 평화의 길이 기적 같은 변화의 원동력이 되었다”고 말했다. 이어 “인류는 그동안 전쟁이라는 부끄러운 역사를 써왔다”며 “한반도에서의 ‘종전선언’과 ‘평화협정 체결’은 지구상 마지막 냉전체제를 해체하는 일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아울러 “한국 가톨릭교회는 낮은 곳으로 임해 예수님의 삶을 사회적 소명으로 실천했다”며 “식민지와 분단, 전쟁과 독재의 어둠 속에서 인간의 존엄과 정의, 평화와 사랑의 길을 비추는 등대가 되어주었다. 한국 국민들은 민주주의와 인권, 복지를 위한 가톨릭교회의 헌신을 보면서 가톨릭을 모범적인 종교로 존중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교황청을 공식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참석한 가운데 17일 오후 (현지시간) 로마 성 베드로 대성당에서 피에트로 파롤린 국무원장이 집전한 ‘한반도 평화를 위한 특별미사’가 진행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문 대통령은 교황청 특별미사 참석에 앞서 쥬세페 콘테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평화를 비롯한 양국관계 우호증진 방안을 폭넓게 논의했다. 두 정상은 이날 이탈리아 총리궁에서 열린 회담에서 ‘전략적 동반자 관계’ 격상에 합의하고 △정무·국방 협력 △4차 산업혁명 공동 대응을 위한 교역·투자·과학기술 발전 △문화·인적 교류를 통한 상호 이해 제고 등 실질협력에 대해 상세히 논의했다. 이와 관련, 전략적 동반자 관계의 견인을 위해 차관급 ‘전략대화’와 ‘산업에너지협력전략회의’를 신설해 내년에 개최하기로 했다. 문 대통령은 아울러 최근 한반도 정세에 대해 설명하고 평화정착을 위한 이탈리아 정부의 협조를 당부했고 콘테 총리는 우리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한 지지를 재확인했다.